검찰, 계약내용 분석… 안전성‧책임 관련 문건 은폐 여부도 조사

최근 가습기 살균제 피해사건 재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가습기 메이트’ 사용으로 발생하는 피해를 SK케미칼(현 SK디스커버리)이 전적으로 책임지는 계약을 맺은 사실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최근 가습기 살균제 피해사건 재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가습기 메이트’ 사용으로 발생하는 피해를 SK케미칼(현 SK디스커버리)이 전적으로 책임지는 계약을 맺은 사실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박현 기자] 검찰이 가습기 살균제 피해사건을 재수사하고 있는 가운데 ‘가습기 메이트’ 사용으로 발생하는 피해를 SK케미칼(현 SK디스커버리)이 전적으로 책임지는 계약을 맺은 사실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가습기 메이트는 옥시의 '옥시싹싹 가습기당번' 다음으로 많은 피해자를 낸 살균제다.

20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SK케미칼은 애경산업과 지난 2001년 5월 가습기 살균제 물품 공급계약을 맺은 데 이어 이듬해 10월 제조물 책임(PL·Product Liability)과 관련한 추가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제품 라벨에는 ‘애경’ 싱호가 부착돼 있었지만 애경산업은 판매만을 담당했고, 원료물질인 CMIT‧MIT 생산과 제품 제조 모두 SK케미칼이 맡았다. 

두 회사의 제조물 책임계약을 보면 ‘SK케미칼이 제공한 상품의 원액 결함으로 제3자의 생명과 신체 등에 손해가 발생하면, 이를 전적으로 책임지고 손해를 배상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러한 계약 내용대로라면 SK케미칼이 가습기 메이트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을 모두 져야 한다. 애경이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패소해 배상책임을 지게 되더라도 SK케미칼에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이 애경 측 설명이다.

또한 이마트가 PB(자체브랜드)상품으로 판매한 가습기 살균제도 가습기 메이트와 똑같은 제품으로, 애경에서 제품을 받아 라벨만 바꿔 판매했다.

결국 이번 검찰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SK케미칼·애경·이마트 등의 형사상 책임이 확인될 경우, 이어지는 민사소송에서 SK케미칼은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하는 주체가 되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제조물 책임계약과 관련해 SK케미칼 스스로가 직접 제조해 애경산업에 넘긴 가습기 메이트의 안전성을 확신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와 같은 계약을 맺은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계약서에는 SK케미칼이 결함에 대한 책임을 전적으로 지는 것을 넘어 문제 발생 시 애경을 적극 방어하고, 애경은 이에 협조한다는 내용도 있다.

검찰도 SK케미칼과 애경 간 제조물 책임계약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으며, 두 회사가 주고받은 안전성‧책임 문제 관련 문건의 은폐 여부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SK케미칼 측은 2002년 7월 제조물책임법이 시행되면서 계약을 맺은 것이며, 통상적인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당시 법에서 제조물책임법상 제조업자는 ‘제조물에 성명‧상호‧상표 기타 식별 가능한 기호 등을 사용해 제조업자로 오인시킬 수 있는 표시를 한 자’도 포함되기 때문에 애경에도 책임을 지울 수 있었다는 지적도 있다. 일반적 계약 조건이 아니라는 것이다.

더욱이 SK케미칼이 가습기 살균제 관련 물질안전보건자료(MSDS)를 유통사에 제대로 제공했는지도 문제가 될 수 있다. ‘MSDS’란 제품에 쓰인 화학물질의 명칭과 함유량, 유해성, 취급 주의사항 등을 설명한 자료다.

애경은 2016년 가습기 살균제 국정조사 특별조사위원회의 청문회 당시 SK케미칼로부터 제품을 받아 판매하기 시작할 무렵인 2002년에는 MSDS를 받지 못했고, 그 이후에야 받았다고 주장했으나 SK케미칼은 2002년부터 MSDS를 건넸다고 반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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