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직원·단체 간 공방

서울 중구 한진빌딩<사진=연합뉴스>
▲ 서울 중구 한진빌딩<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기율 기자] 다음 주 예정된 대한항공과 한진칼 주주총회를 앞두고 치열한 설전이 벌어지고 있다. 조양호 회장의 이사 연임을 놓고 직원들 간의 대립도 심해졌다. 한진그룹은 갑작스런 실적 발표와 ‘그룹 비전 2023’을 내놓는 등 KCGI와 국민연금의 대대적인 공세를 막아냈지만, 그 긴장의 끈을 아직까지 놓지 않았다.

계속되는 KCGI의 공세…힘 빠진 국민연금

국내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가 먼저 한진그룹 의결권 전쟁의 포문을 열었다. KCGI는 지난해 11월 한진그룹 지주사 역할을 하는 한진칼 지분 9%를 매입하며 2대 주주로 올라섰다.

같은 달 KCGI는 한진칼의 단기차입금 증액에 “감사선임을 저지하려는 조치”라며 중단을 요구했다. 한진그룹은 “한진칼의 차입금 조달은 정상적인 경영활동”이라며 “시장 변동에 대비해 유동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것은 회사와 주주 이익을 위한 경영진의 가장 중요한 활동”이라고 반박했다.

상법에 따르면 자산이 2조 원을 넘을 경우, 감사선임 대신 감사위원회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감사를 선임하면 최대주주만 의결권이 3%로 묶이지만, 감사위원을 선임할 경우 모든 주주의 의결권이 3%로 제한된다. 현재 한진칼은 단기차입금 증액을 통해 감사체제에서 감사위원회 체제로 전환한 상태다.

KCGI는 지난 1월 지배구조 개선, 적자사업 재검토 등을 골자로 한 ‘한진그룹의 신뢰회복을 위한 프로그램 5개년 계획’을 한진그룹에 공개 제안했다. 이어 서울중앙지법에 한진칼과 한진의 주주명부 열람을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내며 그 공세를 높였다.

감사와 사외이사, 사내이사 선임에도 주주제안 했다. KCGI는 감사인 1인 선임의 건과 사외이사 2인 선임의 건을 골자로 한 주주제안서를 한진칼에 송부하고, 임기가 만료되는 윤종호 감사와 조현덕·김종준 사외이사를 자신들이 추천하는 후보로 제안했다. 석대수 대표이사의 임기 만료로 공석이 되는 사내이사 자리에는 이사회의 추천을 거쳐 다른 이를 선임할 것을 제안했다.

한진그룹은 오는 29일에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를 열기로 하고 KCGI 측의 주주제안을 주총 안건으로 상정할지는 ‘조건부 상정’하기로 결정했다. 조건부 상정에 대해 한진그룹은 “서울고등법원의 항고심 판단이 늦어져 부득이하게 KCGI 측 주주제안을 조건부 상정했다”고 밝혔다. 1심 파결이 뒤집히면 KCGI의 제안을 주총에 상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달 28일 서울중앙지법은 KCGI가 한진칼 등을 상대로 낸 의안상정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해 KCGI 측이 제안한 감사와 사외이사 선임, 이사 보수 한도 제한 안건 등을 주총에 상정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이에 한진칼은 법원의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항고를 제기한 상태다.

한진칼 이사회는 사외이사 임기 만료에 따른 신규 사외이사 후보로 주인기 국제회계사연맹(IFAC) 회장과 신성환 홍익대 경영학부 교수, 주순식 법무법인 율촌 고문을 각각 추천했다. KCGI의 제안을 수용하지는 않았지만 그룹과 연관 없는 독립적인 인사를 추천해 그 취지는 충분히 살렸다는 설명이다.

수탁자위원회와 기금운용위를 연달아 열고 대한항공과 한진칼에 적극적인 주주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혀온 국민연금의 기세는 다소 누그러졌다.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 코드’를 내걸고 대대적인 공세에 나섰지만 ‘경영권 간섭 우려’와 ‘미흡한 준비’ 등 좋지 않은 평을 들었다.

국민연금이 20일 공시한 ‘의결권 행사 방향’에는 대한항공과 한진칼에 대한 내용이 제외돼, 조양호 회장의 이사 연임에 대한 찬반 여부는 현재까지 명확하게 나오지 않았다.

조양호 회장 연임 놓고 직원들 ‘찬반논쟁’

대한항공 주총에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을 두고 벌어진 찬반논쟁이 직원에게까지 번졌다.

대한항공 조종사노조와 직원연대지부, 참여연대, 민주노총 등은 지난 19일 조양호 회장과 조원태 사장 등을 강요죄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등으로 검찰 고발했다.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기주주총회에서 조양호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안건의 통과 가능성이 불투명해지자 조 회장 등이 자신들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직원인 주주들로부터 찬성 위임장 작성을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대한항공 국제승원팀장이 최근 일반 승무원들에게 위임장을 써달라는 취지의 메일을 발송했고, 일부 부서에서는 담당 임원이 직접 직원들의 위임장을 받고 있다는 제보가 있다”며 “사측은 대한항공 직원 가족 명의의 주식까지 위임장을 받아 달라고 권유하는 등 무단으로 직원의 개인금융정보를 활용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말했다.

이어 “직원들의 증언 등을 종합해보면 임원 개인이 아닌 회사 차원에서 의결권 위임 요청이 진행되고 있다”며 “대한항공 대표이사인 조양호·조원태 등 관련 임원에 대한 강요죄 등 혐의에 대해 엄중한 수사가 이뤄져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같은 날 대한항공 전직임원회는 ‘외부 세력의 개입 중단’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냈다.

전직임원회는 성명에서 “최근 대한항공 내외에서 회사의 근간을 흔드는 일부 세력의 행위에 우려를 금할 길이 없다”며 “대주주 일가의 일부 개인적 잘못과 확정되지 않은 각종 피의사실로 회사 전체를 비상식, 비윤리적인 기업으로 여론을 몰아가 회사를 위기에 빠뜨리려 하는 외부 단체는 당장 그 행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전직임원회는 “행동주의 사모펀드와 같은 금융자본 논리가 민간항공기업 경영에 개입하면 안전을 담보할 수 없음은 물론, 국가 항공산업의 장기적 발전도 요원하게 된다”고 했다.

이어 “일부 재직 직원들이 스스로 대한항공 모든 임직원의 대변인인양 외부로 나가 자신들의 불만사항을 퍼트리고 회사를 비방하는 행위는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이러한 행위는 이에 동조하지 않는 대다수 임직원들의 의사에 반하고 그들의 권익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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