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무죄추정의 원칙이라는 법적 가치마저 무시하고 내려진 결정”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사진=연합뉴스>
▲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기율 기자] 대한항공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에 반대하기로 했다.

26일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탁위)는 대한항공 정기주주총회 안거에 대한 의결권 행사 방향을 결정했다. 이날 수탁자위는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권 침해의 이력이 있다고 판단했다”며 조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에 반대했다.

조 회장은 지난 2013년부터 2018년까지 대한항공 납품업체들로부터 항공기 장비와 기내면세품을 사들이며 ‘트리온 무역’ 등 업체를 끼어 넣어 196억 원 상당의 중개수수료를 챙긴 특경법상 배임 혐의 등 현재 총 270억 원 규모의 횡령·배임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국민연금은 지난 1월 대한항공을 ‘기업가치의 훼손, 주주 권익의 침해 이력이 있는 이사후보에 대해서 반대할 수 있다’는 스튜어드십 코드 지침을 들어 ‘중점관리기업’으로 지정해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검토하기도 했다.

국민연금의 조 회장 재선임 안건 반대 행사 결정으로 27일 주총에서 치열한 표 대결이 벌어질 전망이다.

대한항공은 정관에 ‘사내이사 선임은 주총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했다. 조 회장 측 지분율은 33.34%로, 11.56%의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이 반대함에 따라 22%가량의 지분만 동조한다면 재선임이 무산될 가능성이 있다.

이번 국민연금의 반대 결정으로 대한항공 지분의 24.77%를 보유한 외국인 주주의 결정이 중요해졌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에 따르면 플로리다연금과 캐나다 연기금, BCI 등 3곳이 의결권행사 사전 공시를 통해 반대 의사를 표명한 상태다.

시민단체인 참여연대가 소액주주를 상대로 벌이고 있는 의결권 위임 운동도 관심사다. 지난 22일 참여연대는 국내외 대한항공 주주들로부터 받은 조 회장 연임 반대 위임장을 언론에 공개하기도 했다.

반면 조 회장은 과도한 이사겸직이라는 비판을 차단하기 위해 한진칼, 한진, 대한항공을 제외한 한진그룹 계열사에서 임원직을 모두 내려놓겠다고 밝힌 바 있으며,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소액주주를 대상으로 표 모으기에도 총력전을 펼쳐왔다.

이번 수탁위 결정에 대한항공은 26일 입장자료를 내고 “국민연금의 이번 결정은 장기적 주주가치를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매우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국민연금의 사전 의결권 표명은 위탁운용사, 기관투자자, 일반주주들에게 암묵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신중한 판단을 내려야 했다”며 “특히 사법부 판결이 내려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무죄추정의 원칙이라는 법적 가치마저 무시하고 내려진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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