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목표점 ‘공수처 설치’, 총선 ‘적폐청산 대 정치보복’ 프레임 관통할 수도

문재인 대통령은 3월 18일 박상기 법무부장관과 김부겸 행정안전부장관에게 김학의, 장자연, 버닝썬 사건에 대해 검찰과 경찰이 명운을 걸고 철저하게 수사하라고 지시했다.[사진=청와대]
▲ 문재인 대통령은 3월 18일 박상기 법무부장관과 김부겸 행정안전부장관에게 김학의, 장자연, 버닝썬 사건에 대해 검찰과 경찰이 명운을 걸고 철저하게 수사하라고 지시했다.[사진=청와대]

‘판도라 상자’의 뚜껑이 열렸다. 2009년 발생한 장자연 사건과 2013년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성접대 의혹 사건에 대한 수사가 재개되고 경찰 유착 의혹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는 ‘버닝썬’ 사건도 한 묶음으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른바 ‘장자썬’ 사건이 상징하는 것은 ‘법치국가’ 근간의 붕괴다. 국민들은 비리와 불법을 저지른 대한민국 특권층이 국가 사정기관인 검찰·경찰 등과 유착해 국가 사법시스템을 농락한 데 대해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비단 ‘장자썬’ 사건만이 아니다. 강원랜드 채용비리에 이어 케이티(KT)의 광범위한 특권층 자녀 불법 채용 비리, 부산 엘시티 특혜 의혹 등 과거 정권의 불법들이 고구마줄기처럼 드러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집권 3년차에 즈음해 ‘장자썬’ 사건을 철저하게 수사한다는 의미는 ‘적폐청산 시즌2’를 알리는 신호탄이기도 하다. ‘시즌1’은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이명박 전 대통령 불법비리, 양승태 대법원장 체제의 사법농단 척결이 핵심과제였다. 즉 행정과 사법권력 시스템 정점에서 ‘법치’를 뒤흔든 핵심 인물들의 불법을 밝혀내는데 있었다.

‘시즌2’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국가권력과 유착한 대한민국 특권층의 관행적 불법과 비리를 밝혀내고 이를 단죄하는데 있다. ‘장자썬’ 사건의 상징성은 바로 여기에 있다. ‘적폐청산 시즌1’은 권력 정점인 ‘박근혜-이명박-양승태’라는 명확한 목표물을 겨냥했다면 ‘시즌2’는 특권층 전반의 불법과 비리 척결이 핵심 과제다.

따라서 ‘시즌2’는 목표물이 명징했던 ‘시즌1’보다 더 험난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국민들 속에 내재된 ‘적폐청산’의 동력을 ‘시즌1’만큼 동원해 낼 수가 어렵다. ‘촛불 혁명’으로 모아진 정치적 동력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문재인 정부 출범, ‘적폐청산 시즌1’, 6.13 지방선거 등을 거치며 일정 소진됐다.

반면 기득권을 누리던 ‘특권층’의 반발력은 강하다. 관행적으로 누리던 기득권에 사정의 칼날이 드리워질 것이란 불안감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반대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이들 특권층은 빠른 ‘불안 공유능력과 대응능력’도 지녔다. 보수언론들은 핵심 매개체다.

특권층은 국회를 중심으로 한 정치권력, 재계를 중심으로 한 경제권력, 정부 행정권력, 검찰·경찰 사정권력, 사법권력, 언론권력, 문화권력, 교육권력 등 한국사회 거의 모든 부문에 걸쳐 얽혀 있다. ‘장자썬’ 수사를 자신들에 대한 사정신호로 받아들일 경우 ‘반(反)적폐청산’ 여론을 조성할 수도 있다.

국민 다수는 ‘적폐청산 시즌2’를 통해 특권층과 국가권력과의 유착을 통한 비리와 불법 척결을 위한 철저한 개혁을 바라고 있지만 기대한 만큼의 결과를 얻어낼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장자썬’ 사건만이라도 제대로 수사해 이들 범죄행위를 제대로 단죄하기만 해도 큰 성공이다. 이것이 ‘귀감(龜鑑)’이 돼 그만큼 특권층과 국가권력 간의 유착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오영훈 의원이 3월 2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교육·사회·문화분야에 대한 대정부질문에서 준비한 ‘김학의와 YG 연결고리’ 자료가 현황판에 나오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더불어민주당 오영훈 의원이 3월 2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교육·사회·문화분야에 대한 대정부질문에서 준비한 ‘김학의와 YG 연결고리’ 자료가 현황판에 나오고 있다.[사진=연합뉴스]

文대통령, ‘적폐청산 시즌2’ 정책목표 ‘공수처 설치’로 맞춰

문 대통령은 지난 3월 18일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장자썬’ 사건 철저수사를 지시하면서 “공통적인 특징은 사회 특권층에서 일어난 일이고, 검찰과 경찰 등의 수사기관들이 고의적인 부실수사를 하거나 더 나아가 적극적으로 진실규명을 가로막고 비호·은폐한 정황들이 보인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과거에 있었던 고의적인 부실·비호·은폐 수사 의혹에 대해 주머니 속을 뒤집어 보이듯이 명명백백하게 밝혀내지 못한다면 사정기관으로서의 공정성과 공신력을 회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검찰과 경찰의 현 지도부가 조직의 명운을 걸고 책임져야 할 일”이라고 당부했다.

또 문 대통령은 3월 25일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최근 특권층의 불법적 행위와 외압에 의한 부실 수사, 권력의 비호, 은폐 의혹 사건들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매우 높다”며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의 시급성이 다시 확인됐다”고 국회에 입법 처리를 주문했다. 특권층 범죄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로서 공수처 설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장학썬 수사’로 촉발된 ‘적폐청산 시즌2’의 정책적 목표를 특권층 범죄를 전담하는 ‘공수처 설치’에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장자썬 사건’ 수사를 계기로 공수처 설치와 검경수사권 조정이라는 제도적 성과물을 도출해낼 수 있다면 큰 성공이다. 특권층과 행정·사법·사정 권력과의 유착의 고리를 법제도적으로 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7년 9월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마련한 공수처 설치 권고안에는 대통령, 국회의원, 판·검사, 2급 이상 고위공무원과 고위직 경찰 등의 범죄를 독립적으로 수사하도록 했고 기소권과 공소유지권을 부여했다. 권고안대로라면 수사대상은 대단히 제한적이다.

그러나 공수처 설치 권고안 발표 후 1년 반이 넘도록 국회 문턱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이 공수처가 야당 탄압용이며 검찰 위의 옥상옥(屋上屋)이라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공수처 설치에 반발하는 검찰을 향한 ‘한국당의 검찰 편 들기’ 정치적 의도도 있다.

한국당의 반대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야당인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여야4당은 공수처법안을 ‘50% 연동형 비례제’의 선거제도 개편법안과 검경수사권 법안 등과 함께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에 올리기로 했다. 그러나 바른미래당은 내부 보수파의 반발로 공수처에 기소권을 부여 않는 안을 제시하면서 이 또한 삐걱거리고 있다.

정치권에서 ‘공수처 설치’를 두고 여야가 대치하고 있지만 ‘여론 지형’은 공수처 설치를 압도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3월 26일 실시한 공수처 설치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 공수처 설치에 대해 찬성하는 의견이 65.2%로, 반대(23.8%)의 두 배 반을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더구나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6년 7월 조사에서도 공수처 신설에 대해 찬성이 69.1%(반대 16.4%)를 기록했고, 약 1년 후 문재인 정부 출범 초인 2017년 9월 공수처 설치 권고안 조사에서도 찬성이 68.7%(반대 21.5%)였다. 일시적인 요구가 아니라 장기간에 걸쳐 국민 다수가 공수처 설치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문 대통령이 ‘적폐청산 시즌2’를 통한 정책적 목표인 공수처 설치가 국회에서는 제동이 걸린 상황이지만 기본토대인 ‘국민적 동력’은 확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내년 총선, ‘적폐청산 대 정치보복’ 이슈프레임 관통할 듯

‘적폐청산 시즌2’는 ‘공수처 설치’라는 단순한 정책적 범주를 뛰어넘는 사안이다. 약 1년 남은 총선과 직접적으로 맞물린다. 앞으로 진행될 ‘장학썬’ 수사가 야기할 ‘적폐청산’ 이슈프레임이 내년 총선을 관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자연-김학의 사건에 대한 수사는 단기간에 마무리되진 않을 것이다. 특히 김학의 사건과 관련한 검찰 수사과정은 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곽상도 의원이 걸려있기 때문에 험난하고 오래 끌 것이다. 수사 결과가 나오는 시점도 올 6월을 넘겨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수사결과가 발표된다 해도 끝난 것이 아니다. 수사결과를 두고 여야 간, 진영 간 대립의 날은 더 날카로워지고 ‘적폐청산 대 정치보복’이란 정치적 공방은 더욱 격화되면서 총선까지 이어질 수밖에 없다. 나아가 총선을 앞두고 각 정치세력은 자기 진영의 동원력을 최고조로 끌어올리기 위해 국회에서의 충돌도 불사할 것이다.

‘공수처 설치’와 ‘선거제도 개편’을 둘러싼 여야 충돌은 내년 4월 총선을 바로 코앞에 두고 벌어질 것이다. 여야4당이 이들 법안을 패스트트랙에 올린 날로부터 최장 330일 이후 국회 본회의 표결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선거제도 개편’에 당의 운명을 건 바른미래당은 어떤 식으로든 패스트트랙에 선거제도 개편안과 함께 공수처 법안 등도 함께 올릴 가능성이 높다. 현행 선거제도로선 내년 총선에서 원내교섭대표를 구성할 수 있는 의석 확보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민주당, ‘장학썬’ 등에 업은 ‘적폐청산’ 프레임으로 한국당 ‘정권 심판론’ 무력화

역사적으로 정권 3~4년차 선거에서 집권세력이 야당의 ‘정권심판 프레임’에 어김없이 패배한 전례를 보면 내년 총선은 민주당에게 분명 어려운 선거일 수밖에 없다. 특히 지난 지방선거 압승으로 유권자의 ‘견제·균형 심리’가 강하게 작용할 것이란 부담도 크다.

민주당에게 유리한 부분은 한국당이 대구/경북 중심, 과거지향 보수행보로 ‘집토끼’ 잡기에만 머물고 있다는데 있다. 그럼에도 한국당의 정당지지도가 <리얼미터>조사 기준으로 30%선을 넘어 민주당과의 격차도 한 자릿수로 줄어든 부분을 감안하면 1년 후 총선에서 ‘정권심판 프레임’이 만만치 않은 파괴력을 보일 것이란 예상이 가능하다.

‘장학썬 수사’와 ‘공수처 법안’ 두 사안을 한데 묶은 ‘적폐청산 프레임’은 총선을 앞둔 민주당의 방패막이다. ‘경제·민생 프레임’을 바탕으로 문재인 정부의 실정에 대한 공격으로 보수층 결집에 속도를 내는 한국당의 ‘정권심판 프레임’의 예봉을 무디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장학썬’ 사건은 자유한국당 핵심부를 강타해 ‘정권심판 프레임’이 아닌 ‘정치보복 프레임’에 가둘 수도 있다.

‘적폐청산 시즌2’에 대한 여론지형도 민주당에게 유리하다. <리얼미터>가 3월 20일 발표한 ‘김학의·장자연 사건’ 특검 도입 여부에 대한 국민여론조사에서 찬성이 71.7%, 반대 의견은 17.0%로 조사됐다. 보수층에서조차 찬성 의견이 우세했고 한국당 지지층도 찬반으로 갈리게 했다.

또 문 대통령의 ‘김학의 별장 성접대 의혹’과 ‘장자연 사건’에 철저한 수사지시에 대해서도 67.0%의 절대 다수가 ‘적절한 조치’라고 응답했고 ‘야당 대표를 탄압하기 위한 부적절한 조치라고 생각 한다’는 응답은 24.7%에 그쳤다. ‘문 대통령의 지시’라는 부분이 보수층과 한국당 지지층의 응답에 영향을 미친 부분을 감안하면 ‘장학썬 수사’에 대한 국민적 동력이 매우 강함을 알 수 있다.

한국당이 ‘정치보복 프레임’으로 나설 경우라도 불리한 여론지형을 감수하는 결과를 빚는다는 의미다. 이러한 구도는 2017년  촛불혁명 이후 형성된 ‘탄핵 찬성 대 탄핵 반대’ 정치지형이 여전히 작동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적폐청산 시즌2’ 직격탄 맞은 한국당, 황교안 체제로 총선 치를지 여부 달려

김학의 전 법무부장관 성접대 의혹 사건과 관련해 수사외압 의혹을 받는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3월 2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회의장으로 들어서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김학의 전 법무부장관 성접대 의혹 사건과 관련해 수사외압 의혹을 받는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3월 2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회의장으로 들어서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자유한국당은 ‘장학썬’ 수사를 계기로 형성된 ‘적폐청산 시즌2’로 직격탄을 맞았다.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부각하는 공세적인 ‘정권심판 프레임’ 강화를 위해 팔을 걷어 붙어야 할 상황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장자연 사건은 권재진 전 법무부 장관 등 이명박 정권 시절의 검찰 권력을 장악한 세력이 주 수사대상이 될 수밖에 없고 특히 보수언론의 중심인 <조선일보>도 사정권에 있다. 김학의 전 차관 성접대 사건은 한국당이 황교안 대표체제로 내년 4월 총선을 치를 수 있느냐 없느냐를 가르는 중대 사안이다.

황교안 대표는 검찰의 김 전 장관에 대한 무혐의 결정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다. 따라서 무혐의 결정과정에 외압을 행사했는지 여부에 대한 조사는 불가피하다. 황 대표는 이에 대해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지만 국민 다수는 황 대표가 2013년 김학의 사건 검찰수사에 연관돼 있다고 보고 있어 이 또한 쉽지 않다.

<폴리뉴스>가 <데이터리서치>에 의뢰해 3월23일 진행한 조사에서 황교안 대표가 2013년 당시 김학의 검찰수사에 연관돼 있다는 주장에 대한 생각을 물은 결과 ‘연관돼 있다’는 응답이 53.5%로 과반이 넘었고 ‘연관 없다’는 응답은 36.2%로 조사됐다.

결국 황 대표는 검찰의 재수사과정에서 조사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조사결과 검찰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것으로 드러나면 치명상이다. 외압을 행사하지 않았다고 하면 ‘무능력’하다는 평가를 받게 돼 그 내상 또한 만만치 않다. 나아가 당시 청와대가 주도해 ‘외압’을 행사했다면 황 대표는 ‘눈치나 보는 무소신 인물’이라는 낙인이 찍힌다. 게다가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 곽상도 의원이다.

이에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3월 26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이러한 상황을 두고 ‘1타 4피’로 표현하면서 ▲문 대통령 딸 의혹 제기하는 곽상도 의원 괴롭히기 ▲공수처 밀어붙이기 국민선동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덮기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비판의 눈 돌리기라고 반격했다.

한국당은 총선 1년을 남겨두고 지지율 30%대를 돌파하며 총선에서의 선전 가능성을 높인 상황이지만 ‘장학썬 적폐’와 관련된 문제들을 정리하지 않은 채 ‘정치보복’이라는 대응논리로 내년 총선을 돌파하기란 쉽지 않다. 이 경우 한국당 최선의 무기인 ‘정권심판 프레임’이 약화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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