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윤청신 기자]

임신 초기의 낙태까지 전면 금지하면서 이를 위반했을 때 처벌하도록 한 현행법 조항은 임산부의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1953년 낙태죄가 형법에 규정된지 66년 만에 위헌 결정이 내려지며 낙태죄 처벌조항인 '자기낙태죄'와 '의사낙태죄' 조항은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앞서 헌재가 2012년 8월23일 재판관 4대4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린지 7년 만에 판단이 뒤집힌 것이다.

이에 따라 1953년 제정된 낙태죄 규정을 66년 만에 손질하는 작업이 불가피해졌다. 임신 후 일정 기간 내 낙태를 부분적으로 허용하는 방식으로 법 개정이 이뤄질 전망이다.

헌법재판소는 11일 산부인과 의사 A씨가 자기낙태죄와 동의낙태죄를 규정한 형법 269조와 270조가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7대 2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자기낙태죄'로 불리는 형법 269조는 임신한 여성이 낙태한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는 내용이다. 270조는 의사가 임신한 여성의 동의를 받아 낙태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하는 '동의낙태죄' 조항이다. 자기낙태죄에 종속돼 처벌되는 범죄다.

동의낙태죄로 기소된 산부인과 의사 A씨는 "자기낙태죄와 동의낙태죄 규정이 임산부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해 위헌"이라며 2017년 2월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 심판에서는 태아의 발달단계나 독자적 생존능력과 무관하게 낙태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것이 임산부의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지가 쟁점이 됐다.

이에 헌재는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제한하고 있어 침해의 최소성을 갖추지 못했고 태아의 생명보호라는 공익에 대해서만 일방적이고 절대적인 우위를 부여해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임신한 여성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의사를 처벌하는 동의낙태죄 조항도 같은 이유에서 위헌"이라고 밝혔다.

반면 조용호·이종석 헌법재판관은 "낙태죄 규정으로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어느 정도 제한되지만 그 제한의 정도가 낙태죄 규정을 통해 달성하려는 태아의 생명권 보호라는 중대한 공익에 비해 결코 크다고 할 수 없다"며 합헌 의견을 냈다. 하지만 합헌 결정이 나올 정족수 4명에 미치지 못했다.

천주교는 11일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에 유감을 표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이날 의장 김희중 대주교 명의 입장문에서 "헌재가 낙태죄의 위헌 여부를 확인해 달라는 헌법 소원에 대해 헌법불합치 선고를 내린 데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주교회의는 "수정되는 시점부터 존엄한 인간이며 자신을 방어할 능력이 없는 존재인 태아의 기본 생명권을 부정할 뿐만 아니라, 원치 않는 임신에 대한 책임을 여성에게 고착시키고 남성에게서 부당하게 면제하는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낙태는 태중의 무고한 생명을 직접 죽이는 죄이며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행위라는 가톨릭교회의 가르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위헌이란 법령 등이 헌법규정에 위반하는 것(헌법 제107조)을 말한다.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 경우에는 법원은 헌법재판소에 제청해 그 심판에 의하여 재판하며(헌법 제107조 1항), 명령`규칙 또는 처분이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되는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 경우에는 대법원은 이를 최종적으로 심사할 권한을 가진다(헌법 제107조 2항).

위헌제청이란 법률의 위헌 여부가 일반법원에서 재판의 전제가 되는 경우에 법원이 직권 또는 당사자의 신청에 의하여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는 제도(헌법 107조 1항, 111조 1항 1호).  

위헌법률심판은 법원의 제청을 받아 헌법재판소가 그 위헌 여부를 심사·판단하는 사후적·구체적인 규범통제제도이다. 위헌제청의 대상이 되는 것은 대한민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모든 법률과 긴급명령, 조약 등이다. 위헌제청을 할 수 있는 자는 일반법원에 소송이 계류 중인 소송당사자로서 당해 사건에 적용될 특정의 법률 또는 법률조항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는 자와 소송을 진행 중인 법원이다.

법원이 당사자의 신청 또는 직권으로 위헌제청결정을 하고 대법원을 거쳐 헌법재판소에 위헌제청결정서 정본이 송부되면, 헌법재판소는 이를 접수하여 심판절차를 진행한다. 법원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한 때에는 당해 소송사건의 재판은 헌법재판소의 위헌여부의 결정이 있을 때까지 정지된다. 다만, 법원이 긴급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종국재판 외의 소송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위헌법률심판에 있어 내려질 수 있는 종국결정의 기본적 유형은 소송법적 결정으로서, 각하결정과 본안에 관한 결정, 즉 실체법적 결정의 유형으로서 합헌결정과 위헌결정 및 이른바 변형결정이 있다. 위헌제청신청을 기각하는 결정에 대하여는 민사소송에 의한 항고나 재항고를 할 수 없다.

헌법재판소는 결정일로부터 14일 이내에 결정서정본을 제청한 법원에 송달한다. 제청법원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내려지면 그동안 중단되었던 소송절차를 속개하며, 제청법원은 이 재판에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야 한다.

사진 연합뉴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