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창, 파이프 오르간, 가시면류관 등 예술품·유물 대부분 무사
마크롱 “대성당 5년 안에 더 아름답게 재건”...실제로는 40년 걸릴 것이라는 예측도
프랑스 ‘큰손’들 거액 쾌척, 모금 시작 하루만에 7억 유로 모여

15일 저녁(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사진=연합뉴스>
▲ 15일 저녁(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이지혜 기자] 노트르담 대성당이 화마에 휩싸였다. 첨탑과 지붕은 무너져버렸지만, ‘장미창’, ‘미스터 오르간’ 등 문화재들이 무사한 것으로 알려져 희망을 갖게했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대성당을 더 아름답게 재건할 것”이라며 5년 내 재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노트르담 대성당은 지난 15일(현지시간) 저녁 화재로 인해 96m 높이의 첨탑과 목재 지붕이 붕괴됐다. 850여년의 역사가 무너져 내리는 현장에서 전세계인이 안타까움을 표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파리 엘리제궁 집무실에서 TV연설을 갖고 “우리는 대성당을 더 아름답게 재건할 것이다. 5년 이내에 작업이 마무리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다만 성당 재건에는 40년 정도가 걸릴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미 CBS 방송은 16일(현지시간) 에밀리 게리 부교수를 인용해 “복구에 40년 정도가 걸릴 것”이라고 보도했다. 단단한 참나무와 최상급 석회암을 모아 가공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노트르담 대성당의 '장미창' <사진=노트르담 대성당 공식사이트제공>
▲ 노트르담 대성당의 '장미창' <사진=노트르담 대성당 공식사이트제공>


소방관들이 ‘인간 사슬’로 지켜낸 예술품·유물...루브르 박물관으로 이동

대화재에도 불구하고 노트르담 대성당에 보관되어 있던 많은 미술품들과 유물들이 무사한 것으로 알려져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했다. 장미창과 파이프 오르간, 첨탑의 수탉 장식물도 무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 이달고 파리시장은 트위터를 통해 소방관들이 유물을 구하기 위해 ‘인간 사슬’을 만들었다고 전했다. 화재 당시 소방관과 경찰관, 성직자, 프랑스 문화부와 파리시청 관계자들이 대성당으로 달려가 성당 내부에 있던 유물들을 밖으로 옮긴 것이다. 

당시 대성당 내부에는 가시면류관과 성십자가, 거룩한 못 등 가톨릭 성물과 프랑스 루 9세가 입었던 튜닉(상의) 등 예술품 다수가 보관돼 있었다. 이들은 화재 발생 직후 파리 시청으로 옮겨졌지만, 추후 안전한 보관을 위해 루브르 박물관으로 이동될 계획이다.

프랑스 일간 르 피가로에 따르면 1935년 10월 당시 성당 지붕 위 첨탑 상단에 설치됐던 청동 수탉은 첨탑이 무너지면서 사라진 것으로 추정됐으나, 화재 진압 후 폐허를 뒤지던 프랑스건축연맹 자크 샤뉘 회장에 의해 극적으로 회수됐다.

파이프 8000개로 만들어진 15세기 파이프 오르간도 큰 손상을 입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AFP통신은 3개의 원형 스테인글라스 창인 ‘장미 창’도 아직 공식 발표 된 것은 아니지만 모두 온전한 것으로 전해진다고 밝혔다.

불타기 전 노트르담 대성당 <사진=노트르담 대성당 공식 트위터 제공>
▲ 불타기 전 노트르담 대성당 <사진=노트르담 대성당 공식 트위터 제공>


전 세계가 주목한 노트르담의 불길...‘비통’

이번 화재 피해와 관련해 전 세계가 ‘비통’하다며 슬픔의 뜻을 보내왔다.

화재 당시 SNS로 상황이 공유됐다. 한 시민은 화재 현장을 바라보며 모여든 수백 명의 파리 시민들이 무릎을 꿇고 ‘아베 마리아(Ave Maria)’를 부르는 영상을 트위터로 공유했고, 17일 오전 11시 기준 전 세계적으로 1570만회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16일 SNS 계정을 통해 “노트르담 대성당은 인류 역사의 중요한 보물 중 하나다. 우리 모두의 상실”이라며 슬픔을 표시하고 “재건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인류애는 더 성숙하게 발휘될 것”이라고 응원의 뜻을 전했다.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찰스 왕세자는 “깊은 슬픔에 잠겼다”고 전했다. 16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찰스 왕세자는 마크롱 대통령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노트르담 대성당은) 인류의 보물이며, 이런 끔찍한 화재로 파괴되는 것은 엄청난 비극이며 참을 수 없는 고통”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이번 화재와 관련해 프랑스 정부가 복구 지원 등을 요청하면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슬픔과 위로의 뜻을 전했다.

 

15일 오후 11시 30분쯤 노트르담 대성당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민적,국제적 모금을 하겠다고 밝히는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사진=마크롱 대통령 공식 유튜브 캡쳐>
▲ 15일 오후 11시 30분쯤 노트르담 대성당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민적,국제적 모금을 하겠다고 밝히는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사진=마크롱 대통령 공식 유튜브 캡쳐>


재건 위한 모금 시작...‘국제적 모금’에 싸늘한 반응도

마크롱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오후 11시 30분쯤 노트르담 대성당 인근에서 노트르담 대성당 재건을 위해 국민적·국제적인 모금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프랑스 대기업과 주요 가문들이 이 모금에 거액을 쾌척하며 하루만에 약 7억유로(약 9000억원)이 모였다. 16일 가디언과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프랑스의 ‘큰손’들은 거액을 기부했고, 국민들의 소액모금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고급 패션 브랜드 구찌와 이브 생로랑 등을 소유하고 있는 케링그룹의 프랑수아 앙리 피노 회장은 가장 먼저 1억 유로를 내놓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경쟁사 루이뷔통모에헤네시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도 2배인 2억유로를 지원하겠다고 나섰다.

이외 정유사 ‘토탈’이 1억유로, 화장품기업 로레알과 이를 이끄는 베탕쿠르 가문이 각 1억씩을 내놓았다. 기업들과 주요 가문들이 모금한 액수만 하루 동안 7억 유로에 이른다.

파리 시 당국은 5000만 유로를 내놓기로 했고, 프랑스헤리티지 재단은 16일 정오까지 200만 유로를 모금했다고 밝혔다. 

국제적 모금에도 힘이 보태지고 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는 기부와 더불어 회사 차원에서 복원 노력에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으며, 유네스코도 복구를 돕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프랑스의 ‘국제적 모금’에 일각에선 싸늘한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프랑스가 식민지 통치 시기 불법으로 반출한 문화재를 돌려주지 않고, 막대한 관광수익을 내면서 ‘국제적 모금’을 하겠다는 데에 대한 불만이었다. 

누리꾼들은 프랑스가 병인양요 당시 외규장각 의궤와 유물을 약탈하고 불태웠다는 사실과, 1860년 아편전쟁 당시 프랑스군과 영국군이 청나라 황실 정원 원명원을 불태운 사실을 언급하며 “노트르담 대성당의 화재는 안타깝지만, 프랑스의 국제 모금은 이해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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