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물의 빚은 연예인 이름 딴 시설 존폐 두고 고심 중
환경보호·선행 일환으로 만들어진 ‘스타 숲’...연예인 논란에 빛바랜 팬들의 정성
철거 요구 많지만 쉽지 않아...기부한 팬들과 합의 필요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로이킴 숲 내부의 로이킴 나무 <사진=트리플래닛 공식 페이스북 제공>
▲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로이킴 숲 내부의 로이킴 나무 <사진=트리플래닛 공식 페이스북 제공>

[폴리뉴스 이지혜 기자]  최근 일부 연예인들의 심각한 사회적 물의가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해당 연예인들의 이름을 사용한 시설이 지역의 애물단지로 전락해버렸다. 시민들은 “철거해달라”는 문의를 쏟아내고 있고, 지자체들은 고심 중이다. 

버닝썬 사태로 인해 논란의 중심에 선 그룹 빅뱅 출신의 승리(본명 이승현,29), 가수 로이킴(본명 김상우, 26), 그룹 FT아일랜드 출신의 최종훈(29) 뿐만 아니라 남양유업 외손녀 황하나씨(31)와 함께 마약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 그룹 JYJ 출신 박유천(33)의 이름을 딴 시설이 철거 위기에 놓여있다. 

해당 연예인의 이름을 딴 시설에 불만이 들어오고 있지만, 지자체는 함부로 시설을 훼손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시설이 팬들의 기부와 봉사로 인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철거 이전에 팬들과의 합의가 필요하다.

사회적 기업 트리플래닛은 2012년부터 ‘스타 숲 프로젝트’를 통해 연예인의 이름을 건 숲을 조성해왔다. 팬들이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금액을 모으면 팬덤, 지자체와 부지 및 나무 종류 등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나무를 심은 후 숲에 스타의 이름을 붙이는 방식이었다.

이러한 이벤트는 환경에 기여하며 선행의 일환이라는 점에서 인기를 끌었고, 국내외에 많은 스타들의 현판을 내건 크고 작은 숲이 조성됐다. 이 중엔 ‘승리 숲’과 ‘로이킴 숲’, ‘용준형 숲’등도 있다. 

인천 계양구에 위치한 ‘박유천 벚꽃길’은 팬들이 서부천 생태하천 만들기 캠페인에 동참하는 봉사와 기부 활동을 하면서 2013년 만들어졌다. 해당 길에는 박유천과 관련된 벽화, 박유천의 발언이나 자작곡 가사 등을 적은 34개의 석판이 설치돼 있다. 

시설들은 한 때 팬들의 ‘성지’이자 주민들의 쉼터가 됐지만, 결국 연예인의 잘못 때문에 사회적으로 선한 영향을 의도했던 팬들의 정성이 빛이 바래게 되어 버렸다. 

인천 계양구에 위치한 박유천 벚꽃길의 벽화 <사진=계양봉사단 해피빈 공식 홈페이지 제공>
▲ 인천 계양구에 위치한 박유천 벚꽃길의 벽화 <사진=계양봉사단 해피빈 공식 홈페이지 제공>

문제 일으킨 연예인 이름 딴 시설 놓고 고민에 빠진 지자체들

인천 계양구 ‘박유천 벚꽃길’은 존폐 위기에 놓였다. 박유천이 최근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31)와 함께 마약을 투약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계양구청에는 “박유천 벚꽃길을 철거해달라”는 민원이 빗발쳤다. 해당 숲을 만든 봉사단체는 팬들과의 협의가 필요하다며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연예인 관련 시설물이 다량 위치한 강남구청은 더 골머리를 앓고 있다. 강남구청은 최근 갤러리아백화점 앞 K-스타 로드에 있는 곰 형상 아트 토이 ‘강남돌’ 속 최종훈의 이름을 삭제했다. 

‘로이킴’숲은 서울 강남구 개포동에 위치해있다. 이 공간에는 “로이킴의 팬들이 로이킴의 앨범 발매를 기념해 만든 로이킴 숲”이라는 내용의 팻말과 함께 빨간 우체통, 정자의 ‘가수 로이킴 숲’이라는 팻말이 있었다.

강남구청은 로이킴이 음란물 유포 혐의로 입건되자 “자체 판단으로 로이킴 숲에서 로이킴의 표식을 제거했다”고 밝혔지만 아직 팬들이 숲을 조성했다는 내용을 담은 팻말은 제거되지 않았다. 

우체통과 정자는 로이킴이 기증한 것이라 구청 소유지만, 푯말 제거에는 숲 조성에 참여한 팬들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승리숲’도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해있다. 이 숲 인근에 초등학교와 고등학교가 있어 인근 주민들이 부정적인 반응을 토로하는 상황이다. 강남구는 따로 팻말을 제거하겠다고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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