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바 분식회계’ 그룹 차원 증거인멸 정황 파악…관련자 2명 오늘 구속 여부 결정

검찰이 지난 28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증거인멸 혐의를 받는 삼성전자 TF 소속 임원을 소환조사했다. <사진=연합뉴스>
▲ 검찰이 지난 28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증거인멸 혐의를 받는 삼성전자 TF 소속 임원을 소환조사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강민혜 기자] 과거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로 불린 미래전략실 출신 삼성전자 임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증거 삭제를 지시한 혐의로 검찰에 소환됐다. 지워진 기록엔 이재용 부회장 경영권 승계작업 관련 자료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그동안 ‘계열사의 문제’라며 해당 사건과의 연관성을 강하게 부정해 온 삼성의 입장과 전면 배치되는 정황이다.

29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송경호 부장검사)는 전날 삼성전자 상무 A씨를 증거인멸 등 혐의를 받는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검찰은 삼성바이오의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 직원들이 분식회계 관련 회계자료 및 내부 보고서 등을 삭제할 때 A씨가 현장에서 이를 지휘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A씨는 지난 2017년 해제 된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출신이다. 현재는 미전실의 후신이라고 불리는 삼성전자 사업지원 TF 소속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업지원 TF의 IT전문인력들과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찾아가 직원들의 노트북, 휴대전화 등을 검사하고 문제가 될 만 한 기록을 삭제한 혐의를 받는다. 지워진 기록은 분식회계와 이 부회장 경영권 승계작업 관련 자료 등이다. TF직원들은 당시 삼성전자 소속인 사실을 숨기고 에피스 직원들을 별도 공간으로 소환, 휴대전화 등을 조사한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앞서 금융당국이 삼성바이오에 대한 특별감리를 벌일 2017년 당시 에피스가 윗선 지시에 따라 자체적으로 분식회계 관련 자료를 삭제 또는 조작했으며, 이후 검찰 수사가 예상되자 A씨의 현장 투입이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전날 A씨를 소환해 어떤 경로로 누구에게 지시를 받아 증거인멸에 가담했는지를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지난 25일 검찰이 증거인멸의 현장책임자로 지목한 뒤 구속영장을 청구한 삼성바이오에피스 경영지원실장 양모씨는 자체 판단으로 자료를 삭제했다고 하면서도, A씨와 함께 작업했다는 사실은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 역시 윗선의 개입 여부에 대해선 진술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옥. <사진=연합뉴스>
▲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옥. <사진=연합뉴스>


검찰은 현재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증거의 인멸이 장기간동안 조직적으로 이뤄졌다는 점, 삼성전자 TF 소속 임원이 증거인멸 현장에 투입되었다는 점에 집중하고 있다.

과거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로 불리던 미래전략실은 지난 2017년 2월 해체됐고, 기존 미전실 업무는 삼성전자·삼성생명·삼성물산 산하 3개 TF로 분산됐다. 다만 그룹 차원의 핵심 임무는 삼성전자 사업지원 TF가 물려받았다.

즉 삼성전자 TF 임원이 투입돼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관련 자료를 삭제했다는 건, 삼성이 해당 사건과 이 부회장 경영권 승계작업의 연관성을 알고 미리 조치를 취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그동안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에선 두 회사 합병 당시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수월하게 하려고 제일모직이 최대 주주로 있는 삼성바이오가 분식회계를 저지른 것 아니냐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참여연대는 지난해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삼성바이오의 4조5000억 규모 고의 분식회계 결론을 발표한 직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승계 과정 전반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적절성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는 입장문을 내기도 했다.

참여연대는 입장문에서 “삼성바이오 분식회계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간 불공정한 합병비율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함이라는 불순한 동기에서 기인했기 때문에 증선위가 이를 고의 분식회계로 판단한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결론”이라며 “이번 증선위의 분식회계 결론은 삼성 문제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과거 두 회사의 합병 당시 주식 교환비율을 살펴보면 제일모직은 1, 삼성물산은 0.35였다. 삼성물산이 상대적으로 낮은 가치로 평가받았던 만큼 주주들의 반발은 거셌다.

삼성물산의 주주였던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도 지난해 7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승인하는 과정에서 한국 정부의 부당한 조치로 손해를 봤다며 한국 정부를 상대로 8000억 원대 ISD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이에 따라 이번 검찰 수사가 대법원에 계류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관련 재판에 영향을 미칠지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앞서 이 부회장은 2심 재판에서 제3자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가 무죄 판결을 내린 건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줄 당시 이 부회장의 경영 승계 작업이 진행되지 않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즉 경영 승계 작업이라는 현안 자체가 없었으므로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건네며 암묵적으로 청탁할 일도 없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는 묵시적 청탁이 있었다고 보고 뇌물죄 혐의를 인정한 박 전 대통령의 항소심 판결과는 반대되는 결과다.

하지만 검찰 수사에서 삼성바이오 분식회계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 연관성이 드러나면, 박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줄 당시 삼성에 이 부회장 승계 작업이라는 현안이 존재했다고 해석할 만한 여지가 생긴다. 이는 2심 무죄 판단의 근거와 배치되는 것이다.

한편 검찰은 지난 25일 구속영장을 청구한 삼성바이오에피스 경영지원실장 양모씨와 부장 이모씨의 신병을 확보해 증거인멸 지시가 어떤 경로로 내려갔는지 추궁할 방침이다. 양씨와 이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이날 오전 10시30분 서울중앙지법 신종열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다.

이들은 지난 2017년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모회사 삼성바이오에 대한 금융감독원 특별감리와 이후 검찰 수사에 대비해, 자사 직원 수십 명의 노트북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뜻하는 ‘JY’나 ‘합병’, ‘미전실’ 등 단어를 검색해 문건을 삭제하는가 하면 일부 회계자료는 아예 새로 작성해 위조한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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