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청계천로 전태일 열사 분신 장소 인근에 ‘전태일 기념관’ 개관
박원순 “노동존중을 위한 노력, 이곳에서부터 전태일이 꿈꿨던 세상으로 흘러갈 것”

아름다운청년 전태일기념관 <사진=폴리뉴스>
▲ 아름다운청년 전태일기념관 <사진=폴리뉴스>

[폴리뉴스 이지혜 기자] 서울 종로구 청계천로에 전태일 열사를 기리고 노동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아름다운청년 전태일 기념관’이 30일 개관식을 가졌다. 기념관은 오는 1일 ‘근로자의 날’에 정식 개관한다. 

전태일기념관은 연면적 1천920㎡ 규모로, 전태일의 삶을 조망할 수 있는 상설전시공간, 노동교육장, 노동권익활동과 미조직 노동자단체가 이용할 수 있는 공유사무실 ‘노동허브’ 등으로 구성됐다. 5층에는 부당노동 사건 상담과 권리구제를 지원하는 ‘서울노동권익센터’가 입주했다. 

이날 개관식에는 박원순 서울시장, 신원철 서울시의회 의장, 심상정 정의당 의원 등을 비롯해 백기완 통일연구소장, 이수호 전태일재단 이사장,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 등이 참여했다.

전태일기념관 4층 '노동허브' <사진=폴리뉴스>
▲ 전태일기념관 4층 '노동허브' <사진=폴리뉴스>

박원순 시장은 “스스로 불꽃이 된 전태일이라는 이름, 시대의 어둠을 뚫고 이 이야기를 우리에게 전달했던 조영래라는 이름, 전태일이라는 이름에 기꺼이 우산이 되어주셨던 문익환이라는 이름, 한 청년의 어머니에서 이 땅의 모든 노동자의 어머니가 되신 이소선이라는 이름. 전태일 기념관은 이런 이름들이 만나는 곳”이라고 밝혔다. 

‘전태일이 근로감독관에게 보낸 진정서’가 낭독되는 가운데 제막식이 진행됐다. 이후 개관식을 진행한 후 기념관을 둘러본 참가자들은 6층 옥상공원에서 도시락을 먹으며 전태일을 떠올렸다. 4층 ‘노동허브’를 본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여기서 회의를 한 번 잡아야겠다”며 웃기도 했다. 

제막식을 진행하는 참가자들 <사진=폴리뉴스>
▲ 제막식을 진행하는 참가자들 <사진=폴리뉴스>
축사하는 신원철 서울시의장 <사진=폴리뉴스>
▲ 축사하는 신원철 서울시의장 <사진=폴리뉴스>


“사람을 주인인 세상을 만드는 것이 전태일을 기념하는 것”

개관 축하영상에서 “과도하다고 말씀하실지는 몰라도 전태일은 제 삶의 의미”라고 밝힌 박원순 시장은 개관식 축사에서 자신을 “노동존중특별시장”이라고 칭했다. 
박 시장은 “다른 좋은 장소도 있었지만 역시 불꽃이 된 전태일 열사의 현장이 가장 가까운 곳에 있다는 이곳을 선택해서 오늘 개관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땅의 노동과 인권을 위해 피땀 흘려온 노고와 삶과 의지가 흘러 이곳까지 이르렀다. 이곳에서부터 노동존중으로 가는 노력들이 우리가 꿈꾸고 전태일이 꿈꿨던 또 다른 세상으로 흘러갈 것임을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신원철 의장은 “전태일이라는 이름은 학자의 길을 가려고 했던 저에게도 여기까지 오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신 의장은 “대한민국이 지금보다 노동존중이 잘 이뤄지는 사회로 한 걸음 내딛는 공간이 되기를 기대하고 다짐한다”고 덧붙였다. 

백기완 통일연구소장은 “우리 태일이의 목숨을 빼앗은 자가 누군가. 바로 돈이다. 그래서 태일이를 땅에 묻으면서 우리들은 돈이 중요한 세상도 땅에 묻자고 다짐을 했는데 그로부터 50년이 지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백 소장은 “돈이 주인인 세상을 뒤집어엎어야한다. 사람을 주인인 세상을 만드는 것이 태일이의 뜻을 오늘에 관철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별전시 중인 '태일피복' <사진=폴리뉴스>
▲ 특별전시 중인 '태일피복' <사진=폴리뉴스>
기념쪽지를 작성하는 박원순 시장과 심상정 의원 <사진=폴리뉴스>
▲ 기념쪽지를 작성하는 박원순 시장과 심상정 의원 <사진=폴리뉴스>


“영원한 전태일을 위하여”

이수호 전태일기념관장의 안내와 함께 기념관 관람이 진행됐다. 3층 상설전시관 ‘이음터’에서는 전태일의 어린시절 사진, 어린 여공들에게 풀빵을 나눠줬던 일화, 전태일이 제출했던 진정서 등이 전시되어 있었다. 

또한 전태일 사후 어머니 이소선 여사의 활동, 노동운동의 변화도 살펴볼 수 있었다. 특별전시관에는 개관특별전으로 ‘모범업체 <태일피복>’ 전시가 운영 중이었다. ‘태일피복’은 전태일이 사업방침 등을 꼼꼼히 적어 만든 모범업체 설립 계획서를 그대로 옮겨놓은 가상의 회사다. 

관람객이 직접 작성할 수 있는 기념쪽지에 박원순 시장은 ‘노동존엄의 꿈, 실현하겠습니다’, 심상정 의원은 ‘노동이 당당한 나라, 전태일과 함께 만들어가요’라고 썼다. 

6층에서 이뤄진 다과에서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영원한 전태일을 위하여”라고 건배사를 했다. 

전시를 둘러보고 있는 심상정 의원과 박원순 시장 <사진=폴리뉴스>
▲ 전시를 둘러보고 있는 심상정 의원과 박원순 시장 <사진=폴리뉴스>

심상정 의원은 이곳에서 이뤄진 기자들과의 대화에서 본인이 어릴 적 구로공단에서 일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는 “제가 교육자가 꿈이었지만, 동료들이 수많은 산재를 당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렇게 정직하고 든든하고 성실한 노동자들에게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이 주어지고, 자기 노동의 대가를 정당하게 받는 사회야말로 정말 민주주의 사회가 아닌가. 내가 있어야 할 곳은 여기다’라고 생각해서 20년 동안 노동운동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가 그렇게 살았던 힘이 바로 ‘전태일 정신’이었다. 전태일은 청년 심상정에게 사회를 바라보는 눈을 깨우쳐줬고 양심과 정의의 열정을 불러일으켜줬다”고 강조했다. 

심 의원은 “전태일 기념관을 통해 보통 시민의 꿈과 희망으로 함께 발전해나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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