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노조, 내달 15일 버스 2만여대 파업 예고
손실임금보전·버스요금현실화·준공영제 확대 요구, 지자체 ‘버스요금 인상’에 ‘난감’

강릉에 본사를 둔 동해상사고속 노동조합이 파업에 들어간 29일 오전 속초와 고성지역 노선을 운행해온 시내버스들이 속초ㆍ고성 영업소 차고지에 멈춰서 있다. <사진=연합뉴스>
▲ 강릉에 본사를 둔 동해상사고속 노동조합이 파업에 들어간 29일 오전 속초와 고성지역 노선을 운행해온 시내버스들이 속초ㆍ고성 영업소 차고지에 멈춰서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이지혜 기자] 오는 7월 ‘주52시간 근로제’시행을 앞두고 전국 노선버스 노동조합이 지난 29일 동시에 쟁의조정을 신청했다. 이들은 노사간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오는 15일 전국적 파업을 벌이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쟁의조정 신청에는 전국 버스사업장 479개 중 234개 노동조합이 참여했다. 버스 차량 2만 138대, 참여 인원은 4만 1280명에 이른다.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은 “짧게는 3년, 길게는 7년 동안 버스요금이 동결된 상황에서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대폭적인 임금 삭감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사간 교섭이 한계에 부딪힌 상태”라며 갈등이 불가피함을 밝혔다.

강원도의 동해상사 소속 버스들은 이미 지난 29일 강릉·고성·속초·동해 4개 시·군 77개 노선의 시내·시외버스 129대를 운행 중단했다. 

국토부는 당장 보름 앞으로 다가온 ‘버스대란’을 막기 위해 식은땀을 흘리고 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지난 26일 오후 경기도청을 방문해 이재명 경기도 지사를 비공개 면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장관은 이 지사에게 오는 7월 주52시간제 시행에 따라 도내 버스요금 인상에 협조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이 지사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지사는 수도권 환승할인 문제가 연결되어 있어 경기도만 인상할 경우 서울시와 인천시가 올리지 않은 부분을 다 떠안게 된다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서울시는 이미 ‘버스 준공영제’를 실시 중으로, 굳이 시민들의 불만을 살 만한 요금 인상 정책을 선택할 이유가 없다.

지자체들이 버스 요금 인상에 소극적으로 나오면서 국토부가 상황을 타개할 방안을 찾는데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 3월 20일 열린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대표자회의에서 29일 전국 동시 쟁의조정신청을 결정했다 <사진=자동차노련 제공>
▲ 지난 3월 20일 열린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대표자회의에서 29일 전국 동시 쟁의조정신청을 결정했다 <사진=자동차노련 제공>

버스노조 “주 52시간제, 임금감소 문제·인력부족 해결해야”

버스노조가 가장 우선시 한 요구사항은 ‘임금감소 문제의 해결’이다.

노선버스는 지난 해 7월 31일 노동시간 단축 특례업종에서 제외됐다. 당시 버스기사의 장시간 근로와 졸음운전으로 인한 사고가 잇따르자 노동자의 건강권과 시민의 안전권을 고려해 내려진 결정이다.

주52시간제가 시행되면, 현재 최대 68시간 근무가 가능했던 버스 노동자들의 초과근무가 불가능해진다. 경기도의 버스운전 기사들은 1일 17시간 안팎을 일했지만, 월 3~4일 정도 근무가 줄어들어 월 80~100만원의 임금이 줄어들게 된다. 

자동차노련은 “저임금-장시간 운전에 기반한 버스운전기사의 임금은 격월 또는 연간 2~3회 받는 상여금을 포함해도 전국 평균 346만원”이라며 “월 평균 노동시간이 51.8시간 많음에도 불구하고 전산업 5인 이상 상용직의 월평균 임금 389만원보다 43만원 적다”고 호소했다.

이어 “버스운전기사는 기본급이 49%에 불과하고 연장근로 등에 따른 초과임금이 32%, 특별급여가 19%에 달한다”며 “노동시간이 단축되고 초과임금이 사라지면 가정경제가 휘청거릴 수 밖에 없는 기형적인 임금 구조”라고 지적했다.

또한 주52시간제가 시행되면서 발생하는 인력부족 문제도 우려의 대상이다. 

정부는 연말까지 15000명의 인력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추산했지만, 근로기준법이 개정된 지난해 7월 말 기준으로 올해 2월 말까지 신규채용된 버스운전 기사는 1258명에 그친다.

자동차노련은 “사업주와 지방자치단체가 이에 대한 어떠한 대책도 내놓지 못하는 상황에서 버스 운행 파행은 불가피하다”며 버스운행 축소는 결국 시민들의 불편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버스문제, 중앙정부가 해결하라”

자동차노련은 “사업주와 지자체가 이미 한계에 도달한 상황에서 이제는 중앙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대중교통 환승손실금과 광역버스 등에 대해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모든 재정적 책임을 부담하는 상황”이라며 “지자체들은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단축된 시간만큼 신규 인력 충원ㆍ버스운행 유지를 위한 적자비용 등을 지원해야 하는 상황에서 재정적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15년 12월 기준으로 전국의 환승할인 손실금은 약 1조 3950억원에 달한다.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함진규 자유한국당 의원 등이 이를 보완하기 위한 교통시설특별회계법 개정안,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을 각각 발의했지만 국회 파행으로 상정되지 못하고 있다.

자동차노련은 “중앙정부가 지방자치단체에 재정을 지원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책임감있는 태도를 촉구했다. 또한 버스요금을 현실화하는 방안, 버스교통 정상화와 공공성 강화를 위해 버스 준공영제의 조속한 전국 확대를 요구하기도 했다.

준공영제가 도입되면 지자체는 버스의 운송 수익 손실 100%를 세금으로 보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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