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트랙 정국 후 “사퇴 없다”, 당 수습 들어간 손학규 김관영
손잡은 바른정당계‧안철수계 “퇴진” 압박
‘비상대책위 구성’ ‘총선에서 한국당 등과 선거연대 추진’ 주장도 제기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왼쪽)와 김관영 원내대표(왼쪽 두번째)가 30일 국회 기자회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왼쪽)와 김관영 원내대표(왼쪽 두번째)가 30일 국회 기자회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정국 속에서 극심한 내홍을 겪으면서 사실상 심리적으로 분당한 바른미래당의 주도권 싸움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바른미래당은 창당 이후 지금까지 바른정당계와 국민의당계가 극심한 노선 갈등을 겪어오다 4‧3보궐선거 패배 이후 지도부 총사퇴론을 두고 정면 충돌했다.

이 과정에서 바른미래당은 다시 국민의당계가 호남계와 ‘안철수계’로 나눠지면서 국민의당은 한지붕 세 가족이라는 비아냥거림까지 나왔다. 박주선 김동철 의원 등 호남계는 현 지도부 체제 유지를 주장하며 민주평화당과 통합해 제3지대를 꾸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태규 의원 등 원내외 친안철수계는 손학규 대표 퇴진을 주장하며 바른정당계와 같은 목소리를 냈다.

이런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과 함께 추진한 선거제‧개혁입법 패스트트랙 과정에서 당은 극심한 갈등이 공개적으로 표출됐고 사실상 심리적으로 분당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바른정당계의 극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김관영 원내대표가 추진한 패스트트랙 합의안은 ‘12대 11’, 한 표 차이로 아슬아슬하게 추인됐고 이후 김 원내대표가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서 오신환·권은희 의원 사보임을 강행하면서 갈등이 폭발됐다.

유승민 하태경 지상욱 의원 등 바른정당계와 함께 이태규 의원 등 안철수계까지 손을 잡고 손학규 대표 탄핵과 김관영 원내대표 불신임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며 두 사람의 퇴진을 압박했다.

바른정당계와 안철수계는 사보임 철회를 강력하게 요구했지만 김 원내대표는 사보임에 대해 사과하면서도 사보임을 철회하지는 않았다. 결국 김 원내대표는 민주당에 권은희 의원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을 별도로 발의해 패스트트랙에 지정해줄 것을 요청하는 우회로를 택해 패스트트랙 지정을 성공시켰다.

손학규 대표와 김관영 원내대표는 30일 패스트트랙 지정에 대해 “한국 정치의 새길을 열고 새판을 짜는 첫걸음”이라고 평가하며 내부 통합을 시도했다. 패스트트랙 반대파들의 사퇴 요구는 수용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 때문에 정치권 안팎에서는 손학규 대표, 김관영 원내대표를 비롯한 호남계 의원들과 바른정당계‧안철수계의 주도권 싸움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미 심리적 분당을 했지만 당장 탈당하기보다는 정계개편 정국 속에서 유리한 협상의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당이라는 ‘외피’를 서로 지키기 위해 ‘누가 당을 먼저 나가느냐’의 싸움을 한동안 계속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손학규 “비 온 뒤 땅 더 굳어져, 바른미래 중심 잡고 총선 승리”
    하태경 “손학규 김관영 퇴진 비대위 체제…유승민 탈당 절대 안한다”

손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협상 과정에서 당이 분란과 내홍을 겪었던 점에 대해서는 대표로서 송구스러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며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축소·기형화됐고 처리 과정에서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되는 등 아쉬움도 많았다. 최악을 피하기 위해 차악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강조했다.

손 대표는 패스트트랙을 둘러싼 당내 갈등과 관련해 “비 온 뒤에 땅이 더 굳어지듯 당이 더 단합해서 한국 정치의 구도를 바꿔나가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한 뒤 “제3의 길이 열려있는 만큼 바른미래당이 중심을 잡고 총선에서 승리하는 길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관영 원내대표도 기자회견에서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사보임을 통해 권은희·오신환 의원에 상처를 준 점에 대해 다시 한번 죄송하다”면서도 “그러나 이는 국민과 한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에서 비롯됐다”며 이해를 구했다.

이어 김 원내대표는 “당의 상처를 이제는 우리당 의원들이 역지사지하는 마음으로 서로 치유해 주고 배제가 아닌 통합, 비난이 아닌 위로를 해주자”고 호소하며 눈물을 보였다.

그러나 바른정당계와 안철수계는 손 대표와 김 원내대표 사퇴를 거듭 압박했다. 손 대표와 김 원내대표가 퇴진하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꾸려야 한다는 주장과 총선에서 자유한국당 등과의 선거 연대도 가능하다는 전략도 제기됐다.

하태경 의원은 이날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손학규 김관영 사퇴, 아마 중간 과정에서 과도적 비대위가 있을 거고 그 이후 체제는 그 과정에서 아마 정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하 의원은 ‘비대위원장은 이쪽에서 하는 건가’라며 유승민 의원이 비상대책위원장을 맡는 방안을 묻자 “그 부분은 의원 다수의 합의로 진행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하 의원은 탈당 가능성에 대해서는 “유승민 대표도 탈당 절대 안 하고 이 당을 키우겠다 이 생각을...”이라고 부인했다.

하 의원은 또 ‘한국당과 선거연대를 하려는 거 아닌가’라는 질문에는 “선거연대 할 수 있다. 후보단일화는 충분히 할 수 있다”며 “우리가 민주당한테 3당, 4당 구도로 가면 다 질 건데, 자기들은 선거연대, 단일화하면서 우리는 뭐 못하란 법이 어디 있나. 심지어 우리는 민주평화당 하고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 의원은 안철수계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안철수계도 우리랑 힘을 합쳤기 때문에 사실상 바른미래당의 최대 계파가 된 것”이라며 “우리가 이 당의 주인이다. 창업주이기도 하고, 미래의 주인이기도 하다, 이 부분을 명확히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철수계 이태규 의원은 이날 BBS 라디오 ‘이상휘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김관영 원내대표의 사보임 조치와 관련 “본인이 행한 행위에 대한 정치적 책임 문제가 남는 것”이라며 “본인이 한 행위에 대해서 정치적으로 책임을 지는 것이 정치의 상례이고 정치의 도의에 맞다 이렇게 생각한다”고 김 원내대표 사퇴를 압박했다.

이 의원은 “살아 있어도 사실 죽은 게 있는 것이고 죽어 있어도 살아 있는 게 정치인데 그런 관점에서 본인이 현명하게 판단할 수 있다고 생각이 든다”며 “이 부분이 계속해서 어떤 당의 분열과 갈등을 일으키는 요소로 남아 있으면 안 된다. 본인 임기가 6월 달이면 어차피 끝난다”고 강조했다.

 

SNS 기사보내기

관련기사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