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세에 제공하는 기초사료 이상의 의미는 기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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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마치고서 계속 머리 속을 떠나지 않고 맴도는 응어리들이 있었다.

이것들을 덧붙이는 글로 남겨야 나 자신도 객관성을 유지했다는 자위를 느낄 수 있을 성싶다.

나는 이 인터뷰에서 DJ와 YS에 대해서 비판적으로 기술했다. 그들이 재야민주화운동세력과 연대하고 함께 민주화운동을 벌였는데도 말이다.

YS도 초산테러를 당했다든가 야당총재로서 김일성과의 남북협상회담을 제안하여 의원직박탈을 당했다든가 하는 정치적 박해를 당했지만 DJ에게는 비할 바가 되지 못했다.

DJ는 71년 박정희와 대통령 선거에서 대결한 뒤, 73년 일본에서 납치당한 다음 80년 광주항쟁 배후조종 혐의로 전두환 군사독재정권으로부터 사형선고를 받았다.

DJ와 YS 이 두 사람은 오늘의 한국 민주화를 이룩하는데 큰 기여를 한 인물들임에 분명하다.

이 두 사람 말고도 이승만 김구 박정희 김일성 박헌영 등 현대 한반도의 운명에 깊이 간여한 정치인들의 생애를 생각하면서 떠오르는 인물과 저서가 니콜로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이었다.

체사레 보르지아, 그가 <군주론>의 주인공이다. 정치적 모략과 암살, 정략결혼과 뇌물, 냉혹한 배신과 과감한 연합 등 이른바 권력이라는 것으로 동원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려한 체사레를 마키아벨리는 가장 모범적인 군주로 묘사했다. 정치는 종교나 도덕의 기준에 구속받지 않는 별스런 세계로 기술해놓았다. 분열하여 쇠퇴하는 이태리의 도시국가 피렌체를 프랑스, 스페인 등 강대국들로부터 교황권력까지 빌려 유지하려던 체사레의 필사적 노력은 그 어떤 수단 방법을 동원했든지 정당하다는 것이었다.

1987년의 양김의 적전분열, 89년의 노태우 중간평가 폐기 흥정, DJ의 정계복귀와 야당 분당, 수많은 선거에서의 부정한 정치자금과 공천헌금 수수, 지역주의의 조장과 활용 등은 정권교체와 남북관계 진전이라는 것이 고상한 목적이라고 하여 정당화 될 수 있는가. 모든 수단 방법을 동원, 권력을 획득하여 자신과 국민 다수가 동의하고 희구하는 국가적 과제를 실현해나가는 정치인은 권력을 획득하는 과정에 저지른 과오에 대해서 후세의 너그러운 정당화의 판결을 받을는지 모른다.

더욱이 국민의 정당한 요구를 압살하거나 전쟁을 일으켜 수많은 인명을 희생시킨 것이 아닌 한, 국내의 정쟁과정에 민의를 무시했거나 부정을 저지른 행위는 비교평가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여기 기술된 인터뷰 내용은 약 20여년에 걸친 나 자신이 간여한 짧은 <정치적 연대기>이다.

그러므로 나 자신의 주관이 개입되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측면을 감안하고 읽어주셨으면 한다.

한국전쟁 이후의 한국 정치사는 <격동의 50년>등 지나친 수식이 따라다니곤 해도 ''찻잔 속의 태풍''이라는 게 나의 인식이다.

4.19혁명, 5.16쿠데타, 유신체제, 87년 6월항쟁 등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우리 아버지, 할아버지 세대가 사셨던 의병전쟁과 망국, 일제치하의 수탈 징병 징용과 해외이주, 좌우대립과 6.25전쟁 등 ''떼죽음의 시대''와는 비교할 수 없는 상대적으로 ''평화로운 시대''였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 시대에 대한 기술과 증언도 그런 현실인식에 의거해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좀 더 엄정하고 객관적인 관점으로 민주화와 산업화에 대한 비판적 정리가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그런 뜻에서 나의 이번 특집 참여가 후세에게 제공되는 기초사료로 활용되기만 해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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