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실한 크리스찬’ 황교안, 한기총과 손잡았다
‘합장 논란’에 조계종 “유감”VS한기총 “월권”....종교계 갈등으로 번졌다
전광훈 목사, 설교 중 “빨갱이” 발언, 선거법 위반 소지 있어  

12일 경북 영천 은해사에서 열린 봉축법요식에 참석해 합장하지 않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사진=연합뉴스>
▲ 12일 경북 영천 은해사에서 열린 봉축법요식에 참석해 합장하지 않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이지혜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합장 논란’에 보수기독교계가 일제히 ‘황교안 지키기’에 나섰다.

황 대표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잘 알려져 있다. 황 대표는 사법연수원 시절 수도침례신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해 전도사 자격을 얻었으며, 이후에도 신앙생활을 활발히 해오고 있다.

황 대표는 이런 이유로 보수기독교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특히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황 대표를 향해 열렬한 지지를 보내고 있다.

황 대표는 지난 해 연말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수여하는 ‘한국교회 자랑스러운 지도자상’ 대상에 선정되기도 했다. 황 대표 역시 ‘한국교회의 밤’ 행사에서 축사를 통해 “지난 29년간 한기총이 역할을 감당해 왔다.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한기총이 힘을 합해 이 땅이 복음과 은혜가 가득한 나라가 되도록 잘해 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올해 2월 전광훈 목사가 한기총 회장에 새로 취임했다. 전 목사는 3월 한기총을 방문한 황 대표를 향해 “하나님께서 일찍이 준비하셨던 황교안 대표님을 자유한국당의 대표님으로 세워주시고 ‘이승만 대통령 그리고 박정희 대통령을 이어가는 세 번째 지도자가 되어 줬으면 좋겠다’는 욕심을 가지고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후 전 목사는 설교 중 황 대표를 공개 지지하는 발언을 연이어 하면서 일각에서는 ‘선거법 위반’이 되지 않느냐는 비판이 나왔다. 전 목사는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한기총과 황 대표의 아슬아슬한 ‘밀월’관계는 황 대표의 지지율에 영향을 미친다. 

낙태죄 반대, 동성애 반대 입장을 공개적으로 펼치면서 정치인으로서의 포용력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는 반면, 황 대표는 보수 기독교층의 지지를 확실히 모으고 있다. 다만 전 목사의 경우와 같은 ‘위험발언’이 계속된다면, 중도 지지층의 마음은 어디로 흐를지 예측할 수 없다. 

한편 안동 유림단체의 김종길 도산서원 선비문화수련원장은 지난 13일 황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보수가 궤멸해가는 이 어려운 처지를 건져줄 우리의 희망의 등불이오, 국난극복을 해결해 줄 구세주”라고 발언해 유림 내부에서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논란이 인 바 있다. 


황교안의 ‘합장 논란’, 종교계 갈등으로 번졌다

황교안 표는 지난 12일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경북 영천 은해사에서 열린 봉축법요식에 참석했다. 황 대표는 이자리에서 불교식 예법인 합장을 하지 않고 두 손을 가지런히 모은 채 행사에 참여했다.

대한불교조계종은 이와 관련해 지난 22일 보도자료를 내고 황 대표에게 깊은 유감을 표명햇다. 

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는 “남을 존중하고 포용하기보다는 나만의 신앙을 우선으로 삼고자 한다면 공당의 대표직을 내려놓고 자연인으로 돌아가 독실한 신앙인으로서 개인의 삶을 펼쳐 나가는 것이 오히려 황 대표 개인을 위해 행복한 길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조계종 측은 “황 대표가 믿고 따르는 종교와 신앙생활을 존중한다”면서도 “황 대표가 스스로 법요식에 참석한 것은 자연인 황교안이나 기독교인 황교안이기 때문이 아니라 거대 정당의 대표로서, 지도자로서 참석한 것이 분명함에도 개인의 생각과 입장만을 고집하는 모습을 보였기에 논란이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시대 우리 사회의 정상적인 지식인이자 교양인으로서 그 예를 갖추는 것조차 손사래를 칠 정도의 거부감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과연 우리 사회를 얼마나 행복하게 이끌고 나갈지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보수 개신교계는 즉각 ‘황교안 지키기’에 나서며 조계종을 맹비난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23일 입장을 내고 “불교 지휘부가 좌파의 세상으로 가려 하는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기총은 “정당 대표가 종교행사에 참여할 수 있지만, 종교의식을 강요하는 것은 오히려 개인의 종교에 대한 자유를 억압하고 강요하는 행위”라며 “불교 의식을 하지 않았다고 정당 대표에게 자연인으로 돌아가라고 하는 것은 표를 가지고 정당 대표마저 좌지우지하려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한국교회연합도 논평을 내고 “특정 종교의식을 따르지 않았다고 이런 편향적 비판의 뭇매를 맞아야 하는 게 과연 정상인가”라고 반문하며 조계종의 ‘훈계’가 명백히 인권침해이자 월권이라고 주장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20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총연합회에서 열린 원로들과의 면담에 참석해 전광훈 대표회장과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20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총연합회에서 열린 원로들과의 면담에 참석해 전광훈 대표회장과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기총 회장 전광훈 목사 연일 ‘폭탄 발언’....‘선거법’에 문제 없나

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는 연일 황교안 대표에 대한 폭탄발언을 터뜨리고 있다. 황 대표를 지지하는 발언이지만, 정치적으로 ‘선거법 위반’이 될 수 있어 주목받고 있다. 

먼저 지난 3월 황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는 “(자유한국당이) 200석 못하면 저는 개인적으로 이 국가가 해체될지도 모른다 하는 저는 그런 위기감을 가지고 지금 제가 한기총 대표회장을 진행하고 있다”고 발언했다.

전 목사는 22일 오전 MBC 라디오 표준FM ‘심인보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대한민국이 무너진다는 것은 헌법을 말한다. 헌법을 지키려면 200석이 필요하다”며 “지금 반대편 사람들은 어떻게든 헌법을 바꾸고 그 중에서도 ‘자유’를 빼려 하기 때문에, 나라를 지키려면 국회의석 2/3인 200석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그치지 않는다. MBC 스트레이트팀의 20일 보도에 따르면 전 목사는 지난 5일 설교에서 자신이 황교안 대표를 만났고, 황 대표가 자신에게 장관직을 제의했다고 발언했다.

전 목사는 황 대표가 “목사님, 혹시 내가 대통령하면 목사님도 장관 한번 하실래요?”라고 말했다고 언급했다. 다만 황 대표는 기자들에게 그런 말을 한 적 없다며 부인한 상태다. 전 목사 역시 스트레이트팀 기자에게 ‘그런 발언 한 적 없다’며 부정했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23일 tbs 라디오 인터뷰에 출연해 이와 관련 “(대선이) 3년이나 남았는데 장관자리를 입도선매하고 있다”며 “빨라도 너무 빠르다. 구정치를 배워도 너무 빨리 배운다. 진짜 머리 좋다”고 비꼬았다. 

만약 황 대표가 실제로 전 목사에게 장관직 제의를 했다면 선거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 공직선거법은 선거운동에 이용할 목적으로 종교단체 등에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거나, 의사를 표하거나, 약속한 것을 ‘매수 및 이해유도죄’에 해당한다고 본다.

전 목사의 논란 발언은 설교에서 계속됐다. 전 목사는 “내년 4월 15일 총선에는 빨갱이 국회의원들 다 쳐내버려야 돼. 다 쳐내버려야 돼. 이 자식들, 지금 국회가 빨갱이 자식들이 다 차지해서 말이야”라고 말했다.

또한 “김문수 지사님, 다음 해 꼭 종로구 국회의원 나가서 임종석 딱 꺾어버리고 국회의원 한 번 하십시오, 임종석 딱 꺾어버리고 어디 빨갱이 같은 놈이 거기서 국회의원하려고 난리야”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지사님 결정만 하시면 우리 교인 전체 매주마다 종로구 가서 선거운동 해서 꼭 당선시키도록 한번 하자고”라고 유도했다.

그러나 교회 예배 같은 종교적 집회에서 특정 후보나 정당에 대한 지지를 유도하는 것은 공직선거법 위반이다. 

공직선거법 85조는 “누구든지 교육적·종교적 또는 직업적인 기관·단체 등의 조직 내에서 직무상 행위를 이용하여 그 구성원에 대하여 선거운동을 하거나 하게 하거나, 계열화나 하도급 등 거래상 특수한 지위를 이용하여 기업조직·기업체 또는 그 구성원에 대하여 선거운동을 하거나 하게 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

전 목사는 일단 스트레이트팀에 장관 제의나 ‘빨갱이 발언’ 등에 대해 그런 말을 한 적 없다고 반박했다. 인터뷰 과정에서 신도들이 스트레이트팀 기자들의 카메라를 탈취하려고 시도하며 폭력사태가 벌어졌다. 

문화방송 기자회와 영상기자회는 신도들의 폭행과 카메라 파손에 대해 “선거는 어떠한 경우에도 불법적인 행위로 방해받아서는 안 되는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이다. 교회가 나서서 신도들에게 특정 정당과 후보에 대한 지지를 요구하는 것은 심각한 선거법 위반 행위로 반드시 견제 받아야 한다”며 강력히 규탄했다. 

하지만 전 목사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22일 오전 MBC 라디오 표준FM ‘심인보의 시선집중’에서 “임종석 그 분은 정치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분이 주체사상을 신봉해 온 것을 전 국민이 다 알고 있지 않느냐”고 주장했다.

전 목사는 “교회가 정치에 개입하는 게 아니라, 어떤 정당이나 개인에 대한 정책에 대해 지지할 수도 반대할 수도 비판할 수도 있는 정도”라며 선거법에 저촉되는 일은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설교 발언에 대해 “제재를 받을 이유가 없다. 우리 교회 예배는 좀 특별하다. 설교 마친 뒤 제가 항상 시사토크를 한다”고 주장했다.

전 목사의 공개지지 발언은 보수기독교 층의 결집을 노릴 수 있지만, 언론보도가 연일 논란이 되고 있는 만큼 대중들의 반응은 좋지 않다. 특히 선거법 위반의 소지가 있는 만큼, 전 목사의 ‘열렬한 응원’이 황 대표에게 심각한 독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승현 더불어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은 지난 21일 이에 대해 “공직선거법 위반 소지가 매우 농후하다”며 “선관위는 이들의 선거법 위반혐의에 대해 철저하게 조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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