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사상 100년만의 첫 수상 - 문재인 대통령, 이낙연 총리 등 “한국 최초” 축하
정치권, ‘근로기준법 준수’에 박수...영화계 노동환경 개선 기대
박근혜 정부 ‘블랙리스트’ 올랐던 봉준호, 트라우마 딛고 ‘우뚝’

봉준호 감독이 영화 '기생충'으로 25일(현지시간)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72회 칸 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은 뒤 상패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봉준호 감독이 영화 '기생충'으로 25일(현지시간)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72회 칸 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은 뒤 상패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이지혜 기자]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25일(현지시간) 제72회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칸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 수상은 한국영화 최초다. 또한 올해는 한국 최초 영화인 ‘의리적 구토’가 1919년 10월 서울 종로 단성사에서 상영된 지 100주년이 되는 의미 있는 해이기도 하다. 

봉 감독은 수상 후 밤늦게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한국 최초의 황금종려상인데, 마침 올해가 한국영화 탄생 100주년이다”라며 “칸 영화제가 한국영화에 의미가 큰 선물을 줬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제가 상을 받고 ‘기생충’이 관심을 받게 됐지만, 제가 어느 날 갑자기 한국에서 혼자 영화를 만든 것이 아니라 역사 속에 김기영처럼 많은 위대한 감독들이 있다. 한국영화 역사를 돌아볼 수 있는 행사가 많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봉 감독은 박근혜 정부 당시 문화 예술계 ‘블랙리스트’에 올라 마음 고생을 하기도 했다. 봉 감독은 ‘ 프랑스 외신 AFP통신은 이러한 사실을 보도하며 사회비평가로서의 모습을 언급했다. 

밤늦게 들려온 경사 소식에 영화인들은 물론 온 국민이 기뻐했다. 정치권도 수상 직후부터 27일 오전에 이르기까지 일제히 축하하는 말을 내놨다.

문재인 대통령의 축사
▲ 문재인 대통령의 축사

文대통령 “한국 최초 황금종려상, 최고의 영예”

가장 먼저 ‘한국 최초’를 축하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26일 축사를 통해 “수상작 '기생충'이 지난 1년 제작된 세계의 모든 영화 중에서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인정받았다”며 “매우 영예로운 일”이라고 기뻐했다.

문 대통령은 “국민들을 대표해 깊이 감사드리며, 무엇보다 열두살 시절부터 꾸어온 꿈을 차곡차곡 쌓아 세계적인 감독으로 우뚝 선 '봉준호'라는 이름이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올해는 한국영화 100년을 맞는 뜻깊은 해”라며 “ 오늘 새벽 우리에게 전해진 종려나무 잎사귀는 그동안 우리 영화를 키워온 모든 영화인과 수준높은 관객으로 영화를 사랑해온 우리 국민들에게 의미있는 선물이 됐다”고 축하했다.

이낙연 국무총리 역시 “한국영화 최고의 영예”라며 “영화인 여러분의 역량과 노고에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7일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봉준호 감독은 우리 사회의 모순과 갈등을 높은 수준의 감성으로 해석해 왔는데, 이번 수상으로 한국 영화계의 경사를 이뤘다”고 축하했다.

‘기생충’의 주연배우 송강호와 절친한 사이인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역시 2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영화계의 노벨상이나 마찬가지”라며 한국영화 10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에 대한민국 문화예술이 마침내 세계 문화사의 주인공으로 우뚝서는 수상을 하게 됐다고 축하했다. 


“근로기준법 준수한 영화...노동인권에 기여”

봉 감독은 ‘기생충’을 찍으면서 표준근로기준법을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봉 감독은 지난 11일 씨네21과의 인터뷰에서 근로기준법 준수에 따라 제작비가 오른 것에 대해 “좋은 의미의 상승이라고 본다”며 “이제야 ‘정상화’돼 간다는 생각”이라고 밝힌 바 있다. 

영화 산업에서는 아직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면 제작비가 많이 들고, 작품을 찍기에 어려움이 있다는 인식이 있어 열악함이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편견을 보기좋게 날려버린 봉 감독에 대한 찬사 역시 이어졌다. 

채이배 바른미래당 정책위의장은 “영화계의 노동현장이 매우 열악하고, 장시간 노동에 방치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가운데에서도 영화 ‘기생충’은 근로기준법 등을 지키며 만든 작품이기에 더욱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한국 영화계는 정말 ‘열정 착취’라는 말이 맞을 만큼 많은 사람들이 열악한 환경 속에서 당연한 것처럼 일해 왔다”면서 “봉준호 감독은 스태프들에게 합당하고 적당한 임금을 지급하면서 영화를 만들어 왔다. 이것이 한국 영화계를 바꾸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정호진 정의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표준계약서를 작성하여 52시간의 노동 규정을 지키고 제작한 영화라는 점도 매우 의미 있게 다가온다”며 “그간 문화계의 화려한 수식어 뒤에 감춰진 노동인권의 사각지대를 해소하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 기대한다”고 축하했다. 


박근혜 정부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떠올리다

조국 민정수석은 페이스북에 ‘기생충’ 관련 글을 여러 개 게재하고 “경사를 계기로 박근혜 정권의 ‘문화계 블랙리스트’ 명단을 다시 본다”고 밝혔다. 

봉 감독은 박근혜 정부 당시 ‘블랙리스트’에 오른 바 있다. 국정원 개혁위원회가 지난 2017년 발표한 ‘문예계 내 좌(左)성향 인물 현황’을 보면 봉 감독은 ‘민주노동당 당원’이라는 이유로 좌파로 분류돼 불이익을 받았다. 

박주민 민주당 최고위원은 “봉준호 감독은 2년 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몇 년 동안은 상당히 악몽 같은 기간이었다. 한국예술가들이 블랙리스트 때문에 깊은 트라우마에 시달렸다.”라고 고백하기도 했다“며 블랙리스트로 고생한 예술가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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