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총장 임기제 31년만 고검장 거치지 않은 첫 총장 후보자
대표 ‘특수통’, 소신있는 ‘강골검사’
“무거운 책임감 느껴...많이 도와달라”
[폴리뉴스 이지혜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차기 검찰총장으로 윤석열(59, 사법연수원 23기) 서울중앙지검장을 지명했다.
윤 지명자는 문무일 총장(18기)보다 5기수나 후배로, 검찰총장 임기제가 도입된 1988년 이후 31년만에 고검장을 거치지 않은 첫 총장 후보자가 됐다.
그는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팀의 수사팀장을 맡으면서 ‘적폐청산’의 아이콘이자 ‘촛불 검사’로 떠올랐다.
이러한 청와대의 ‘파격인사’는 현 정부가 검·경 수사권 조정을 비롯한 검찰 개혁에 힘을 싣는 동시에 ‘촛불 정권’으로서 추진해온 적폐청산을 완수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해석된다.
청와대도 윤 지검장을 지명한 이유가 ‘적폐청산’에 있음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윤 후보자는 검사로 재직하는 동안 부정부패를 척결했고 권력 외압에 흔들리지 않는 강직함을 보였다”며 “특히 서울중앙지검장으로 탁월한 지도력과 개혁 의지로 국정농단과 적폐청산 수사를 성공으로 이끌어 검찰 내부 뿐 아니라 국민의 신망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아직 우리 사회에 남은 각종 비리와 부정부패의 뿌리를 뽑고 시대의 사명인 검찰 개혁과 조직 쇄신 과제도 훌륭하게 완수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로 인한 대규모 후속 인사가 전망된다. 윤 지명자가 인사청문회를 통과해 총장으로 임명될 경우 검찰 내부 관례에 따라 주요 보직에 있는 19~22기 인사들이 옷을 벗을 확률이 높다.
윤 지명자는 지명발표 직후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에서 기자들을 만나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많이 도와달라. 여러가지를 잘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 강골검사
윤 지명자는 충암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대학 재학 당시 5.18 광주민주화운동 유혈 진압에 대한 모의재판에서 검사 측을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사형을 구형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전두환 대통령 재임 중임을 감안했을 때 아무리 학내 모의재판이라도 이 같은 결정은 쉽지 않았다. 이 때문에 윤 지명자는 신변보호 차원에서 한동안 강원도로 도피생활을 했다고 알려졌다.
대학 4학년 사법시험 1차에 합격했지만, 2차 시험에서 무려 9년간 낙방하다 1994년 34세의 나이로 남들보다 늦게 검찰에 발을 들였다.
검찰 생활을 하면서 대표적 ‘특수통’이자 ‘강골 검사’로 이름을 날렸다. 노무현 전 대통령 임기 당시 안희정 전 충남지사 등 실세를 구속하기도 했다.
박근혜 정권 초기인 2013년 4월,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특별수사팀장을 맡으며 윗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용의자인 국정원 직원을 체포했다. 그해 10월 열린 국정감사장에서 “(수사 강도를 낮추기 위한) 검사장의 외압이 있었고 그를 모시고 사건을 더 끌고 가기는 어렵다고 생각했다”고 폭로하며 ‘항명 파동’의 중심에 섰다.
그가 이 자리에서 “조직을 대단히 사랑하고 있다”면서도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이 세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윤 지명자는 결국 조영곤 당시 서울지검장에게 보고·결재 없이 국정원 직원들을 체포한 것 등으로 정직 1개월 처분을 받고 특별수사팀장 자리에 경질됐다. 이어 수사권이 없는 대구고검, 대전고검 등 한직을 전전했다.
사실상 ‘옷을 벗으라’는 무언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윤 지명자는 검찰을 떠나지 않았다. 그러다 2016년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사건을 조사하기 위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팀장으로 화려하게 돌아왔다. 박영수 특검팀은 70일 동안 30명을 기소하고 실세들을 잇따라 구속시키면서 국민적 지지를 받았고, 그 최전선에 윤 지명자가 있었다.
윤 지명자는 문재인 정부 출범이후 첫 서울중앙지검장으로 파격 발탁됐다. 윤 지명자 재임 동안 서울중앙지검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스(DAS) 의혹, 사법농단 의혹 수사, 박근혜 정부의 세월호 참사 유가족 사찰,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등 굵직한 수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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