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비평가 구모룡 교수, 동남권발전을 위한 부산을 보는 방법 몇가지

25일 오후7시, 부산 노무현재단 6층 사무실은 ' 부산의 미래를 향한 논의'로 뜨거웠다. 문화비평가 구모룡 교수가 '문화의 불모도시 부산'이라는 이미지는 가당찮은 '편견'이라며 그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했다.<사진=정하룡 기자>
▲ 25일 오후7시, 부산 노무현재단 6층 사무실은 ' 부산의 미래를 향한 논의'로 뜨거웠다. 문화비평가 구모룡 교수가 '문화의 불모도시 부산'이라는 이미지는 가당찮은 '편견'이라며 그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했다.<사진=정하룡 기자>

 

'부산의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들(이하 부미사)' 박희정 대표는 25일 부산 노무현재단 6층 강의실에서 '해항도시 부산과 해양문화'라는 타이틀로 강연회를 개최했다.

이날 주 강사로 나선 한국해양대학교 동아시아학의권위자 구모룡 교수는 '동남권 발전을 위해 부산을 보는 방법'으로  '지역을 보는 방법'을 몇가지 제시했다.

문화비평가이기도 한 구 교수는 지리학적 스케일로 Local, Nation, Region, Global 개념을 설명한 뒤 Nationalism은 국가 스케일 중심적 시각으로, Regionalism은 동아시아 지역주의로 발전한다고 소개했다. 더 나아가 세계체제를 거시적 모더니티, 미시적 모더니티로 보는 방법들도 소개했다. 그리고 '부산 문화'에 대해 중점적으로 이야기했다.


"사람은 흩어지고 문화는 섞인다"

육지에 강박된 사고는 '일국주의'를 부른다. 그 연장이 '미국 중심주의'로 이어진다고도 볼 수 있다. 우리는 지금 '디지털혁명시대'의 초입에 들어섰다. 'WWW'가 공간을 줄이고 '시간의 주름'을 펼쳤다. 디지털혁명은 우리를 땅 중심적 사고를 벗어나 해양, 대기, 지구적 사고에 익숙해지길 바라고 있다.

산업혁명기의 초기에는 '뭉쳐야 산다'는 말이 맞았다. 농촌이 해체되고 노동집약적 산업화가 진행될 때는 사람들이 모여야만 했다. 공장에도 사람이, 노동조합에도 사람의 수가 중요했다. 그때는 무조건 모여야 성과를 낼 수 있었다. 권력도 경제도 커뮤니티도... 모두 모여야 힘이 됐다. 또 모든 가치는 '성장'에 있었다.

그러나 198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흩어지는 시대'의 초입에 들어선다. 민주화란 근본적으로 권력이 흩어지는 것, 분산된 권력을 민주주의라 한다. 남한의 정치 경제 등등의 모든 영역에 '분권'이라는 가치가 들어왔다. 풀뿌리민주주의, 지방자치, 작고 강한 기업, 다품종소량생산... 모두 '흩어져야 산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또다른 혁명 앞에 서있다.


"부산도 다르게 보아야 한다"

'국가 스케일 중심적 시각'에서 '비판적 지역주의'로 방향을 잡는 것도 살펴야 한다. 국가에서 도시로, 외향적 성장패러다임에서 내재적 발전론으로, 개발에서 재생, 재활로 방향을 돌려야 한다. 왜냐하면 기존의 시스템의 유효기간이 끝났기 때문이다. 모든 것에는 유통기한이 있으니까.

또 분석적 미시정치학으로 분류될 수 있겠지만, 프랙털모형에다 네트워크 이론을 접목시키는 모델도 좋고, 실천적 미시학으로 사회적기업이나 내부에 존재하는 능력을 찾아내는 작업도 중요하다.

여기에 '동아시아 지역주의'도 추천할만하다. 쉽게 말해 '동아시아 지중해'를 떠올리면 될 것같다.

 

"부산은 문화의 불모지가 아니다"

사람들이 부산을 문화의 불모지라 한다. 문화가 뭔지 모르고 하는 소리다. 문화란 인간 '삶의 양태',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 그 자체다. 그러므로 사람 사는 곳 어디든 문화가 없을 수 없다.

'부산사람 모이면 시끄럽다', '떠든다' 이것이 부산의 문화 중 하나라고 나는 생각한다. 부산 지형이 가마솥을 닮았다고 한다. 물이 끓듯 사람들이 부글부글 끓는 성향을 가졌다. 좋게 말하면 뜨겁고 열정적이다. 다이나믹한 것이다. 이것이 부산의 문화다.

 

"부산의 특이성을 문화도시 전략의 기초로"

부산이라는 도시가 어떻게 성장해 여기까지 왔는가를 제대로 살펴야 한다. "왜관, 전관거류지, 식민도시, 전쟁과 피란민, 현대도시" 라는 역사를 거쳐 지금은 '탈현대도시'라는 지점에 다다랐다.  

어디로 갈 것인가? 방향은 분명하다. 부산이 가진 특장점을 기초로 출발해야 한다. 부산에는 문화가 없다라는 오해를 버리고, 내가 보기에 '다이내믹 부산'이라는 캐치프레이즈가 부산에 딱 어울리는 듯싶다.

 

이날 강연회는 식당으로 자리를 옮겨 2차적 토론회로 이어졌다.

부미사 박희정 대표는 "교수님의 강연을 듣고 우리의 사고가 굉장히 편향됐다는 걸 알았다. 앞으로도 부산 뿐 아니라 대한민국 동남권발전을 위해 숙고할 시간을 더 가졌으면 한다. 유익한 시간이었다. 참가하신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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