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혁명이 만든 진보우위 ‘선거지형’, ‘朴 탄핵’이 가른 보수분열 극복이 관건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나경원 원내대표, 의원, 당원들이 6월 23일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열린 문재인 정권 규탄대회를 하고 있다. 한국당은 반문재인전선과 보수통합을 통해 내년 총선에 임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나경원 원내대표, 의원, 당원들이 6월 23일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열린 문재인 정권 규탄대회를 하고 있다. 한국당은 반문재인전선과 보수통합을 통해 내년 총선에 임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슈 프레임’이 선거 국면에서 진영 간 공방을 이끈다면 ‘선거구도’는 선거에 임하는 여러 정치세력들 간 경계선이다. ‘선거구도’는 선거승패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요인이다. 특히 현행 국회의원 소선거구제는 각 지역구에서 1위만이 승자가 되기 때문에 더하다. 그래서 전통적으로 야권은 총선국면에서 ‘1여 다야(多野) 구도’의 틀을 벗어나기 위한 전략적인 행위들을 해왔다.

선거를 앞두고 정치세력 간의 통합, 합당, 신당 창당은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었고 2010년 지방선거와 2012년 총선에서처럼 야권 정당 간의 ‘선거연대’ 또는 ‘후보단일화’ 전략도 있었다. 그만큼 구도가 선거 승패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른바 ‘선거공학’이 바로 이 지점에서 생겨났다.

선거구도는 유권자의 정치지형을 반영한다. 그리고 이러한 선거지형은 역사적으로 변화를 거듭해왔다. 1987년 6월 항쟁, 2016년 말 촛불혁명 등 주요 정치적 사건들은 정치지형 변화의 분수령으로 작용했다.

특히 2016년 촛불혁명은 ‘보수우위의 정치지형’을 뒤흔든 일대 사건이었다. 촛불혁명을 기점으로 진보우위의 정치지형이 펼쳐졌기 때문이다. 2017년 대선이 5자구도(민주당-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정의당)로 진행돼 문 대통령이 40%가 넘는 지지율로 당선됐고 지난해 6.13지방선거도 변형된 5자구도에서 민주당이 압승했다. 진보정당의 우위구도는 확연했다.

20년 전인 1997년 대선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이 보수정치세력인 김종필 총재의 자민련과 선거연대 전략으로 간신히 정권을 획득한 것과 비교하면 상전벽해다. 김대중-노무현 진보정권이 창출됐음에도 보수우위의 정치지형이 여전했다. 때문에 진보진영은 선거 때마다 ‘통합’, ‘연대’, ‘후보단일화’ 전략으로 불리한 국면을 돌파하려 했다.

반면 보수정당의 필승전략은 야권분열 구도였다. 친노와 호남 갈라치기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은 촛불혁명 직전인 2016년 총선에서 막혔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으로 분열됐지만 새누리당이 패배한 것은 진보우위 정치지형 변화를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이후 19대 대선과 6.13지방선거를 거치면서 보수와 진보의 정치적 처지는 완전히 뒤바뀌었다. 이대로 21대 총선을 맞이할 경우 보수는 필패(必敗)한다는 위기감을 가지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집권 4년차 ‘정권 심판 정서’에만 기대 선거를 치를 수는 없는 형편이다.

그래서 ‘보수통합’이 자유한국당의 최대화두다. 탄핵 이전의 보수 단일대오를 다시 만들어내지 않을 경우 내년 총선도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황교안 대표를 비롯한 한국당 주류는 선거가 다가올수록 바른미래당과의 보수통합에 가속도를 붙여나갈 것이다. 그래야 총선을 앞두고 한국당은 30%대 지지율을 뚫어 40%선에 고착된 민주당과 경쟁을 벌일 수 있다.

그러나 유권자 정치지형을 인위적으로 재편하려는 ‘선거공학’이 현실에서 그대로 반영된 경우는 없다. 생명처럼 살아 움직이는 정치세력의 움직임은 선거공학의 산술적인 셈법을 항상 뛰어넘어왔다.

탄핵 둘러싼 내부갈등과 패스트트랙 선거법안 변수 등으로 ‘보수통합’ 험로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보수통합’이 21대 총선의 최대 주목거리가 됐지만 이에 대한 정치적 셈법은 산술적 차원으로 풀기 어렵다. 산술적으로 보수단일대오 형성으로 총선에서 선전을 기대할 수 있지만 내부와 외부의 변수가 존재하는 방정식이다.

내부적인 변수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태극기부대’다. 친박 핵심인 홍문종 의원의 탈당은 그 출발점이다. 한국당의 전체적 분위기는 ‘보수통합의 호재’로 바라보지만 이 문제는 과거 진보진영의 ‘친노 대 호남’의 정치적 분열만큼이나 폭발력이 강하다.

홍문종 의원은 황교안 체제의 한국당은 ‘박근혜 정치세력’을 담아낼 수 없기 때문에 올 10월 이후부터 40~50여명의 현역의원이 태극기부대 주도의 친박신당에 합류할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도 차기 총선에서 친박신당이 원내교섭단체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그러나 김진태, 김태흠, 박대출 등 대다수 친박 초재선 의원들은 홍 의원의 움직임에 미동도 하지 않고 황교안 대표 체제와 함께 갈 뜻을 굳혀 홍 의원의 정치적 도전은 난관에 부딪힐 가능성도 높다. 그러나 속을 더 깊이 들여다보면 이러한 상황은 깨지기 쉬운 유리그릇에 가깝다.

현 국면은 대선주자로서 황교안 대표의 리더십이 공고하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한다. 그래서 ‘반문재인 전선’으로 뭉쳐 ‘보수통합’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즉 ‘황교안’을 중심으로 뭉쳐 정권교체로 가자는 얘기다. 

그래서 같은 친박인 김태흠 의원은 6월17일 페이스북에 홍 의원이 탈당선언에서 박근혜 탄핵문제를 정치적 노선으로 삼은 것을 도고 ‘소의(少義)이자 소리(小利)’라고 질책하면서 “지금은 문재인 좌파독재정권의 폭정을 막아내기 위해 범 보수우파가 하나가 돼 싸워야 할 시점”이라고 말한 것이다.

그러나 현실정치에서 김태흠 의원의 말처럼 ‘반문재인 전선’에 김무성, 유승민 등으로 대표되는 탄핵 찬성세력과 태극기부대로 대표되는 탄핵 반대세력이 손을 맞잡기란 쉽지 않다. 당장은 봉합할 수 있어도 공천 국면에서 터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탄핵 찬성세력’과 ‘탄핵 반대세력’은 지난 3년 동안 적대감을 쌓아왔다. 이들을 받히고 있는 유권자들의 정서적 결합도 쉽지 않다. 봉합은 가능하지만 화학적 결합은 멀고도 멀다.

이러한 내부적 변수에다 외부변수도 있다. 국회 패스트트랙에 올라간 선거제도개편안이다. 현행 지역구 의석(253석)을 28석 줄인 225석으로 하고 비래대표 의석을 28석 늘인 75석으로 하되 정당득표율 연동률 50%를 적용한 선거제도개편안은 ‘보수통합’에 걸림돌이다.

선거법안이 국회를 통과되면 바른미래당은 독자생존의 길을 모색할 공간이 커질 수밖에 없다. 홍문종·조원진 의원 주도의 친박신당 또한 마찬가지다. 이 경우 한국당이 주도하는 ‘보수통합’은 어려워진다. 자칫 하면 양쪽의 협공에 한국당 내 탄핵 찬성세력과 탄핵 반대세력 간의 갈등만 커질 수도 있다. 보수통합은 이러한 지난한 과정을 동반하기에 그 성사여부를 예단하기 어렵다.

반면 여권은 현재의 선거구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목표일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 민주당과 호남의 결합력이 이완되지 않도록 하는데 전력을 다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거국면이 가까워지면 평화당의 ‘호남정치’의 위력은 점점 커질 것이다.

평화당은 지난 6.13지방선거에서 호남지역에서만 5명의 기초단체장을 당선시킨 저력이 있다. 정당지지율에서 바른미래당이나 정의당에 크게 뒤지지만 지역성이란 특성에 힘입어 이들 정당보다 나은 성적표를 거뒀다. 내년 총선에서도 이와 비슷한 현상을 예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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