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결정에 노동계 반발...여론은 ‘적정하다’·‘높다’ 대다수 ‘냉담’
민주노총 총파업에 1% 참여...잦은 파업·위원장 구속에 동력 약해져
연일 ‘文정부 때리기’ 민주노총에 여권 거리두기...“국민 동의 어려워”
냉랭한 노정관계, 장애물 한 가득...그럼에도 일단 손 내미는 정부여당

한국노총이 지난 17일 2020년 최저임금 결정안에 대해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이성경 사무총장을 비롯한 근로자위원들은 이날 사퇴 의사를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 한국노총이 지난 17일 2020년 최저임금 결정안에 대해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이성경 사무총장을 비롯한 근로자위원들은 이날 사퇴 의사를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이지혜 기자] 내년도 최저임금이 시간당 8590원으로 결정됐다. 역대 세번째로 낮은 2.9% 인상률이다. 문재인 정부가 ‘속도조절론’을 받아들이며 사실상 임기 내 최저임금 1만원 달성 공약을 포기하게 됐다. 

노동계는 “최저임금 참사”이자 “모욕적”이라며 분노하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의 한국노총·민주노총 근로자위원 9명은 모두 사퇴했다. 노동자와 사용자단체는 이번 인상안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방침이다. 물론 이의를 제기하더라도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18일 총파업을 감행하며 최저임금 1만원 공약 파기를 강하게 규탄했다.

그러나 여론은 노동계에 힘을 실어주지 않고 있다. 한국 갤럽은 지난 19일 내년도 최저임금에 대해 국민 47%가 적정하다고 생각한다는 여론조사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높다’는 의견은 26%, ‘낮다’는 20%로 드러났다.

여론의 공감을 받지 못하는 만큼 파업의 동력도 약해졌다. 민주노총의 18일 총파업에는 1만 2000여명이 참여했다. 가입노조원의 1% 정도만 파업에 동참한 셈이다. 

민주노총 사업 계획에 따르면 오는 8월과 11월에도 총파업이 예정돼 있다. 뚜렷한 성과없는 잦은 파업에 안팎의 피로감이 높아져 파업 참여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앞선 6월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작년 5월 21일, 지난 3월 27일, 4월 2~3일 총 4차례에 걸쳐 집회 중 국회 경내 진입을 시도하면서 안전 울타리를 허물고 경찰을 폭행한 혐의로 구속되면서 강경투쟁에 대한 여론의 반감이 높아지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여당은 여론과 노동계 사이에서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노동존중 정부’를 표방한 만큼 노정관계를 원만히 유지해야 하지만, “이후 민주노총의 모든 사업 방향은 문재인 정부의 기만적인 노동정책 폭로와 투쟁일 것이며, 노정관계는 전면적 단절로 이어질 것”이라고 공격을 쏟아내는 민주노총을 마냥 받아내기에는 버거운 상황이다.

정부여당은 노동계의 파업에 대해서는 ‘국민동의를 얻기 어려운 파업을 멈춰야 한다’며 비판적인 태도를 취하면서도 먼저 만남을 제안하는 등 일단 손을 내미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다만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탄력근로제’ 확대 관련 논의나 일본 수출규제 조치 대응에 따른 연구개발(R&D)산업 ‘특별연장근로’허가 등이 다시 노동계의 반발을 불러오면서 꼬인 노정관계는 당분간 냉랭한 상태를 유지할 전망이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18일 여의도 국회 앞에서 총파업 대회에 참여했다. 이 대회에서는 최저임금 1만원 폐기 규탄과 노동개악 저지 등이 집중적으로 주장됐다 <사진=연합뉴스>
▲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18일 여의도 국회 앞에서 총파업 대회에 참여했다. 이 대회에서는 최저임금 1만원 폐기 규탄과 노동개악 저지 등이 집중적으로 주장됐다 <사진=연합뉴스>

강경 일변도 민주노총과 어색한 여권 

여권은 연일 문재인 정부에 강경발언을 내뱉는 민주노총과 조심스럽게 거리를 두고 있다. 그들이 내미는 ‘촛불 청구서’에 부담을 느끼는 동시에 잦은 파업·불법집회에 악화되는 여론을 인식한 반응이다. 

민주노총의 18일 총파업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3조정위원장인 최운열 의원이 불편함을 드러낸 것이 대표적이다. 

최 의원은 이날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달성하지 못한 것을 진솔하게 사과했다. 그런데도 민주노총은 문재인 정부를 노동탄압 정부로 규정하고 총파업을 예고했다”며 “노조에 가입하지 못한 절대 다수 노동자와 국민 지지를 받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그는 “국민적 분위기를 외면한 채 불만을 총파업이라는 극단적 방식으로 표출하는 것은 문제해결을 위한 대안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최저임금 관련 문제에 대해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을 비판한 것이다.

물리력을 동반한 강경 집회에 대한 비판도 지속해서 나오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10일 대정부 질문에서 민주노총의 파업에 대한 질문에 “노조도 다수 국민의 공감을 얻는 방식의 투쟁 활동을 해야 노조를 위해서도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며 “누구든 법을 지켜야 하며, 누구도 법 위에 있을 수 없다”고 답한 바 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6월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의 선처를 요구하는 탄원서 작성을 거절하면서 민주노총을 비판하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19일 여의도 한국노동조합총연맹에서 김주영 위원장을 만나 기념촬영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19일 여의도 한국노동조합총연맹에서 김주영 위원장을 만나 기념촬영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냉랭한 노정관계,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 내미는 靑·與

‘한국도로공사 톨게이트 요금 수납노동자 집단해고 사태’ 나 ‘학교 비정규직 임금 교섭’ 등 여러 교섭이 지지부진하고 총파업이 돌아올 때마다 ‘파업 자제 당부’만이 되풀이 되는 상황에서 꼬인 노정관계가 정상화 될 지에는 부정적인 시선이 따른다. 

일본 수출규제 품목 국산화를 위한 연구개발(R&D)산업 최장 3개월 ‘특별연장근로’허가와 국회 환노위의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적용 등도 장애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여당은 노동계에 손을 내밀면서 냉랭한 노정관계를 개선해나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노동존중 사회’를 내걸면서 과거 정부들과 차별되는 정부를 표방한 만큼 노동계를 보듬고 나가야한다는 판단이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지난 9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을 방문해 김주영 위원장을 만나고 “두말할 필요 없이 한국노총은 정책연대 동지다. 우리 당에는 정책 협약의 동반자이고 노동존중사회로 가는 ‘제1의 파트너’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민주노총과의 만남도 준비하고 노동문제 해법을 경청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원내대표는 3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국회 운영위원장 예정자로서 탄원서를 제출하지는 못했지만, 민주노총 위원장의 구속을 통한 수사가 정말 능사였는지 저는 반문한다”고 옹호하기도 했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19일 한국노총을 방문해 최저임금 결정과 관련해 “저임금 노동자에게 아픔을 드리는 결정이었다”며 “정부 정책을 더 보완해 저임금 노동자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사과했다.

이어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라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는 일관성을 유지하며 상황에 따라 보완해야 할 부분은 보완하는 것”이라며 “일관성과 유연성을 조화시키겠다는 이 기조는 제가 정책실장으로 있는 동안 반드시 지켜나갈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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