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與 “친일파라 불러야, 신(新)친일”, ‘친일 프레임으로 총선 치른다’ 시각은 경계
한국 “총선서 경제실패·외교안보무능 커버 의도”, “반성할 부분 있다” 자성의 목소리도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8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정당대표 초청 대화'에 앞서 열린 차담회에서 여야 5당 대표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의당 심상정 대표,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문 대통령,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 <사진=연합뉴스>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8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정당대표 초청 대화'에 앞서 열린 차담회에서 여야 5당 대표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의당 심상정 대표,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문 대통령,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 <사진=연합뉴스>

일본이 지난해 우리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을 빌미로 경제보복 조치를 하면서 정치권은 ‘친일(親日) 대 반일(反日)’ 구도에 불이 붙었다.

당초 내년 총선에서 여야가 ‘문재인정부 심판론 vs 야당 심판론’으로 한판 승부를 벌일 것으로 예상됐었다. 그러나 일본의 경제보복 사태가 터지면서 ‘친일 대 반일’ 프레임 구도가 형성된 것이다.

3.1운동 및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을 맞은 올해 ‘아이러니’하게도 ‘친일 대 반일’ 전쟁이 다시 시작된 것이다. 이같은 구도가 내년 총선까지 이어질 것인지는 한일 관계에 따라 유동적일 것으로 보인다.

여권은 일본의 경제 보복 원인에 대한 책임을 문재인 정부에게 씌우려 하고 있는 보수 야당과 보수 연론을 친일 세력으로 몰아붙이며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지난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지난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조국 靑 민정수석 “일본 궤변에 동조, 친일파라 불러야”
   이인영 “한일전서 한국당 백태클 행위, 신(新)친일”
   정성호 “친일 프레임으로 총선 치르겠단 생각 안해, 국민 용납 않을 것”

특히 이같은 여권의 여론전 최선봉에는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서 있었다. 조 수석은 지난 22일 오전 “한국의 일부 정치인과 언론이 한국 대법원 판결을 비방·매도하는 것은 무도(無道) 하다”는 취지의 글을 페이스북에 남긴 후, 25일 현재까지 SNS에 후속 게시물을 올리지 않고 있다.

그러나 조 수석은 지난 13일 ‘죽창가’를 소개하는 글을 올린 뒤 열흘간 43건의 일본의 수출규제 사태와 관련해 일본과 문재인정부의 대응을 비판하는 국내 언론·정치인을 비판하는 게시물을 올린 바 있다.

조 주석은 일부 보수언론과 보수야당을 ‘이적’ ‘친일파’ 등의 표현으로 몰아세우며 확실한 ‘친일 대 반일’ 전선을 그었다.

조 수석은 지난 21일에는 “일본의 궤변을 반박하기는 커녕, 이에 노골적 또는 암묵적으로 동조하면서 한국 대법원과 문재인 정부를 매도하는데 앞장서는 일부 한국 정치인과 언론의 정략적 행태가 참으로 개탄스럽다”고 비판을 가했다.

그는 지난 20일에는 “1965년 이후 일관된 한국 정부의 입장과 2012년 및 2018년 (강제 징용 배상)대법원 판결을 부정, 비난, 왜곡, 매도하는 것은 정확히 일본 정부의 입장이다”며 “그리고 나는 이런 주장을 하는 한국 사람을 마땅히 ‘친일파’라고 불러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친일파’를 언급했다.

이보다 앞선 지난 18일에는 “대한민국의 의사와 무관하게 ‘경제전쟁’이 발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 ‘경제전쟁’의 ‘최고통수권자’로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진보’냐 ‘보수’냐, ‘좌’냐 ‘우’냐가 아니라, ‘애국’이냐 ‘이적’(利敵)이냐이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지난 24일 확대간부회의에서 일본의 수출 규제와 관련, “이런 비상시국에 한국당은 추가경정예산(추경) 처리는 물론이고 일본에 대해서도 친일적 행각을 계속해 정말 유감스럽다”며 “(한국당이) 일본 정부가 이렇게 터무니없는 행위를 하는데도 일본 정부를 견제할 생각은 않고 친일적 언동을 하는 것은 참 안타깝고 유감스럽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인영 원내대표도 지난 21일 기자간담회에서 6월 임시국회에서 추경 처리가 무산된 것에 대한 한국당 책임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한일전에서 한국당이 백태클 행위를 반복하는 데 대해 준엄하게 경고한다”며 “우리 선수를 비난하고 심지어 일본 선수를 찬양하면 그것이야말로 신(新)친일”이라고 몰아세웠다.

그러나 여권 내에서는 민주당이 총선 프레임을 ‘친일 대 반일’ 구도로 잡았다는 평가를 경계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정성호 의원은 지난 23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야당은 결국 ‘일본에 가서 읍소하라’는 것 이상 이하도 아닌 주장을 반복한다. 그걸 친일 아니면 뭐라고 표현하나”라고 야당의 ‘친일’ 행위를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우리) 당에서 누구도 ‘친일 프레임으로 총선을 치르겠다’는 생각은 안 한다고 본다.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 의원은 “아무에게나 친일이라고, 혹은 빨갱이라고 뒤집어씌워서 프레임을 짜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며 “국민이 정치권 발언과 행태를 하나하나 보고 판단한다. (여당에) 공감하니까 지지하는 거 아니겠나”라고 강조했다.

이어 “야당을 친일로 몰아간다고 뭐 달라질 게 있겠나. 평가는 국민이 하는 건데”라며 “야당이 친일이 아니면 국익을 생각하는 언동을 하면 된다. 야당을 움직여 한반도에 친일 정권을 수립하는 게 바로 일본이 의도하는 바 아니겠나”라고 덧붙였다.

조국 수석의 ‘이분법적 화법’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존재한다. 윤호중 사무총장은 지난 22일 불교방송 라디오에서 조국 수석의 ‘이분법적 화법’에 대해 묻자 “한일관계나 또 이를 둘러싼 문제들은 굉장히 복잡하고 미묘한 문제이기 때문에 이분법적으로 그렇게 단정해서 표현하기는 어렵다 생각을 한다”며 “공직자로서 갈등을 오히려 확산 심화시키는 역할은 적절하지 않다”고 비판적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이같은 발언이 조 수석을 비판하는 뜻으로 해석되자 하루 뒤 언론을 통해 “표현방식이 다르더라도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며 "조 수석에 관한 질문이 계속 있다 보니 답했는데 맥락이 잘못 전달된 것“이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2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2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나경원 “친일 프레임, 한심한 청와대·여당”
   정양석 “이해찬, 20년 장기집권의 거대한 음모”
   김세연 “국민에 신뢰 얻었다면 실체없는 ‘친일’ 공세에 덜 시달렸을 것”
   
이에 자유한국당은 민주당이 내년 총선에서 경제 실패와 외교·안보 무능을 덮기 위해 ‘친일 대 반일’ 프레임을 이용하고 있다고 맹비난을 퍼붓고 있다.

한국당은 여권의 ‘친일 프레임’은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언급했던 ‘20년 장기집권’의 음모가 숨은 것이라는 주장도 펼쳤다.

황교안 대표는 지난 24일 당 차원의 일본 수출규제 대책 특별위원회 첫 회의에 참석해 “이 정권은 친일프레임을 다음 달 광복절까지 이끌어갈 것이 분명하다”며 “친일, 반일 편가르기에 대비해 국민 여론을 올바르게 이끌어갈 방안을 고민해달라”고 당부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지난 21일 페이스북을 통해 “신(新)친일, 국가적 위기 앞에서도 야당 탓을 하기 위해 친일 프레임을 가져가는 한심한 청와대·여당이다”라며 “제발 국익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생각해주시라”고 밝혔다.

나 원내대표는 전날 올린 글에서도 “오직 흘러나오는 말들은 죽창가, 매국, 이적, 친일 등이다. 책임은 보이지 않는다”며 “문제 해결 의지도 보이지 않는다. 무능과 무책임의 정권, 정말이지 기대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비판을 가했다.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난 23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조국 민정수석이 친일파 프레임, 애국·이적, 이런 양분 프레임으로 여론을 주도해왔다”며 “조국 수석의 친일·반일 프레임이 결국은 내년 총선에서 경제실패, 외교안보무능을 다 커버하려는 새로운 프레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 원내수석부대표는 “바로 이게 이해찬 대표가 말했던 ‘20년 장기집권의 거대한 음모가 아닌가’ 우리는 잘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경고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한국당 내에서는 여당의 ‘친일 프레임’에 한국당이 휘둘리는 원인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장을 맡고 있는 김세연 의원은 지난 23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여권의 ‘친일 프레임’ 공세에 대해 “실체 없는 정치공세다”며 “정치적 상대방(한국당)을 공존·경쟁의 대상이 아니라 적 내지는 궤멸해야 할 대상으로 보는 것 같아 섬뜩하다”고 강한 비판을 가했다.

그러면서도 ‘공세에 밀리는 한국당이 반성할 부분도 있지 않을까’라는 질문에는 “우리당이 국민들에게 충분한 신뢰를 얻었더라면 이런 실체 없는 공세에 덜 시달렸을 거다”며 “국민들에게 마음을 못 얻었다는 측면에서 반성할 부분이 있다. 철학적으로 깊이 있는 고민을 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 당이 추구할 21세기의 시대정신에 대해 더 고민해야 한다”며 “우리 스스로 21세기의 시대정신에 대한 답을 얻지 못하면, 다음에도 20세기형 정치공세에 발목이 잡히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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