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손학규 빠진’ 바른미래당과 통합 구상...바른미래 당권파 “잠꼬대” 반발
‘유승민과 통합’ 발언에 당내 ‘친박’과 ‘비박’ 반응 엇갈려
‘물과 기름’ 우리공화-바른미래, 선거 앞두고 ‘극적 통합’ 가능할까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사진=연합뉴스>
▲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이지혜 기자]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보수대통합’ 구상을 밝히면서 바른미래당과 한국당이 모두 술렁이고 있다. 당내 ‘친박계’의원과 ‘비박계’의원 사이에서도 반응이 갈리는 모양새다.

한국당은 거듭된 ‘막말’ 논란에 ‘친일 프레임’까지 겹쳐 최근 지지율이 정체되고, 황교안 대표의 지지도도 10%대로 떨어졌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7월 29~31일 실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한국당의 7월 5주차 정당지지도는 29.5%다. 또한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 달 29~2일 조사한 바에 따르면 황 대표의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는 19.6%로 5개월 만에 다시 10%대로 떨어졌다. (이외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이러한 상황 속에 위기감이 형성되면서 비박 진영과 수도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현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보수대통합에 성과를 내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편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손학규 대표가 빠진 바른미래당과 당 대 당으로 통합해야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주목받고 있다.

나 원내대표는 지난 7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바른미래당이 정리되면 유승민 의원 및 바른정당계 의원들과 통합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며 “손학규 대표가 나가야 정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유승민 의원과 통합을 안 하면 우리 당은 미래가 없다”며 “유승민 의원이 총선에서 서울 출마하면 얼마나 좋겠나”라고 덧붙였다.                                               


바른미래 “또 스토킹” 반발...“유승민도 솔직해져야”

손학규 대표와 바른미래당 당권파 측은 불편함을 숨김없이 드러냈다. 

손학규 대표는 7일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유 의원 내지 유 의원 계열과 나 원내대표 내지 한국당 사이에서 (통합에 대한) 구체적인 얘기가 많이 진행되고 있다는 걸 느꼈다”며 “그렇지 않고서는 나 원내대표가 그런 얘기를 하겠느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유 의원도 솔직히 이야기 해야한다”고 비판했다. 

문병호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최고위에서 “나경원 원내대표가 안철수·유승민 두 분도 내년 총선에서 같이 하자며 바른미래당을 또다시 스토킹했다”며 “나 원내대표께서 바른미래당을 집요하게 따라다니는 스토커 노릇을 계속한다면 한국당을 상대로 접근금지신청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임재훈 사무총장 역시 “손학규 대표는 어떠한 경우 일이 있어도 바른미래당을 사수할 것”이라며 “나 원내대표는 죄송한 표현이지만 잠꼬대 같은 말씀 더 이상 하지 마시고 한국당이나 잘 추스르기를 경고한다”고 말했다.

다만 유승민 의원은 이와 관련해 의원회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한국당 측과 따로 논의한 것이) 전혀 없다”고 일축했으며, 이후 보도자료를 내고 “나 원내대표를 만난 적도, 통화한 적도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앞서 5일에도 유 의원을 비롯한 바른정당계에 ‘한국당에 가려면 혼자 가라’고 비난한 바 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사진=연합뉴스>
▲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사진=연합뉴스>


나경원 ‘통합구상’에 ‘비박’ 장제원 “환영”-‘친박’ 김진태 “불편”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당대표 및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제 기본적인 생각과 방향”이라며 “(유 의원과) 사전에 구체적인 얘기를 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당 대표 퇴진 얘기하는 게 아니라 실질적으로 많은 국민들이 반문(反文)연대에 대한 욕구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반문연대·우파통합을 위해 거쳐야 할 방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손 대표의 퇴진이 전제가 되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실질적으로 그런 조건이 충족돼야 (통합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앞으로 방법은 여러가지 있을 수 있겠으나 손 대표 쪽에서는 우리와 같이 할 생각이 없는 것 아닌가 생각하고 있어서 말씀 드린 것”이라고 밝혔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와도 함께 할 생각이냐는 질문에는 “늘 열린 자세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우파의 가치를 같이 할 수 있는 분들이라면 함께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황교안 대표와 구체적인 논의를 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인 논의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며 “우리 당도 큰 틀에서는 그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황 대표 역시 “원내대표 등의 입장에 대해서 일일이 멘트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시장경제·자유민주주의·헌법가치에 동의하는 모든 우파 세력들이 함께 문 정권의 폭정을 막아내는데 힘을 합쳐야한다고 일관되게 말하고 있다”며 큰 틀에서 동의를 표시했다. 

한국당 내에서도 나경원 원내대표의 발언에 대해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비박’ 장제원 의원은 7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나경원 원내대표가 제시한 ‘통합’ ‘개혁’ ‘희생’이라는 공천 키워드를 비롯, 반드시 함께 해야 할 통합의 대상으로 유승민 의원을 구체적으로 거명한 것은 당이 가야할 방향을 정확하게 제시한 ’용기있는 구상’”이라며 두 팔 벌려 환영했다.

장 의원은 “이런 구상이 현실화 될 수 있길 기대한다”며 “나경원 원내대표의 끊임없는 노력과 유승민 전 대표의 대승적 큰 결단을 기대해본다”고 밝혔다.

반면 ‘친박’ 김진태 의원은 “원내대표의 월권이고 개인의견”이라며 “오겠다는 의사를 밝히지도 않은 분을 자꾸 건드려 몸값만 높여줄 필요가 없다”고 반대했다.

그는 “우리가 몇 년만에 왜 이 모양이 됐는지 잘 생각해 보기 바란다”며 “우파통합은커녕 그나마 겨우 숨이 붙어있는 당이 또 쪼개져야 되겠나”라고 반문했다.


바른미래 통합 우선...우리공화당은 “자연스럽게 정리 될 것”

한국당 입장에서 ‘보수대통합’의 대상인 우리공화당과 바른미래당은 극과 극의 존재다. 

우리공화당은 홍준표 전 대표·김무성·권성동·김성태·유승민 의원을 이른바 ‘탄핵 5적’으로 칭하며 이들을 ‘처리’하지 않는 이상 한국당과의 통합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개혁보수’를 자칭한 유승민 의원 및 바른미래당이 우리공화당을 인정하는 것도 쉽지 않다.

한국당 내에서도 ‘친박’과 ‘비박’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지난 달 24일 ‘친박’ 박맹우 사무총장이 홍문종 우리공화당 공동대표와 만나 ‘선거연대’를 물밑 논의했다는 보도에 비박계가 강한 우려를 표한 바 있다. 

‘비박’ 김세연 여의도 연구원장은 3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런 논의가 있는 것 자체가 당에 그렇게 도움이 되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부정적으로 반응하며 “이런 선거 연대는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논의는 할 수 있지만 바람직한 파트너가 어디가 우선이 돼야 하는지는 별개의 문제인데 그 점에서는 좀 더 당내 컨센서스가 다 안 만들어진 상태가 아니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 때문에 한국당은 우리공화당과 바른미래당 중 통합 우선순위를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앞서 나경원 원내대표는 지난 달 29일 “다 같이 가야겠지만 바른미래당과 먼저 통합을 논의해야 한다”며 “우리공화당은 당 대 당 통합이 아니라 당의 존재가 미미해져 자연스럽게 정리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우리공화당과 바른미래당은 나 원내대표의 통합 발언에 각각 “탄핵에 대한 기본적인 자세가 되어있지 않은 자유한국당과 연대를 하거나 손을 잡거나 아니면 총선을 같이 치를 생각이 없다(홍문종 공동대표)”, “행여라도 바른미래당을 한국당에 갖다 바치려는 분들이 있다면 일찌감치 포기하라(손학규 대표)”며 반발하고 있다.

당장 ‘반문연대’나 ‘우파통합’은 어려운 상황이지만, 다만 총선을 앞두고 서로의 정치적 목적에 따라 극적으로 보수대통합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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