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올림픽’ 명명한 아베, 후쿠시마산 식자재 공급 등 추진
국민 약 70% “안전성 담보되지 않으면 도쿄 올림픽 보이콧해야”
전문가 “후쿠시마 반경 20~50km, 방사능에 심각하게 오염된 상태”
다수 외신 “방사능 문제 여전해” 보도

 미래당원들이 7일 오전 서울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보이콧도쿄, 아베 정부의 방사능 올림픽 강행 거부 기자회견'에서 관련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미래당원들이 7일 오전 서울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보이콧도쿄, 아베 정부의 방사능 올림픽 강행 거부 기자회견'에서 관련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이지혜 기자]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2020년 열릴 예정인 도쿄올림픽을 ‘재건 올림픽’으로 명명했다. 

아베 총리는 올림픽을 통해 방사능 피해를 입은 후쿠시마 지역이 이제는 안전하다는 인상을 전 세계에 심어주려 하고 있다. 

참가 선수단에게 후쿠시마산 식자재를 공급하고, 사고가 났던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약 70km떨어진 아즈마 야구장에서 일부 경기를 진행하며, 올림픽 성화봉송을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약 20km 떨어진 위치에서 시작한다고 밝히면서 이러한 의도를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일본이 방사능에 안전한지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따라붙는다. 일각에서는 안전성이 보증되지 못한다면 도쿄올림픽을 ‘보이콧’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CBS의뢰로 실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내년 도쿄 올림픽에서 후쿠시마산 농수산물을 제공하겠다고 밝히면서 방사능 안전 논란이 일고 있는데, 선수안전이 최우선이므로 추가 안전조치가 없으면 올림픽을 보이콧해야 한다’고 찬성한 응답이 68.9%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양이원영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은 8일 YTN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지금 후쿠시마현은 후쿠시마 원전을 중심으로 해서 반경 20~50km의 일부 지역은 방사능에 심각하게 오염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양 사무처장은 “(후쿠시마산 농산물을) 선수들한테는 제공하겠다고 노골적으로 하는 것은 자신들의 홍보수단으로 삼겠다는 것”이라며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야구 1경기·소프트볼 6경기가 열리는 아즈마 구장의 구글어스 위성사진에는 약 250m 떨어진 인근에 방사능 오염 지역의 흙을 모아놓은 제염토 야적장 사진이 함께 찍혀 논란이 됐다. 

원자력안전위원이었던 김익중 전 동국대 교수는 지난달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오염된 농토를 두께 약 5cm~10cm 정도로 긁어내 까만 비닐봉투에 담아 쌓아놨다. 멀리서 보면 피라미드처럼 보여 ‘검은 피라미드’라 부른다”고 설명하며 “그 검은 피라미드가 곳곳에 있다”고 말했다.

후쿠시마 원전에서 약 130㎞ 정도 떨어져 있는 미야기 스타디움에서 남자 축구 8강전 등이 열리는 것도 우려를 낳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은 지난 30일 “올림픽이 후쿠시마 원전 사고 위험과 방사능오염 문제를 은폐하고 축소하기 위한 홍보의 장이 돼선 안 된다”는 성명서를 내고 선수단에게 후쿠시마산 식재료가 공급되는 것을 규탄했다.

환경운동연합 시민방사능감시센터는 “2018년 일본 후생노동성 자료 분석 결과 일본산 농산물은 18.1%, 수산물은 7%, 야생육은 44.6%에서 방사성물질 세슘이 검출됐다. 특히 멧돼지는 세슘이 기준치 52배인 1kg당 5200베크렐이 검출되었고, 두릅은 1kg당 780베크렐, 고사리는 430Bq/kg, 죽순류는 430Bq/kg까지 검출됐다”며 방사능 검출문제를 지적했다.

한편 대한체육회는 오는 20일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선수단장회의에서 방사능 안전 문제와 후쿠시마산 식자재 공급에 대한 문제를 제기할 예정이라고 지난 6일 밝혔다.

대한체육회는 회의 중 각국 올림픽위원회(NOC)와 조직위가 일대일로 면담하는 자리에서 이 부분을 집중 질의할 예정이며, 각국 NOC 관계자들과 방사능 안전문제에 대한 우려를 공유할 방침이다. 


외신, 도쿄올림픽 ‘방사능 문제’ 우려

미국 시사 주간지 더 네이션(The Nation)은 지난달 25일 ‘후쿠시마는 올림픽을 치르기에 안전한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저널리스트들과 영화제작자, 활동가들이 직접 후쿠시마를 찾아 후지타 야스모토 교수가 측정한 선량계 수치를 공개했다. 

후지타 교수에 따르면 선량계 수치가 0.23 마이크로시버트(uSv)를 넘어가면 안전하지 않다. 당초 0.04uSv를 가리켰던 선량계는 핵발전소와 제염작업이 진행된 곳에 가까워지자 0.46uSv까지 올라갔다. ‘멜트다운’이 진행 중인 후쿠시마 다이치 제 1원전 근처에서는 3.77uSv를 기록했다. 안전 기준보다 16배 이상 높은 수치다.

후쿠시마 현 마스미 코와타 오오쿠마 시의원은 해당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그 어떤 것도 잘 관리되고 있지 않으며 그 어떤 것도 극복되지 않았다”며 “대다수 지역은 방사능이 여전하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도 피난 간 마당에 무슨 올림픽인가”라며 “이곳 후쿠시마 사람들이 점점 병들어가고 있다. 스트레스로 죽어가는 사람들도 많다. 세계는 이것을 꼭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호주 방송 나인 네트워크는 ‘60분’이라는 제목의 시사 프로그램에서 후쿠시마가 안전하지 않다고 보도했다. 이 방송에서 일본계 미국인 미치오 카쿠 교수는 “현재 일본인들은 어찌보면 인간 기니피그들”이라며 “몇 십 년이 지나면 우리는 그것이 후쿠시마 사람들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게 될 것이고 암환자들이 꾸준히 증가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영국 BBC는 지난 24일 사고 인근 지역에서 올림픽 성화가 출발하는 것과 아즈마 구장에서 경기를 여는 것이 “방사능에 대한 안전을 과시하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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