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소장파 10명, ‘현장 실천정치로 정세균 보완하겠다’

민심의 현장에서 시민들과 직접 소통하며 대여 투쟁의 강도를 높이고자 하는 민주당 내 개혁성향 초재선 의원 10명이 가칭 ‘국민의 소리’라는 모임을 발족할 예정이다.

강기정, 백원우, 조정식, 최재성, 김상희, 김영록, 이춘석, 최문순, 최영희, 홍영표 의원 등 주류와 비주류를 막론해 탈계파적 성격을 띠고 있으며, 이들은 민주당이 민심의 현장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사실상, 민주당 지도부의 대여 투쟁력과 현장 실천정치의 미흡함을 보완하겠다는 취지의 모임인 셈이다.

정세균 대표는 지난해 당대표 취임 이후, 야당 대표로서 투쟁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끊임없이 받아왔던 바 있다. 이에 더해, 당 안팎에서는 민주당 지도부가 ‘언론정치, 사진정치’를 하고 있다는 비판도 강하게 제기돼 왔었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를 정치적 목적으로 활용하려할 뿐,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지적이었다.

지난 10일 ‘6.10민주항쟁 22주년기념 범국민대회’ 현장에서의 경우만 보더라도 그렇다. 상당수 시민들은 민주당이 과연 진정성을 가지고 있는지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행사가 끝나기 무섭게 민주당 의원들이 서울광장에서 사라지고 없었던 것. 野4당과 정부의 약속된 행사였던 이유에서다.

그러나 시민들은 공식행사가 끝난 이후에도 대부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렇지만, 민주당은 없었다. 행사 종료 후 자진해산 하기로 한 정부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약속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남아 있는 시민들은 사라진 민주당을 향해 씁쓸함과 서운한 감정을 동시에 쏟아냈다.

특히, 공식 행사가 끝나고 서울광장 바로 옆 대한문 앞에서는 수만의 시민들이 맨몸으로 경계선도 없이 무시무시한 방패를 휘두르는 경찰들과 대치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공식행사를 통해 마이크를 잡고 ‘할 말 다한’ 민주당은 이미 뿔뿔히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다.

서울광장에서도, 경찰과 대치하고 있는 대한문 앞에서도 시민들은 “민주당 의원들은 도대체 어디 갔느냐”고 소리치며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시민들이 원하는 것은 민주당 의원들이 경찰에 힘으로 맞서 싸워달라는 것이 아니었다. 끝까지 곁에서 함께 있어주기만 해도 든든한, 그런 감정을 느끼고 싶었던 것이었다.

정작 시민들이 필요할 때 민주당은 없었다. 지금까지 그래왔듯, 민주당은 또 없었다. 법적으로 잘못된 부분은 전혀 없다. 그러나 시민들과 소통, 정권 탈환 의지까지 전혀 없는 것은 아닌지 당 안팎에서는 비판적 목소리들이 불거지고 있다.

한 언론사 중견 기자는 이런 말을 했다. “민주당이 시민들에게서 왜 진정성 없다는 소리를 듣고 있는지, 또 왜 존재감 없는 정당이라는 말이 나오는지, 아직도 모르고 있는 것 같다”고.

민주당의 현실...“당 지도부 움직이는 건 아무래도 몸이 무겁다”
발로 뛰고 피땀 흘려도 부족한 상황에 “몸이 무겁다”

그런 의미에서 초재선 의원 10명이 현장 속으로 들어가겠다고 나선 것은 유의미하게 평가되고 있다. 정세균 지도부에 대한 ‘정풍’이 아닌, ‘보완’과 ‘선도’의 의미를 갖는다는 데 있어서도 당내 새로운 활력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들 10명 대부분은 6.10범국민대회 개최를 위해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비를 맞으며 1박 2일 점거농성을 주도했던 바 있으며, 11일부터는 2명씩 번갈아가며 용산참사 현장을 찾고 있다. 되도록 현장에서 시민들과 호흡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 공식 발족 날짜는 정하지 못한 상태다. 당초, 19일 대한문 앞에서 시국토론회를 겸한 발족식을 가질 예정이었지만, 일정상 이유로 발족식은 잠정 연기된 상태다.

‘국민의 소리’(가칭) 모임에 참여한 한 의원은 16일 <폴리뉴스>와 통화에서 향후 활동 계획과 관련, “당이 개혁적으로 갈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개혁진영의 목소리를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민들과 함께하는 모습을 보여주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국민 속으로 들어가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당 지도부가 아닌 초재선 의원 중심으로 실천적 현장정치를 하려는 데 대해서는 “당 차원으로 당 지도부가 움직이는 것은 아무래도 몸이 무겁다”며 “당이 모든 것을 다 하도록 의원들이 지도부에게 일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현장에서 국민과 공감대가 형성되지 못하고, 발 빠른 대처도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민주당 지도부의 문제를 명확히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몸이 무겁다’라는 말 속에는 지도부에 대한 초재선이 느끼는 답답함까지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이명박 정부를 독재로 몰아붙이고 있는 민주당. 그렇다면, 독재 정권과 다름없는 상황에서 살아 숨 쉬고 있는 민주당이라면 몸이 무거워서야 되겠는가. 민주당이 가지고 있는 최대 아이러니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그러면서 그는 “국민들이 아픈 현장에 달려가고, 국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것”이라며 “당이 대처가 느린 부분은 우리가 먼저 빨리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우리가 모든 것에 솔선수범하고 끌어가자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비록 초재선 10명이기는 하지만, 이들의 실천적 현장정치로 인해 민주당은 변화될 가능성이 마련됐다. 그러나 아직 알 수 없다. 모임의 성격을 놓고 10명 의원이 명확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칫, 이들의 활동이 앞서 그룹핑 된 ‘국민모임’과 같이 ‘非정세균’ 모양새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비주류계로 모임에 참여한 또 다른 의원은 같은 날 기자와 통화에서 “모임 성격 규정이 잘 안 되고 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초재선 모임인데, 신선한 목소리를 내보자는 것”이라며 “국민모임과의 차별화도 있어야 한다. 그런 문제들 때문에 아직 성격 정리가 잘 안 되고 있어, 몇 차례 더 만나 토론해봐야 모임 성격이나 활동 방향이 구체적으로 결정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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