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그친 광화문 광장에 10만여명 운집 “강제징용 사죄하라”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 “끝까지 싸우자” 당부

15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아베규탄 촛불문화제 <사진=이지혜 기자>
▲ 15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아베규탄 촛불문화제 <사진=이지혜 기자>

[폴리뉴스 이지혜 기자] 제74주년 광복절을 맞은 15일 광화문에 일본 아베 정권을 규탄하고 한일군사협정폐기를 요구하는 촛불이 뜨겁게 타올랐다.

75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구성한 ‘아베규탄시민행동’은 이날 저녁 6시부터 광화문광장에서 ‘8.15 74주년, 역사왜곡 경제침탈 평화위협 아베규탄 및 정의 평화 실현을 위한 범국민 촛불문화제’를 개최했다.

오전부터 이어진 더위와 비로 인해 당초 참가자들이 예상보다 적을 것이 우려됐지만 집회가 시작되는 6시께 비가 그쳤다. 촛불 문화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오후 8시경엔 10만명(주최 측 추산)이 운집해 일본 정부 규탄 열기가 달아올랐다.

시민들은 ‘NO 아베’, ‘한일군사협정 폐기하라’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자리를 지켰다. ‘NO’라고 쓰인 흰 티셔츠를 입은 사람이 다수 있었으며, 겉옷이나 모자에 ‘NO JAPAN,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 등의 보이콧 문구가 쓰인 스티커를 부착하기도 했다.

참가자들은 “강제징용 사죄하라”, “경제침탈 규탄한다”, “국민의 힘으로 새 역사를 쓰자”는 구호를 외쳤다. 

15일 광화문광장에서 진행된 아베규탄 촛불문화제에서 시민들이 'NO 아베'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이지혜 기자>
▲ 15일 광화문광장에서 진행된 아베규탄 촛불문화제에서 시민들이 'NO 아베'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이지혜 기자>
15일 광화문광장에서 진행된 아베규탄 촛불문화제에서 시민들이 'NO 아베'라고 쓰인 피켓과 촛불을 들고 있다 <사진=이지혜 기자>
▲ 15일 광화문광장에서 진행된 아베규탄 촛불문화제에서 시민들이 'NO 아베'라고 쓰인 피켓과 촛불을 들고 있다 <사진=이지혜 기자>

 

시위는 결연하고 심각하기보다는 함께 즐기고 연대하는 분위기로 흘렀다. 휴일을 맞아 가족 단위로 참가한 시민들도 다수 보였다. 어린 아이를 목마 태우고 공연을 관람하는 아버지나, 커다란 중계화면 앞에서 서로 사진을 찍어주는 이들도 있었다. 

시민들은 축하 공연 동안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했으며, 한일군사협정 연장이 결정되는 시한인 8월 24일 결혼한다는 예비부부에게는 ‘잘 살으라’고 외치면서 미소짓기도 했다.

주최 측에 의하면 행사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시위대 맨 뒤에서 집회 참여자와 집회 반대자 간의 갈등도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베규탄시민행동’ 측은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정당한 권리를 경제보복이라는 악수로 맞받아치고 있고,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됐다’면서 침략역사를 인정하거나 피해자들에게 사과하지 않는 아베 총리는 우리의 함성을 들으면서 생각을 고쳐먹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한일군사협정은 박근혜 정권과 아베정권이 밀실에서 맞은 협정”이라며 “전 세계 어느 나라가 한일과 같은 상황에서 군사정보를 공유하느냐”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한일협정을 파기하라’고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동참해 줄 것을 호소했다.

참가자들은 공연을 즐기고 구호를 외치면서 참여했다. 해가 진 오후 8시께서부터는 촛불을 밝히고 ‘촛불 파도타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주한 일본대사관에서 종각역, 조선일보 사옥 방향으로 행진했다. 

15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아베규탄 촛불문화제에서 피해사실을 증언하고 있는 양금덕 할머니 <사진=이지혜 기자>
▲ 15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아베규탄 촛불문화제에서 피해사실을 증언하고 있는 양금덕 할머니 <사진=이지혜 기자>


피해자 할머니 “끝까지 아베 규탄하자”

강제징용 피해자이자 전범기업 미쓰비시 중공업을 상대로 피해 배상 판결을 받은 양금덕 할머니가 단상에 올라 피해사실을 증언했다.

양 할머니는 “앞으로는 우리나라가 그런 일이 없도록 젊은이들이 한 몸 한 뜻이 돼야 한다”며 “절대 일본 아베 총리에게 할 말 못하지 말고, 한국사람 약하다는 소리를 듣지 않도록 끝까지 싸워서 아베 총리를 규탄하자”고 힘 있게 말했다. 

시민들은 “우리가 증인이다”, “아베는 사죄하라”, “할머니 건강하세요”라고 외치며 뜨겁게 호응했다. 

‘평화의 소녀상’을 만든 김서경 작가는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 트리엔날레 ‘표현의 부자유 전(展)’에서 소녀상이 사흘 만에 전시 중단을 당한 일을 소개하면서 “하지만 일본 평화 시민의 의지를 검증받았다. 다음날부터 많은 분들이 전시 재개를 위해 지금도 시위를 하고 계신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전 세계 사람들이 연대해주고 계시다”며 “평화를 꿈꾸는 많은 분들이 저희와 함께 해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일본인 시민단체도 연대의 뜻을 보냈다. 다카다 겐 ‘전쟁반대·헌법구조수호 총참여행동 실행위원회 공동대표’는 “아베 정권은 일본의 전후 역대 정권 속에서 가장 악질적이고 반동적인 정권”이라고 규탄했다.

다카다 공동대표는 “일본과 한국 시민들은 서로 손을 잡고 아베 정권을 무너뜨리는 날까지 끝까지 싸워나가자”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일본의 역사왜곡 경제침략 평화위협에 맞서 함께 실천해나가겠다”며 “지난 시절 겪어야했던 오욕의 역사 결코 되풀이하지 않도록 아시아의 모든 양심과 노동자들, 시민들과 연대하자. 우리는 승리할 수 있다”고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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