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 수준의 임대료가 지속가능한 공동체의 선행조건
성수동, 도시재생 통해 ‘한국의 브루클린’으로 변모
대마도 정벌 600주년 기념 두모포 축제 개최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지난 8월 22일 <폴리뉴스> 발행인 김능구 대표와 성동구청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이은재 기자>
▲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지난 8월 22일 <폴리뉴스> 발행인 김능구 대표와 성동구청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이은재 기자>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지난 8월 22일 <폴리뉴스> 발행인 김능구 대표와 성동구청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날 왕십리역을 마주 보는 성동구청 건물 외벽에는 2018 정부혁신평가 대통령상 수상을 알리는 플랜카드가 걸려있었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전국 226개 지방자치단체를 모두 평가해서 1위를 수상한 것이라 더욱 의미 있었다”고 말했다.

성동구의 민선 7기 비전은 ‘스마트포용도시’다. 스마트포용도시의 개념을 묻자 성구청장은 과거의 스마트시티와 현재의 스마트시티의 접근방식 차이점부터 설명했다.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의 변화가 핵심이다. 가령 과거에는 신도시를 중심으로 최첨단 인프라를 구비하면 스마트 시티가 될 거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당시 적용된 기술 중에는 송도의 쓰레기자동집하장처럼 주민에게 외면받은 것들이 많다. 정 구청장은 기술이 얼마나 깔려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주민들이 실제로 이용하는 기술인지 여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작은 것이라도 주민의 생활 편리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기술들을 발굴해나가고 있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그는 “스마트횡단보도, 스마트 버스정류장, 대형폐기물 앱같이 생활 밀착형 기술들이 주민의 삶을 스마트하게 만든다면, 스마트 시티는 반드시 도시를 싹 밀어버리고 새로 짓는 개발방식을 따를 필요가 없다”며 구도시 역시 스마트하게 변모시킬 수 있다는 게 정 구청장의 설명이다.

문제는 지역이 발전하면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다. 지역이 떴다 지는 원인은 모두 임대료 인상 때문이었다. 또한 거대 자본과 프랜차이즈가 들어오면 지역은 고유의 역사와 특색을 잃기 쉽다. 압구정이 그랬고, 경리단 길이 그랬다. 이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 성동구는 전국 최초로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조례’를 만들어 시행중이다. 임대인과 임차인의 ‘상생협약’을 중개하기도 한다.

이런 노력이 한국의 브루클린이라 불리는 성수동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아기자기한 카페와 음식점들이 들어왔고, 과거 폐공장이었던 곳에서는 전시회가 열리기도 한다. 서울숲 북측 일대에는 붉은 벽돌로 지어진 건물이 많았다. 이런 도시의 특색을 보전하기 위해 ‘붉은벽돌조례’를 만들기도 했다. 고유한 지역 특색을 유지하면서 열매의 과실을 지역주민 모두가 나눠 갖는 것이야말로 정 구청장이 말하는 ‘지속가능한 공동체’다.

다음은 정원오 성동구청장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이번 민선 7기 비전이 '스마트시티'로 알고 있다. 성동구 스마트 시티가 지금 어느 단계까지 와있는지 궁금하다.ᅠ

과거 스마트시티를 떠올리면 신도시, 인프라 중심의 생각을 많이 했다. 국토부와 LH에서 신도시를 대상으로 스마트시티 사업을 진행해왔다. 스마트한 인프라를 깔면 스마트하다는 공급자 위주의 관점에서 접근했다. 송도 신도시에 인프라가 엄청나게 깔려있지만, 주민들이 사용하지 않는다. 스마트 쓰레기통을 설치했다. 그러나 아무도 스마트 쓰레기통인지 모른다. 이용하는 방식은 일반 쓰레기통과 똑같다. 송도에 거창하게 집에서 쓰레기를 버리면 쓰레기 하치장까지 가는 자동 인프라를 설치돼 있다. 결국 못 쓰고 있다. 실제로 스마트하게 사용되고 있지 않다. 결국은 사용자의 니즈를 읽지 못한 거다. 스마트한 걸 깔아주면 스마트한 도시가 될 거라는 건 오산이다. 이용자들의 기술 접근성을 높여서, 많은 주민이 기술을 널리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바로 스마트 시티다. 기술이 얼마나 깔려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깔린 기술을 얼마나 이용할 수 있게 하느냐, 사람이 사용하는 기술이 핵심이고, 이것이 수요자 중심 관점이다. 이런 문제의식이 반영되어ᅠ요즘에는 구도시에서도 스마트시티를 이야기하고 있다.ᅠ

우리는 교통 안전분야에서 스마트 횡단보도, 스마트 버스 정류장 같은 사업을 하고 있다. 스마트 정류장은 준비 중이다. 미세먼지를 차단하고,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고, 그 안에서 무선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고, 충전도 할 수 있고, 와이파이 접속까지 다 할 수 있는 버스 정류장을 만들려고 한다. 버스정류장에서 기다리는 시간이 버리는 시간이 아니라 아주 행복한 시간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 출근하는 직장인들이 리프레시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 바로ᅠ이용자가 이용하는 스마트시티라고 생각한다.

가령 안 쓰는 소파나 책상 같은 대형 폐기물을 버릴 때 굉장히 불편하다. 대형 폐기물을 버리려면 동주민센터에 가서 스티커 받아서 붙여야 한다. 바쁜 주민들에게 수고스러운 일이다. 핸드폰 앱을 만들었다. 앱에서 부여한 번호를 써서 배출하면 되게끔 대형 폐기물 처리 과정을 간소화했다. 반응이 좋다. 삶의 질을 높여주는 기술을 많이 만들어 행정에 접목하는 것이 스마트 시티다.ᅠ이름하여 스마트 포용 도시다. 포용은 '모든 사람을 안고 간다’는 뜻이다. 스마트한 기술로 모든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 스마트 포용 도시다.ᅠ

지난 1월 31일 서울시와 성동구가 생활현장 스마트시티 특구 조약 협약을 체결했다. <사진=성동구청 제공>
▲ 지난 1월 31일 서울시와 성동구가 생활현장 스마트시티 특구 조약 협약을 체결했다. <사진=성동구청 제공>

 

젠트리피케이션 방지와 지속가능한 공동체를 위한 지방정부 협의회의 회장을 맡고 계신다. 이 사업으로는 어떤 일들을 하고 계시는지.

젠트리피케이션 방지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이슈화시키는 데 저와 성동구가 주도적 역할을 했다. 정책적으로 이걸 막아야 한다는 생각에 성동구가 최초로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조례를 만들었다. 이게 서울시 조례의 모태가 됐고, 문재인 정부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정책의 근거가 됐다. 이것은 다시 상가 임대차 보호법으로 연결됐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 개정되면서 7~80% 정도는 완비가 됐다. 나머지 20~30%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으로 해결이 안된다. 이 부분은 젠트리피케이션 방지법과 지역상권상생발전법이 통과되면, 상가차임대보호법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ᅠ

지속가능한 공동체. 다들 꿈꾸는 건데, 이 부분은 어떤가?

지역 공동체에 거주하는 모두가 서로 윈윈해야 한다. 공동체 구성원이 고루 혜택을 받아야 한다. 상인, 지역거주민 그리고 거주민이 지역 공동체를 구성한다. 그런데 지역이 발전하면 돈은 건물주만 차지한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상인이 떠나고, 지역주민이 떠나고 결국 지역이 황폐해진다. 건물주도 결국 임대료를 확 내려야 한다. 안 그러면 나중에 공실이 생긴다. 이런 현상이 압구정이나 경리단 길에 나타났다. 지속 가능하지 않다. 지속 가능한 공동체가 되려면 적정한 수준의 임대료를 책정해야 한다. 지속해서 적정하게 인상이 된다면 상인, 지역주민 모두 공존할 수 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건강하게 키우느냐, 배를 가르느냐에 대한 고민이다.ᅠ

임대업 하는 분들을 설득한다는 말씀인지.ᅠ

그렇다. 설득해서 상생협약을 하고 있다. 이 협약을 바탕으로 젠트리피케이션 방지법을 시행하고 있다.

도시 재생으로 성수동을 '한국의 브루클린'으로 만들겠다고 하셨다. 이건 무엇인가.

이미 성수는 한국의 브루클린이라 불린다. 4년 전에 제가 처음 성수동을 한국의 브루클린으로 만들겠다는 이야기 했을 때 사람들이 반신반의했다. 그러나 지금은 도시재생을 통해서 성수가 브루클린처럼 변모했다. 성수는 1단계 도시재생 시범지역이었다. 재개발은 다 쓸어버리고 아파트와 상가를 만드는 거다. 반면 도시재생은 있는 걸 그대로 두면서도 지역 사람의 생활은 편리해지고, 거리와 상권이 활기차지는 걸 말한다. 재개발 지역으로 설정된 부분을 해지시키고 재생 지역으로 바꿨다. 지금 성수에 아기자기한 카페와 음식점들이 들어서면서 상권이 활성화되고 있다. 성수동 집값이 가장 많이 뛰었다. 장사도 잘된다. 그런데도 아직 젠트리피케이션은 발생하지 않았다. 폐공장을 리모델링한 자리에 카페와 대형음식점들이 들어오고,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뉴욕의 붉은 벽돌 브루클린처럼 말이다.

붉은 벽돌 조례도 만들었다. 붉은 벽돌을 사용하면 구청에서 지원금을 준다. 덕분에 붉은 벽돌이 늘어나고 있다. 뉴욕의 덤보(dumbo) 같은 이미지를 만들고 있다. 실제로 젊은이들이 많이 몰려들고 있다. 요즘 가장 힙한 곳이다. 뉴욕의 가장 낙후된 곳이 가장 발전한 곳이 됐듯 우리 성수동 지역도 낡은 공장지대에서 핫플레이스로 변모하는 중이다.ᅠᅠ

성동구가 만세운동 중심지로서 3·1운동 백 주년 기념사업을 했다. 광복절에도 특별한 행사가 있었는지.

백범 김구 선생이 교육에 특별히 관심이 많았다. 문화 국가를 주창했고, 문화 국가는 교육으로 만들어가자고 하셨다. 몸소 성동구 금호동에 백범 학원을 만드셨었다. 해방 이후에 전쟁고아와 어려운 아이들을 모아 교육을 했다. 광복회 회원님들과 백범 선생님의 소원을 낭송하고 의지를 다졌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8.15 광복절 기념행사에 참석해 낭독회를 진행했다. <사진=성동구청 제공>
▲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8.15 광복절 기념행사에 참석해 낭독회를 진행했다. <사진=성동구청 제공>

 

또 올해 6월에는 대마도 정벌 600주년 기념 축제를 했다. 세종 1년 1397년에 대마도를 정벌하러 우리나라 최초의 해외 출병을 감행했다. 그런데 이 사실이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왜구가 들끓으니 왜구의 점거지인 대마도를 정벌하기 위해, 상왕과 세종이 친히 두모포에서 이종무를 비롯한 8분의 장수에게 연회를 베풀었다. 출정식을 한 거다. 일부는 한강을 따라서 서해안 거제도로 가고 나머지는 육로를 통해 1만2000명 정도가 거제도를 거쳐 대마도에 집결했다. 대마도를 정벌한 이후 조선 후기까지 대마도를 평화적으로 관리했다. 대마도 성주가 되려면, 조선왕의 책봉을 받아야 할 정도였다.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다. 젊은이들에게 패기, 용기, 뜻을 가지면 못할 게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두모포 축제가 대 성황리에 개최됐다. 정말 많은 분이 오셨다. 두모포 출병을 몰랐던 분들도 축제를 통해 많이 알게 됐다고 하셨다. 이것도 우리 국민이 가장 존경하는 세종대왕의 업적이다. 600주년이었다. 600주년을 놓치지 않고 기념해서 앞으로도 601주년 602주년 이렇게 계속 기념할 수 있게 됐다.ᅠ

국민들 입장에서 우리는 침략을 당하는 처지인 줄로만 알것 같다.

대마도 정벌의 교훈은 우리는 정벌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탄압하거나 식민지 지배를 하지 않았는 점이다. 교훈을 주고 평화적으로 해결했다.

지금 대마도가 한일 경제전쟁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90%가 한국인 관광객으로 먹고산다고 한다.ᅠ

일본은 우리를 수탈했지만, 우리는 대마도를 수탈하거나 지배하지는 않았다.

앞으로 남은 임기에 역점을 두고 계신 사업은?

교육 문제에 더 진척을 내고 싶다. ‘스마트 포용 도시’는 개념 정도를 가지고 시작하고 있다. 이것의 제대로 된 모습을 보여드리고 주민들이 제대로 이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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