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0%를 기록했다고 통계청이 4일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0%를 기록했다고 통계청이 4일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강민혜 기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사실상 마이너스를 찍었다. 이에 대해 통계청은 마이너스 물가 상황이 2~3개월 더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디플레이션은 아니라고 일축했다. 기획재정부 역시 일시적인 저물가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3일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9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4.81(2015년=100 기준)로 1년 전보다 0.0% 상승했다. 소수점 자릿수를 늘려보면 –0.038%로 지난 1965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첫 마이너스 상승률을 보였다.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지난 1월 0.8%, 2월 0.5%, 3월 0.4%, 4월 0.6%, 5월 0.7%, 6월 0.7%, 7월 0.6%, 8월 0.0%로 8개월째 0%대를 이어왔다. 이는 2015년 2월∼11월(10개월) 이후 최장 0%대 기록이다.

통계청은 농·축·수산물 가격 하락과 석유류 가격 안정세가 0.0%대 물가 상승률을 가져왔다고 분석했다.

이두원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최근 국제유가 하락과 유류세 감면, 교육복지 등의 영향으로 물가 흐름이 상당히 낮아진 상황에서 8월 농축수산물 가격이 크게 하락했다”며 “특히 농산물은 양호한 기상여건에 따라 생산량이 증가해 가격이 하락했고 작년에 폭염 등으로 높은 가격 상승률을 보인 기저효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을 품목별로 보면 농산물 가격이 1년 전보다 11.4% 낮아지면서, 전체 물가를 0.53%포인트 끌어내렸다. 양호한 기상여건으로 농산물 생산량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또한 축산물 가격은 2.4%, 수산물 가격은 0.9% 떨어져, 전체 농·축·수산물 물가를 7.3% 내렸다. 무(-54.4%), 배추(-42.1%), 수박(-34.3%), 복숭아(-24.4%), 마늘(-20.3%), 돼지고기(-8.4%) 가격도 크게 하락했다.

국제유가 하락과 유류세 한시 인하 등의 영향으로 석유류 가격도 6.6% 하락했다. 이는 전체 물가를 0.30%포인트 끌어내렸다. 특히 휘발유 가격이 지난해 8월에 비해 7.7%, 경유와 자동차용 액화석유가스(LPG) 가격이 각각 4.6%, 12.0% 떨어졌다.

서비스는 전년 동월 대비 1.0% 상승했다. 공공서비스는 건강보험 적용 확대에도 불구하고 버스·택시 요금 인상 등으로 보합세였고, 개인서비스는 외식 가격의 오름폭이 소폭 줄면서 1.8% 상승했다.

지출목적별로 보면 식료품·비주류 음료 물가가 3.3% 하락했고 통신과 교통비도 각각 2.2%, 1.9% 떨어졌다. 반면 음식·숙박(1.7%)과 주택·수도·전기·연료(1.2%)는 상승했다.

기재부에 따르면 공급 측 요인이 8월 물가상승률을 0.74%포인트 하락시키는 요인(농·축·수산물 -0.59%포인트, 국제유가 -0.15%포인트)으로 작용했고, 유류세 인하와 건강보험 적용 확대, 무상급식과 같은 복지 확대 등 정책요인이 8월 물가상승률을 0.20%포인트 하락시키는 요인이 됐다.

그러나 개인서비스 등 기타 품목이 가격 상승세를 지속하며 8월 물가상승률을 0.92%포인트 상승하는 요인으로 작용해 공급 측·정책요인을 상쇄하며 결과적으로 0% 물가 수준이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통계청은 1년 전 수준에도 못 미치는 물가 흐름이 향후 몇 개월 간 더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과장은 “기저효과가 당분간 2∼3개월 정도는 더 유지될 것 같다”며 “연말에 기저효과가 해소될 것 같고 다시 원래 물가(상승률) 수준인 0%대 후반이 나타나지 않을까 한다”고 전망했다.

다만 디플레이션 우려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그는 “소매판매지수, 소비자심리지수 등을 고려하면 소비가 부진한 것도 일부 영향을 미쳤다”면서도 “현재는 일시적·정책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나타난 것으로 보이고 아직 디플레이션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디플레이션은 상품과 서비스 전반의 물가가 하락하면서 경기불황에 빠지는 현상을 말한다. 그런데 이달 하락한 물가의 대부분은 농축수산물(47개)와 석유류(5개)에 속한 품목이라, 최근 저물가 현상이 디플레이션과 다르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기재부도 보도참고자료에서 “최근 저물가 흐름은 공급 측 요인과 정책 요인에 의해 나타난 일시적 현상으로 이러한 특이 요인이 올해 말 완화되면 물가상승률이 보다 확대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물가 상·하방 요인 등 향후 소비자 물가의 흐름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대응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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