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국회에서 열린 '조국후보자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폴리뉴스 이은재 기자)
▲ 지난 2일 국회에서 열린 '조국후보자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폴리뉴스 이은재 기자)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과정을 보면서 놀란 게 한 두 가지가 아니다. 훤칠한 키에 잘생긴 외모, 그리고 최고 엘리트로서 온실속에 살아왔음에도 수많은 의혹과 논란에도 불구하고 굴하지 않는 ‘강철 멘탈’에 우선 놀랐다. 웬만한 교수 출신 장관 후보자라면 진작 ‘자진사퇴’했을 정도로 ‘망신창이’가 됐지만 조 후보자는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두 번째로 놀란 것은 조 후보자가 386세대의 일원이라는 점을 확인했을 때다. 조 후보자같이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386세대가 존재하리라고는 생각을 미처 못했다. 필자가 알고 있는 잘나가는 정치인중 386운동권 세대는 임종석, 우상호, 이인영 정도인데 이들과도 웬지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인으로서 알고 있는 386 운동권 선배들은 더 거리가 멀다. DJ 정권 젊은 피 수혈로 정계에 입문한 386운동권들과 친분으로 여의도에 들어와 정치권 언저리에 낭인의 삶을 살고 있거나 정계진출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정도다. 아무리봐도 조국 후보자와 공통점을 찾기가 힘들다.

특히 조국 후보자를 보면서 우리나라 정치, 사회, 경제 등 제 분야에 386세대들이 그물망처럼 촘촘하게 기득권을 누리며 살고 있다는 사실도 깨닫게 됐다. 그동안 사회학자나 전문가들이 통계상으로 386 세대들이 역대 세대들중 오랫동안 기득권을 지키고 있고 향후 고령이 되더라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언이 실제로 ‘그럴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들게 만드는 조 후보자 인사청문회였다.

우리나라 역대 세대명을 보면 산업화 세대부터 베이비붐 세대, 신세대로 불리는 X세대, 밀레니엄세대, 글로벌 세대, 심지어 ‘낀세대’까지 다양한 세대가 혼재돼 살고 있지만 역시 386세대만큼 기득권을 누리고 사는 세대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60년대 태어나 80년대 학교생활을 하면서 군부독재타도를 외치면서 감옥에 갔다 온 이력이 이렇게 막강한 기득권 세력으로 성장할지는 아마 본인들도 몰랐을 것이다.

조국 후보자의 출현은 어쩌면 386기득권 세대의 총합이 만들어낸 상상속의 인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드는 건 필자의 오버일까. 그동안 386 세대는 선후배 세대보다는 속한 집단끼리 결속력을 높이며 끼리끼리 상부상조하고 겸손함보다 오만함으로 실력보다 정무적 판단으로 대중들을 마사지 해온 탓에 세대교체, 물갈이 대상으로 종종 언급되기도 했다.

하지만 조국 후보자를 보면서 그동안 보여준 386세대의 단점을 커버하고도 남을 정도의 전문성과 도덕성 그리고 겸손함까지 ‘포스트 386도 386이 맡는’ 현상이 지속될 것 같은 예감을 지울 수 없다. 참으로 조 후보자의 출현이 386세대의 기획속에 이뤄진 것이라면 감탄하지 않을 수 없고 우연이라면 정말 억세게 운 좋은 세대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조 장관은 향후 검찰 수사가 정치 인생에 고비게 되겠지만 무사히 넘길 경우 'PK발 대망론'의 선봉에 설 공산이 높고 그를 둘러싼 386세대가 재차 기득권 세력으로 탄탄한 정치인생을 보장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쯤에서 안철수 대선 캠프에서 비서실장을 지냈고 조국 장관과 함께 서울대에서 동문수학했던 386세대인 조광희 변호사의 언론 기고문을 통해 “헬조선의 기득권자라는 것이 분명히 드러냈다”고 일성했다. 조 후보자의 등장과 더불어 정치권 386세대가 곰곰이 성찰해 보길 바란다.

<강필성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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