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당권파, 윤리위 하태경 징계에 “정치보복, 용팔이 각목부대 연상케 해”
유승민 “손학규, 정치 이렇게 추하게 할지 몰라” ‘탈당’ 가능성엔 선 그어
당권파 “당 나가는 것 외 선택지 없어”, “징계는 해당 행위” 비판도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오른쪽 두번째)가 지난 5일 국회에서 열린 2019 정기국회 대비 바른미래당 의원연찬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오른쪽 두번째)가 지난 5일 국회에서 열린 2019 정기국회 대비 바른미래당 의원연찬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도부 거취‧혁신위원회 문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등의 문제로 오랫동안 격한 내분을 겪고 있는 바른미래당이 이번에는 하태경 최고위원 징계 문제를 놓고 당권파와 비당권파가 정면 충돌하고 있다.

바른미래당 윤리위원회는 지난 18일 손학규 대표에게 ‘나이가 들면 정신이 퇴락한다’고 말해 제소된 하 최고위원에 대해 당직 직무 정지 6개월 징계를 의결했다. 이 같은 윤리위의 결정은 최고위원회에 보고된 뒤 효력이 발생하게 된다.

바른정당계 하 최고위원은 지난 5월 2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손학규 대표에게 “나이가 들면 정신이 퇴락한다”고 말하면서 당 윤리위에 제소된 바 있다. 그동안 하 최고위원은 4‧3 보궐선거 참패 후 끊임없이 손 대표의 퇴진을 요구해왔다.

바른정당 출신의 유승민계와 국민의당 출신의 안철수계 의원들로 구성된 비당권파는 손 대표가 안병원 윤리위원장을 임명했다는 점에서 윤리위의 결정은 손 대표 반대파 숙청 작업이라며 ‘무효’를 주장하고 있다.

19일 오후 4시 비당권파 의원들만 참석한 긴급 의원총회에서는 하 최고위원 징계 무효 방안과 손 대표 퇴진 문제 등 향후 대응 방향이 논의됐다.

유승민 의원은 긴급 의원총회 도중 기자들과 만나 당 윤리위가 하태경 최고위원에 대해 ‘당직 직무정지’ 징계를 한 것과 관련 “손학규 대표께서 정치를 이렇게 추하게 할지 몰랐다”며 “이것은 정당 민주주의를 파괴한 행위이기 때문에 저는 지금 당 상황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유 의원은 “고민이 많이 깊다”면서 “앞으로 저희가 해야 할 일들에 대해 바른미래당 의원들과 깊이 상의하고 말씀드릴 기회를 갖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의총에서 어떤 발언을 했나’라는 질문에는 “이 일에 대해 뜻을 모아보자고 했다”고 답했다. 유 의원은 ‘뜻을 모으는 것에 탈당이 포함되나’라는 질문에는 “너무 앞서가는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앞서 오전에 열린 원내대책회의는 손 대표를 규탄하는 바른정당계의 성토장이 됐다.

오신환 원내대표는 “더는 바른미래당이 손 대표와 함께하기 어렵다”면서 “당 대표 자리를 지키는 한 당은 망하는 길로 간다”고 주장했다.

오 원내대표는 “가만히 앉아 죽는 길로 갈 것인지, 손 대표를 빼고 새로운 길을 모색할 것인지 모든 당원이 함께 결단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징계 당사자인 하 최고위원은 “추석까지 당 지지율 10%가 안 되면 사퇴하겠다는 약속을 뒤집기 위해 손 대표가 벌인 자작, 친위 쿠데타”라면서 “대약진 운동이 실패하자 홍위병을 동원해 문화대혁명 일으킨 모택동의 수법”이라고 반발했다.

지상욱 원내부대표는 “하 최고위원을 ‘직무정지 6개월’ 이렇게 윤리위에서 강행했다고 하는데 이것은 폭거다”며 “마치 예전에 있었던 용팔이 각목부대 동원 전당대회를 연상케 한다. 한손에는 노욕, 한손에는 들려야 할 당헌당규가 아니라 각목을 들고 지금 이 당을 파괴하고 있다”고 날선 비판을 가했다.

이혜훈 의원도 “손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을 비난할 자격이 없다”며 “자신의 1인 독재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불법 부당한 정치보복을 자행하고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독재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유신을 강행했던 부당한 것만큼 오히려 그것보다 더 부당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손학규 대표 측에서는 비당권파의 ‘탈당’을 주장하며 맞섰다. 한 당권파 의원은 한 언론을 통해 “비당권파가 할 수 있는 것은 자기들끼리 떠드는 일밖에 없다”면서 “당을 자발적으로 나가는 것 외에는 선택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당권파에서는 윤리위 징계 결정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문병호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하태경 최고위원에 대한 직무정지 6개월을 결정한 당 윤리위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그러나 통합이 가장 시급한 과제인 이 시점에서 하 최고위원의 징계가 적절했는지는 의문”이라고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문 최고위원은 “바른미래당이 추구해야할 가치는 통합, 개혁, 자강, 제3의길, 중도, 개혁보수, 다당제 등 많이 있지만 지금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통합”이라며 “당권파든 퇴진파든 당의 어떤 기구든 당의 통합에 어긋나는 행보는 자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당권을 사수하던, 대표 퇴진을 요구하던, 그 명분과 방식은 당 통합에 도움이 되는 관점에 서야할 것”이라며 “현 시점에서 통합에 누가 되는 것은 해당행위라는 점을 지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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