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용기보증금제도, 소주공병 공용화 강제규정 없어 한계
환경부, '제도 취지'와 '기업 자율성 보장' 원칙 사이 갈등
국정감사 소주회사 증인 소환 무산 불구 쟁점화 요구 여론

 <글 싣는 순서>

(上) 트로이 목마가 된 '이형병'

(下) 정부의 실효적 정책전환이 해답

빈용기 보증금 제도와 소주병 공용화 자율협약에 따라 국내 양대 소주회사의 빈병 규격이 표준화 돼 있지만 하이트진로의 신상품 '이즈백'(사진 오른쪽)은 규격과 색깔이 유일하게 차이가 난다. <폴리뉴스 사진>
▲ 빈용기 보증금 제도와 소주병 공용화 자율협약에 따라 국내 양대 소주회사의 빈병 규격이 표준화 돼 있지만 하이트진로의 신상품 '이즈백'(사진 오른쪽)은 규격과 색깔이 유일하게 차이가 난다. <폴리뉴스 사진>

 

허술한 정부 정책이 시장혼란 자초                                                                                             

환경부는 최근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사업 부동의 결정이 상징하듯이 정부 내 대표적 규제 행정 부처로 손꼽힌다. 하지만 최근 소주업계의 갈등을 계기로 들여다 본 빈용기 재사용 촉진정책에서는 홍보에만 치중할 뿐 앞뒤가 다른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빈병 재사용 정책의 근거인 '빈용기 보증금 제도'는 지난 1985년부터 시행 이후 국세청, 보건복지부, 환경부에 소관 업무가 분산돼 있어 지난 2003년 1월 이후 환경부가 통합 운영하고 있다. 또 2016년 1월부터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가 빈용기보증금과 취급수수료 지급관리업무를 맡고 있다. 

하지만 이번 이즈백 빈병 갈등처럼 제조회사가 이른바 '이형병'(異形甁)을 생산해 유통시킬 경우 법적 규제 등 강제할 수단이 없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이는 대표적 규제 부처인 환경부가 폐기물 감소 등 재활용 파급효과가 큰 이 분야에 대해서는 유독 기업 경영의 자율성 보장 취지를 내세우며 애매한 태도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이즈백 빈병 갈등이 현실화되면서 대책 마련을 위해 환경부가 지난 4일 개최한 빈용기 재사용 활성화 간담회에서도 잘 드러난다. 

환경부의 이영기 자원순환정책관, 김효정 자원재활용과장과 하이트진로, 롯데주류 등 음료와 주류 9개 회사, 관련 단체가 참석한 이날 회의는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한 채 별 다른 성과 없이 마무리됐는데 환경부 간부들 간에도 서로 말이 달랐다. 

이영기 국장은 "이즈백 빈병은 나중에 판매 감소 시 환경적으로도 문제가 발생한다"면서 "기업의 자율성 침해 우려가 있지만 보증금 제도를 위협하면 제한 장치가 필요하다"며 원칙을 강조했다. 반면 김효정 과장은 "자원의 재활용 증가 원칙 하에 기업 자율성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다소 후퇴한 입장과 함께 "소주 공용화병에 대한 센터의 역할 등을 고민하겠다"면서 법 개정 등 직접적인 해결 의지는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환경부는 과거 '소주병 공동사용으로 저탄소 녹색성장에 적극 동참' 등 보도자료를 통해 '업계가 녹색 소주병 공용화를 실행해 자원 절약과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효과가 크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한 한 바 있다. 

국회 국정감사 쟁점화 여부 관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위원장 김학용 자유한국당 의원)는 지난 20일 전체회의를 통해 올해 국정감사를 앞두고 증인채택 안건을 심의해 통과시켰다.

이날 회의는 하루 전 여야 간사가 논의한 증인채택안이 외부로 유출돼 한바탕 소동을 치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일부 위원은 이즈백 빈병 논란과 관련해 하이트진로의 사장을 국감 증인으로 추진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전체회의 결과 무위에 그쳤다.   

하지만 환경부와 소주업계의 이형병 문제는 물론 맥주병과 음료수병, 플라스틱 용기 재활용 정책에서 뾰족한 해결방안을 못 내고 있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회가 다음달 2일부터 시작되는 국감을 통해 관련 실태를 재확인하고 정부의 정책 개선을 압박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이번 소주병 갈등이 수도권의 대기업 소주회사에만 머물지 않고 앞으로 10여개의 지역 소주회사에 까지 파급되면 상대적으로 취약한 경영 여건 상 직접적 피해 여파가 불을 보듯 뻔해 국회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자원순환사회연대 김미화 이사장은 "국내 빈용기 보증금 제도와 표준화 병 재사용이 전 세계에서 유례 없는 우수한 제도로 평가됨에도 불구하고 환경부가 자율협약을 이유로 정책 보완에 손을 놓고 있다"면서 "EU국가들도 재사용을 확대하고 있는 만큼 제도 강화와 법제화가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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