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협상 실패하면 박근혜정부 ‘유라시아 이니셔티브-DMZ 평화벨트’와 다를 게 없어

문재인 대통령이 9월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총회장 기조연설에서 ‘비무장지대(DMZ) 국제평화지대화’를 국제사회에 제안했다.[사진=청와대]
▲ 문재인 대통령이 9월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총회장 기조연설에서 ‘비무장지대(DMZ) 국제평화지대화’를 국제사회에 제안했다.[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도 미국 뉴욕을 방문해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미정상회담을 가졌다.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 매년 연례행사처럼 매년 9월 말에 이 같은 일정을 반복했다.

2017년 9월 21일 한반도 군사적 긴장상태 속에서 유엔을 찾아 ‘전쟁 불용’의 원칙을 천명했고 한미정상회담에서 ‘대화를 통한 북핵문제 해결’을 모색했다. 다음해에는 9.19 평양공동선언의 결과를 들고 미국을 방문해 2차 북미정상회담 촉진자로서 역할을 수행했고 유엔총회 연설에서는 한반도평화프로세스에 대한 국제적 지지를 요청했다.

지난 두 번의 유엔 방문은 ‘북한 핵문제 위기 상황과 비핵화 협상 진전’에 기인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북한과 미국 간의 비핵화 실무협상 재개가 가시화되면서 한미정상회담 추진과 함께 유엔총회에서의 정상외교에 시동을 건 것이다.

한미정상회담이 북미 실무협상을 앞두고 한미 간의 의견조율 및 공조에 초점을 맞췄다면 유엔 정상외교는 ‘한반도평화프로세스’ 진전에 따른 국제적 지지를 확대하고 제3차 북미정상회담에서의 성과가 도출될 경우에 대한 ‘한반도 미래비전’ 제시에 맞춰졌다. 여기에 더해 문 대통령은 ‘한반도 정세’ 주도자로서 자기 역할을 국제사회에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9월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총회장에서 가진 기조연설에서 한반도 문제를 푸는 세 가지 원칙으로 ▲전쟁불용의 원칙 ▲남북 상호 안전보장의 원칙 ▲공동번영의 원칙을 강조한 뒤 이를 바탕으로 ‘비무장지대(DMZ) 국제평화지대화’를 제안했다.

남북한 ‘종전선언’으로 평가 받은 지난해 9.19 남북군사합의에서 한 걸음 더 나간 제안을 한 것이다. 9.19 군사합의에 대해 미국 내에서 이견이 존재했고 이후 북미 비핵화 협상이 흔들리면서 그 실효성 여부가 불안정한 상황에서도 이처럼 앞질러 나가는 ‘DMZ 국제평화지대화’를 꺼낸 든 것은 3차 북미정상회담 성공에 대한 자신감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비무장지대는 세계가 그 가치를 공유해야 할 인류의 공동유산이다. 나는 남·북 간에 평화가 구축되면, 북한과 공동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할 것”이라며 “평화연구, 평화유지(PKO), 군비통제, 신뢰구축 활동의 중심지가 된다면 명실공히 국제적인 평화지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제사회에 “북한이 진정성을 가지고 비핵화를 실천해 나간다면 국제사회도 이에 상응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국제 평화지대 구축은 북한의 안전을 제도적이고 현실적으로 보장하게 될 것이다. 동시에 한국도 항구적인 평화를 얻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DMZ 국제평화지대화’는 미국과 정전체제 관리주체인 유엔사와 협의해야 할 사항이며 북한도 여기에 동의해야 한다. 따라서 당장 실현하겠다는 뜻보다는 3차 북미정상회담 성공 이후 변화될 상황에 맞춰 이를 진행하겠다는 뜻을 국제사회에 미리 공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한반도의 허리인 비무장지대가 평화지대로 바뀐다면, 한반도는 대륙과 해양을 아우르며 평화와 번영을 선도하는 교량국가로 발전할 것”이라며 “동북아 6개국과 미국이 함께하는 ‘동아시아철도공동체’의 비전도 현실이 될 수 있다”고 ‘DMZ 평화지대화’가 지난해 유엔연설에서 밝힌 ‘동아시아철도공동체’를 이끄는 핵심 요인이라고 했다.

또 문 대통령은 3원칙 중 상호 안전보장 원칙에 대해 “한국은 북한의 안전을 보장할 것이다. 북한도 한국의 안전을 보장하길 원한다. 서로의 안전이 보장될 때,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빠르게 구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이를 수용할 지 여부를 떠나 남북 상호안전보장을 거론한 것은 남북한 관계의 새로운 지향점을 꺼내든 것만은 분명하다.

文대통령 기후행동 3개의 약속과 1개의 제안, 유럽의 한반도문제 지지 얻기 위한 포석

문 대통령이 유엔에서 제안한 ‘DMZ 국제평화지대화’와 한반도문제 해결 3원칙이 현실 속에서 작동하려면 3차 북미회담의 성공이 바탕이 깔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공염불이다. 북미 비핵화 협상 성공이란 전제가 없다면 박근혜 정부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동북아평화협력 구상’, ‘DMZ 평화벨트’와 별반 다를 게 없다. 북한의 비핵화 조치 진전과 이에 상응한 제제 완화조치가 뒤따라야 ‘DMZ 평화지대화’ 논의가 가능하다.

문 대통령은 ‘현실성 없는 장밋빛 구상’이라는 비판을 염두에 두면서도 이 같은 제안을 한 것은 3차 북미협상의 성공을 전제로 국제사회에 이를 미리 공표하고 지지를 얻어 나가겠다는 뜻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이는 유엔의 지지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에도 유엔에서 ‘동아시아철도공동체’와 ‘북한의 비핵화 노력에 국제사회가 응답해야 한다’는 취지의 연설을 했다. 이어진 지난해 10월 유럽방문에서도 문 대통령은 프랑스 등 유럽 정상들에게 이에 대한 지지를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1년 간 별 다른 진전이 없었다.

문 대통령은 이러한 상황을 감안해 이번 유엔 정상외교에서는 세계적 의제, 특히 유럽이 절박하게 바라보고 있는 기후와 환경 의제에 적극 동참했다. 유엔총회 연설 하루 전에 덴마크 총리와 정상회담과 ‘기후행동 정상회의 연설’은 전략적인 동선이었다.

문 대통령은 9월 23일 유엔총회장에서 행한 기후행동정상회의 연설에서 한국은 파리협정 이행을 충실히 하고 있다고 천명하면서 ‘지속가능 발전과 기후환경변화 대응’을 위해 국제사회에 ▲한국형 저탄소 경제 조기 전환 방안 모색 ▲한국의 녹색기후기금 공여액 2배 증액  ▲제2회 서울 P4G(녹색성장 및 글로벌목표 2030을 위한 연대) 정상회의’에서 파리협정과 지속가능목표 이행을 위해 국제사회의 결속을 강화 등 세 가지를 약속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세계 푸른 하늘의 날’ 지정을 제안한다”며 “세계보건기구에 의하면 매년 700만 명 이상 대기오염으로 조기사망하고 있다. 대기질 개선을 위해서는 공동연구와 기술적 지원을 포함한 초국경적인 국제협력과 공동대응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기후변화에 심각한 위기감을 지닌 유럽국가들에게 다가가려는 외교적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유럽은 기후문제를 절박하게 느끼고 산다. ‘기후행동 정상회의’에 참석해 연설한 스웨덴 소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 열풍은 그 반영이다. 유럽은 ‘기후문제는 자기 문제가 아니다’는 한·중·일 3국의 소극적 인식과 태도에 대해 불만이 컸다. 이를 감안하면 문 대통령의 약속과 제안은 신선한 접근으로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이 유엔 기조연설에서 “유엔의 ‘지속가능발전목표’와 ‘파리기후변화협약’은 우리가 다자협력을 통해 이뤄야 할 대표적인 과제”라며 전날 밝힌 한국의 3가지 약속을 재차 국제사회에 공표했다. 바로 그 대목에서 자연발생적으로 참석자들의 많은 박수가 나왔다. 문 대통령은 우리에게 절박한 문제인 ‘한반도평화프로세스’를 구현하기 위해 글로벌 이슈이자 유럽의 절박한 문제에 한 걸음 더 다가서려 한 것이다.

한반도평화프로세스를 푸는 핵심 동력은 남·북·미, 특히 미국에 달렸지만 이후 한반도평화가 본격 진행되는 단계에서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인착하기 위해서는 유엔과 유럽의 몫이 크다. 이를 위해 문 대통령은 한국이 국제사회에 도움만 요청하는 모습이 아닌 글로벌 이슈에 적극 동참하고 도움을 주는 스탠스를 보여주려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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