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돼지열병 사태 장기화 조짐에 관련주 지속 상승세
업계 전문가들 “해당 종목들 실제 수혜 여부 불투명”
“실제 기업가치를 고려한 투자 문화 정착돼야”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확진된 경기도 김포시 통진읍 한 양돈농장에서 방역당국 관계자들이 돼지들을 살처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확진된 경기도 김포시 통진읍 한 양돈농장에서 방역당국 관계자들이 돼지들을 살처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이병철 기자]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의 국내 확산세가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이미 국제적으로 많은 국가의 농가에서 발병해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입히고 있으며 지난해 8월부터는 중국을 시작으로 아시아 전역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심지어 중국, 베트남 등에서는 돼지 사육 수가 전멸수준으로 내려갔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지난 17일 국내에서는 경기도 파주에서 처음 의심 신고가 접수되면서 본격적인 확산이 시작돼 25일 현재까지 방역 당국의 조치에도 김포, 인천 등 지속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25일 방역 당국에서 2차 발생 농장 주변 15개 농장에서 사육 중인 돼지 4만 마리가량을 살처분하기로 했다고 밝히면서 살처분 대상 돼지는 13개 농가 5만1903마리로 늘어나게 됐다.

이에 발맞춰 국내 주식시장도 요동치고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 소식이 처음 보고된 17일에는 이글벳, 제일바이오 등 동물용 의약품 개발·판매 종목들이 상한가를 기록했고 사료와 돈육가공 관련주, 대체 육류인 육계 관련 종목에 더불어 매몰에 사용되는 자재를 취급하는 종목까지 급상승했다.

방역 당국의 발표에 따라 관련주들은 최근까지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며 투자자들의 마음을 흔들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투자자들의 행보가 실제 종목의 수혜 여부와 관계없는 투자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 이슈가 단기적인 영향에 그치거나 아예 기업의 실적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우선,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예방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은 상황이다. 추후에도 개발 성공에 대한 가능성이 매우 낮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바이러스에 의해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돌연변이를 빠르게 일으키는 바이러스의 특성상 예방백신의 개발이 거의 불가능하며 치료제 개발 또한 업계에서는 불투명하게 보고 있다. 실제로 국가에서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아직 풍토병으로 남아있는 경우가 있다.

이글벳, 제일바이오를 비롯한 국내 동물의약품 생산업체 또한 마찬가지로 아프리카돼지열병 관련 의약품 개발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이번 발병은 국내에서 처음 발생한 사례로 업계의 대비가 전혀 되지 않았다는 평가다.

동물약품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국내에서 발생한 아프리카돼지열병은 백신·치료제 개발보다는 사전 예방이 중요한 질병이다”며 “국내에서 최초 발병한 이상 출입통제와 살처분을 통한 확산방지가 유일한 방법이다”라고 말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전파는 다양한 루트로 가능하지만 주로 오염된 음식물 섭취로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사료 관련주도 폭등 중이다.

다만 이미 국내 돼지사육 농장의 90% 이상이 사료를 제공해 사육하고 있는 상태다. 또한 방역 당국의 역학조사 결과가 발표돼야 하지만 국내 발병의 원인도 사료와는 무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발병으로 돼지 사료 수요가 크게 증가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한 이번 발병으로 돼지고기 시장의 수요가 국내 닭고기 업체로 이동하기보다는 수입 돼지고기의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된다.

여의도에서 5년 이상 정육점을 운영 중인 한 상인은 “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 후 국산 돼지고기를 찾는 손님이 거의 없어졌다”며 “아직 도·소매가가 크게 오르지 않아서 가격문제보다는 소비자들의 식품안전에 대한 우려가 큰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 구제역 파동때를 돌이켜보면 돈육 파동이 생길 때 닭고기 구매도 늘어나지만 그보다는 수입산 돼지고기의 판매가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또한 육가공업체에서도 이번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제품에 포함되는 국산 돈육 비율을 줄이고 수입산 돈육 비율을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 또한 이번 아프리카돼지열병 관련주들은 실제 각 종목들의 실적개선과 큰 관련이 없다는 의견이다.

증권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발병이 양돈업계 전체적으로는 매우 큰 사건이긴 하나 대체육, 사료 등 주변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단기적이거나 거의 없을 것”이라며 “국내 증권 시장에서 테마주는 기업의 가치와 무관하게 움직인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투자자들은 단기적으로 수익을 거두기 위해 테마주를 매수하는 경향이 있는데 적절한 시기를 놓칠 경우 큰 손실을 볼 수 있으니 주의해야한다”며 “당시 이슈보다는 기업의 가치와 주가를 판단해서 투자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봤을 때 수익을 내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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