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와 타자를 향한 칼춤이 끝나고 나면, 칼끝은 자신과 내면을 향할 것이다. 칼춤이란 원래 그런 것이니까…

 

 

[부산·울산·경남 취재본부장 정하룡]크리스토퍼 레이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한테 뭔 소리를 들었더래도 윤석열 검찰총장의 춤사위는 계속되어야 한다. 또 이 춤판의 최전선에 선 한동훈 대검 반부패·강력부장검사(46/사법연수원 27기) 역시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기억한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정에서 국민연금이 찬성 결정하도록 홍완선 전 기금운용본부장에게 부당한 압력을 가한 혐의로 전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을 2016년 12월 28일 오전 긴급체포했다.

그때 윤석열 한동훈 두 검사는  '대기업의 저승사자', '대기업 회계비리와 조세비리 및 공정거래법의 달인'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한동훈 부장검사도 '대기업 저승사자'라는 별명답게 최태원 SK 회장과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 회장,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등을 구속했다.

한 부장검사의 수사 스타일은 집요하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에서 SK건설 담합사건을 수사하며 박성재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 고발요청권을 행사하도록 설득해 결국 박 지검장이 고발요청권을 행사하도록 만들었다. 이는 공정거래법 개정 이후 검찰의 첫 고발요청권 행사였다.

또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비리 수사에선 법원이 장 회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하자 한 검사는 직접 기각 사유서를 밤새 분석해 '유전 불구속, 무전 구속'이라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2015년 2월 신설된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 부장을 맡아 조세는 물론 공정 거래 분야에서도 대기업 비리 수사를 했다. 한 검사는 이때부터 '쌍칼' 별명을 얻었다. '공정 거래'와 '조세'라는 두 검으로 기업 비리를 수사했기 때문이다. 근래에는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 2팀장을 맡아 대우조선해양 경영비리 의혹 수사에 참여했다.

더불어 윤 총장은 1999년 경찰청 정보국장을 수뢰 혐의로 구속했고, 2005년과 2006년 현대차 비자금 수사 과정에서 검찰 지휘부가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의 구속 여부를 놓고 고심하자 윤대진 특수2부장과 함께 당시 정상명 검찰총장을 찾아가 "법대로 구속해야 한다"며 사직서를 제출했고, 정 회장은 결국 구속됐다. 법조계에선 철저한 증거로 피의자가 스스로 포기하게 만드는 스타일로 알려졌다.

2007년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신정아씨 사건과 C&그룹 사건 등을 수사했으며, LIG그룹 기업어음(CP)에선 구자원 회장 등 일가 3부자를 모두 기소했다. 2012년 말 특수부 검사들이 한상대 검찰총장의 퇴진을 요구했던 이른바 '검란(檢亂)' 사태 때는 선봉에 나서기도 했다. 특수 수사에 잔뼈가 굵은 '강골(强骨)'이다.

2013년 국정감사 때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 수사 과정에서 있었던 외압도 폭로했다. 서울중앙지검장 등 지휘부와 법무부가 이를 막자 상부 보고 없이 국정원 직원들을 체포하고 자택 압수수색을 하는 등 항명파동을 일으켜 직무에서 배제되기도 했다. 이때 남긴 "나는 조직에 충성하지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은 윤 총장의 브랜드가 됐다. 

"나는 검찰주의자가 아니라 헌법주의자다."

최근 대검찰청 간부들과의 자리에서 한 말이다. 이 말에서 윤 총장의 '일관성'을 엿볼 수 있다.

"법집행은...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권한이므로 오로지 헌법과 법에 따라 국민을  위해서만 쓰여야 하고, 사익이나 특정세력을 위해 쓰여서는 안된다."

헌법주의자라 함은 한마디로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걸 천명한 것이다. 이는 '검찰, 본래 자리로 돌아가자'는 시대적 사명이란 걸 선언한 것이기도 하다.

또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자리에서 "검찰은 검찰이 해야 할 일을 하고 장관은 장관이 해야 할 일을 한다"는 말과도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다.

여기서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헌법주의자'란 말의 밑그림을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일본제국주의가 이 땅에 '헌법'을 이식시키기 전까지는 '국가권력'을 사람이 선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통치자의 인격과 인품, 사람 됨됨이를 중요하게 여겼다. 왕은 날마다 공부를 거의 강요당하다시피 하며 '성군의 길'을 수행하는 '구도자의 길'을 가야만 했다. 칼은 중요하지 않았다. 칼이 누구의 손에 잡히느냐에 따라 그 용도가 달라진다고 본 것이다.

반면 일본제국주의의 강제적 개방에 의한 '헌법이식'은 '사람보다 제도, 시스템, 법이 먼저였다. 즉 법이란 '권력'을 인간이 스스로 통제할 수 없음을 전제하고, 스스로 멈출 수 없는 권력의 자리에 법이라는 브레이크를 설치한 것이다. 권력을 또 다른 권력이 제어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 연장으로 제도화한 것이 '삼권분립'이고, 현대민주주의의 운영체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식칼은 요리에, 검(劒)은 무사(武士)의 것이 되어야 마땅하다고 본 것이다.

그런데 이 '사이'에 문제가 발생했다.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말이 지금 대한민국 정치 형국에 딱맞지 싶다. 대한민국 '권력의 추'가 너무 한쪽으로 쏠렸다는 뜻이다. 

"검찰이 왜 조국 법무부장관은 캐고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덮겠나? 여의도가 쑥대밭이 됐다. 검찰의 칼끝에 우리 모두가 놀아난다"

박지원 (대안정치연대)의원이 지난 23일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여의도 정치의 실종현장을 콕 찍어 말한 것이다. 역시 '정치 9단'이란 네임벨류를 그저 얻은 말이 아닌 듯싶다. 현 정치세력의 현주소를 정확히 짚은 발언이다.

서초동은 밤의 세계처럼 어둡고 여의도는 날마다 패싸움으로 대낮처럼 훤하다.

"가장 바보는 황교안 대표, 나경원 원내대표다"
그의 눈에는 고소와 고발로 여의도 권력을 서초동으로 스스로 헌납하고 있는 꼴로 보였을 것이다. 분명 무지몽매한 패싸움이 검찰권력을 더욱 키워주는 모양세다. 한 켠의 피 터지는 패싸움이 한 편의 복된(?) 자양분된다는 사실이 참 아이러니하다.

아이러니는 또 있다. 검찰이 배제와 배타의 조직으로, 누구의 지시도 감찰도 받지 않는 독재와 독점의 거대공룡으로 성장한 것은 사실이다. 여기에 어마어마한 '제도의 힘'도 갖췄다. 게다가 '검찰독립성'이라는 명분까지 더했다.

윤 총장의 "나는 헌법주의자다"라는 선언은 아이러니하게도 '검찰주의자'의 눈에는 '배반의 장미'로, '헌법주의자'의 눈에는 '시대의 사명'으로 비춰진다.
 
'고위공직자 수사처 신설'은 문무일 전 검찰총장도, 현 윤 총장도 반대하지 않는다. '검경수사, 기소권 조정'도 지난해 6월21일 법무부, 행안부가 합의한 데 수정 보완하는 형식으로 검경이 논의하면 된다.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 국민은 이 지점에서 '벽'을 만난 셈이다.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따라 수사권한을 어떻게 배분하느냐의 문제이다. 결국 '법의 영역'이다. 여기서 인간의 욕망과 조직의 힘이 '대결의 전선'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7일 조국 법무부장관 검찰수사와 관련해 "검찰은 국민 상대로 공권력을 직접적으로 행사하는 기관이므로 엄정하면서도 인권을 존중하는 절제된 검찰권의 행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로써 문재인 대통령도, 박지원 정치9단도, 윤석열 검찰총장도 모두 '헌법주의자'임을 정확히 밝힌 셈이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원칙 위에 세워진 발언들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 누구도 하지 못했다. 김대중 대통령도, 노무현 대통령도 '다른 법'으로 작용하지 못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가능할까? 조국 법무부장관이라고 가능할까? 누가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세울 것인가?

이런 의미에서 헌법주의자 윤석열 검찰총장의 칼춤은 계속되어야 한다.

그리고 외부와 타자를 향한 칼춤이 끝나고 나면, 칼끝은 자신과 내면을 향할 것이다. 칼춤이란 원래 그런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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