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인니 부패 공무원에게 민원 무마용 5억5000만 원 뇌물 전달 확인
500억 원 이상 벌금 부과와 공사 중단 가능성 높아져
대기오염 배출기준도 국내보다 10배 이상 높아 심각한 대기오염 우려

[폴리뉴스 노제욱 기자]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노원병)은 지난 7일 열린 산업통상자원부 국정감사에서 인도네시아 찌레본 석탄화력발전 2호기 건설과정에서 주민 민원 무마용으로 5억5000만 원의 뇌물이 부패공무원에게 전달됐다고 지적하며, 해외석탄발전사업 전반에 대한 전수조사와 해외석탄발전사업 진출의 전면 중단을 요구했다.

인도네시아 찌레본 2호기 석탄발전 사업은 한국수출입은행이 6200억 원의 금융을 지원하고, 한국중부발전이 500억 원의 지분을 투자한 대표적인 석탄발전 사업이다. 현대건설이 시공을 맡은 이 사업은 대기오염과 생계수단 상실을 우려하는 지역주민과 환경단체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공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불법행위가 드러나 문제가 커지고 있다. 시공사인 현대건설이 찌레본 지역의 군수인 순자야 푸르와디사스트라(Sunjaya Purwadisastra)에게 뇌물을 건넨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현대건설 뇌물의혹 사건 경과. <자료=김성환 의원실 제공>
▲ 현대건설 뇌물의혹 사건 경과. <자료=김성환 의원실 제공>

찌레본의 순자야 군수는 지난 5월 매관매직 혐의로 인도네시아 법원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는데, 김성환 의원실이 입수한 공소장과 판결문에 따르면 조사 과정 중에 현대건설이 총 6차례에 걸쳐 순자야 군수의 관저 등지에서 현금으로 총 5억5000만 원을 건넸고, 순자야 군수가 이를 시인한 것으로 밝혀졌다. 재판과정에 현대건설 현지사무소 직원이 재판에 참고인으로 불려나가기까지 했다.

현대건설은 김성환 의원실 관계자와의 면담에서 “뇌물이 아니라 순자야 군수가 민원을 중재하겠다고 비용을 요구해 전달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순자야 군수 측에 건넨 돈이 개인계좌를 통해 들어간 점, 관청이 아닌 개인 저택에서 전달된 점 등을 고려하면 뇌물죄 적용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인도네시아 부패척결위원회(KPK)가 순자야 군수 재판과정에서 추가로 드러난 현대건설 뇌물 의혹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건설의 뇌물죄 적용이 확정되면 현대건설은 천문학적인 벌금을 부과 받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일본의 마루베니 종합상사는 인도네시아의 타라한 화력발전사업과 무아라타와르가스 화력발전사업에서 뇌물을 공여해 미국 부패방지법의 적용을 받은 결과, 지난 2015년 88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900억 원의 징벌적 벌금을 부과 받은 사례가 있다.

심지어 마루베니는 중부발전과 함께 찌레본 2호기에 지분을 투자한 공동투자자이고, 또 다른 지분투자자인 인도네시아 PLN은 다른 석탄화력발전 뇌물사건으로 대표가 구속된 상태여서 석탄화력발전사업 전반에 불법행위가 만연되어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나오고 있다.

주요 석탄화력발전 대기오염물질 배출허용기준 비교. <자료=김성환 의원실 제공>
▲ 주요 석탄화력발전 대기오염물질 배출허용기준 비교. <자료=김성환 의원실 제공>

찌레본 2호기 석탄화력 사업은 비단 뇌물비리 문제뿐만이 아니다. 김 의원은 “OECD와 IEA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서 선진국들의 경우 2030~2040년까지, 개발도상국은 석탄화력발전을 늘리지 않으면서 가급적 조기에 석탄화력을 폐쇄해야 한다고 권고했다”고 지적하면서 “기후위기가 심각한 상황에서 주요 온실가스 배출원인 석탄화력발전에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건 시대를 거스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찌레본 2호기 사업의 문제는 굴뚝 산업 수출 문제이기도 하다”면서 찌레본 2호기의 대기오염 배출허용기준이 국내에 신설된 화력발전소들에 비해 이산화황은 9배, 질소산화물은 17배, 먼지는 10배 정도 높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의원은 “발전사는 효율이 높은 초초임계(USC) 발전소라고 주장하지만, 현지 대기오염물질 배출기준이 느슨하다는 점을 악용해 국내 화력발전소보다 대기오염물질이 10배 이상 많은 발전소를 지어대는 건 도덕적인 문제를 넘어 상식의 수준을 벗어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찌레본 2호기 사업은 사실상 ‘검은 뇌물’이 오고 간 비리 사업”으로 규정하고, “투자자인 한국수출입은행과 중부발전은 ‘OECD 공무원 뇌물방지협약’을 어긴 이 사업에서 완전히 철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사업의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가 찌레본 2호기를 비롯해 해외석탄화력사업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해, 불법행위가 나타나는 경우 관계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건설의 뇌물죄가 확정될 경우 처벌이 불가피한데, 인도네시아 현지 환경단체들이 한국의 ‘국제상거래에 있어서 외국공무원에 대한 뇌물방지법(이하 ‘국제뇌물방지법)’과 미국의 해외부패방지법 위반으로 각국 법원에 고발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은 “찌레본 2호기 뇌물 의혹에 대한 처벌은 복마전이나 다름없는 해외석탄화력사업에 경종을 울리는 역할일 뿐, 더 중요한 건 해외석탄발전 진출을 중단하는 일이다. 한전과 발전자회사들은 이미 해외에서 총 15건 18.4GW의 석탄화력발전소를 운영‧추진 중에 있고, 한국무역보험공사는 5조3000억 원 가량의 금융을 지원했다”며, “기후위기 대응과 지역주민들의 인권 보호를 위해 석탄화력사업 자체를 중단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산자부 국감에는 손준 현대건설 전무, 인도네시아 현지주민과 환경단체활동가가 각각 증인과 참고인으로 참석해 찌레본 2호기 뇌물사건에 대해 증언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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