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윤청신 기자]

'PD수첩'에서 부동산 관계자들이 세입자의 전세금으로 벌이는 충격적인 부동산 거래 실태를 파헤쳤다.

8일 방송된 MBC 'PD수첩'에서는 임대사업자와 공생하는 부동산 관계자들의 실태를 고발했다.

지난달 24일 방송된 'PD수첩 대한민국 갭투기 대해부 1부 - 큰손들의 정체' 방송 이후, 부동산 업계에서 벌어지는 빌라 거래 실태에 대한 추가 제보가 쏟아졌다.

'PD수첩'은 건축주와 임대사업자, 그리고 부동산 관계자들이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의 불법 수수료(리베이트)를 받아 가는 구조를 확인했다.

전국 24위, 283채의 주택을 소유한 강 모 씨가 세입자들의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잠적하면서 강서구·양천구 일대 전세 세입자들의 피해가 확산됐다. 'PD수첩'은 강 씨의 피해자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62명의 응답자 중 42명이 'ㅎ'부동산에서 강 씨의 집과 계약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강 씨의 잠적 이후 세입자들에게 거센 항의를 받은 'ㅎ'부동산 대표 조 모 씨는 심각한 경영난으로 직원들 월급도 줄 수 없다며 부동산을 폐업하고 잠적했다. 하지만 공인중개사 조 씨는 현재 목동과 잠실에 수십억 규모의 빌라를 지은 건축주가 된 것으로 밝혀졌다. 경영난을 호소하던 조 씨는 어떻게 수십억 원의 자산을 모을 수 있었을까?

'PD수첩' 취재 결과, 한 피해 세입자가 발생한 건물에서 조 씨는 건당 700만 원 의 리베이트를 받았다. 현행법상 공인중개사가 법정수수료 이상의 수수료를 받는 것은 불법이다.

하지만 일부 중개인들은 ‘컨설팅비’라는 명목으로 추가 수수료(리베이트)를 받고 있었다. 실제 빌라 가격보다 높은 금액으로 전세가를 정해서 발생한 리베이트로 건축주, 분양대행사, 공인중개사, 임대사업자 모두가 폭리를 취하고 있었다.

세입자만 몰랐던 불편한 진실이 드러난 것이다. 'PD수첩'은 지금도 여전히 강서구·양천구 일대에서 세입자들을 상대로 리베이트가 낀 신축 빌라가 소개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집주인이 된 명의대여자는 계약 만료 후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을 반환할 능력이 없다. 국내 주택임대사업자 1위 진현철 씨는 594채의 주택 보유자로, 한 채당 2억 원으로만 계산해도 천억 원대 자산가다.

그런 그도 올해 5채, 9억 2,100만 원에 달하는 전세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했다. 283채 주택을 보유한 24위 강선범 씨의 경우 보증 사고 규모가 훨씬 크다. 강 씨가 지난해 9월부터 10개월 동안 반환하지 못한 전세보증금은 무려 30억 3,700만 원이다.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세입자가 떠안는다. 이 같은 중개업자와 명의대여자 간의 거래는 서류상으로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세입자는 계약 후 전세보증보험 가입이 거부되거나 명의대여자, 즉 임대인이 전세 만료 후 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해 사고가 발생한 후에야 사태를 파악할 수 있다. 임대인에게 문제가 있단 사실을 알았더라도, 계약 기간이 남아있는 경우엔 실질적인 피해가 발생하기 전이므로 형사 고소가 어려운 실정이다.

이런 임대사업자를 움직이는 건 다름 아닌 공인중개사들이다. 그들은 컨설팅비 등의 명목으로 'R'을 챙겼다. 공인중개사법에 따르면 어떤 명목이든 법정수수료를 초과할 수 없는데, 법은 무시한 채 집중적으로 'R'을 노리고 거래를 중개한 곳도 있었다.

정동영 의원실에 따르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임대인을 대신해 전세 보증금을 반환한 금액이 올해 7개월 동안만 1,681억 원으로 2016년의 49.4배에 달한다. 더군다나 임대사업자 중 〈PD수첩〉이 취재한 것처럼 빈털터리 바지사장이 얼마나 더 있을지, 더 있다면 그 피해액이 얼마나 늘어날지는 가늠할 수조차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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