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주 "군인권센터장 삼청교육대 교육 받아야" 발언 파문
황교안, 박찬주 영입 사태...정치의 본령 생각해 봐야

내년 총선을 앞두고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야심 차게 영입을 시도했던 영입 인사 1호 박찬주 전 육군 대장을 둘러싼 파문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지난 2017년 자신의 공관에서 공관병들을 상대로 갑질을 벌인 혐의가 드러난 박 전 대장과 그의 부인은 군 검찰로부터 기소를 당했고, 당시 사회적으로 큰 비난과 지탄을 받았다. 박 전 대장은 그 길로 보직해임이라는 불명예스러운 처분을 받고 전역할 수 밖에 없었다.

전역 이후 박 전 대장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야심 찬 영입으로 자유한국당 제1호 영입 인사라는 타이틀로 정계에 들어서게 됐지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야 3당은 ‘갑질 장군인 박 전 대장의 영입이 가당 키나 하냐’는 비판을 쏟아 내었다.

논란이 지속되자 그는 지난 4일 63빌딩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논란을 잠재우고자 했지만, 박 전 대장은 이날 논란을 잠재우기는커녕 오히려 논란에 기름을 붓고 말았다.

이날 박 전 대장은 “공관병에게 감을 따라고 지시한 것은 공관병이 해야 할 당연한 업무”라거나 ‘공관병을 왜 전방 GOP로 보냈냐’는 질문에 “공관병들이 전역 후 군 생활에 대해 할 이야기가 없을까 봐 전방 GOP로 보냈다”는 황당한 주장을 하며 당시 기자들의 한탄이 이곳저곳에서 터져나왔다.

대중들 역시 박 전 대장의 이 같은 해명을 두고 ‘과연 21세기에 사는 군인의 입에서 나올 수 있는 이야기인지 경악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날 압권이었던 박 전 대장의 발언은 자신의 공관병 갑질 의혹을 최초로 제기했던 임태훈 군 인권센터장을 향해 “임 소장은 삼청교육대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발언이었다.

삼청교육대에서 목봉체조를 하고 있는 징집자들 <사진=대한민국 정책브리핑 제공>
▲ 삼청교육대에서 목봉체조를 하고 있는 징집자들 <사진=대한민국 정책브리핑 제공>

인권 유린의 대명사 삼청교육대

삼청교육대가 무엇인가? 80년대 전두환 신군부의 대표적인 인권유린 정책으로 아직도 비판받고 있는 그 삼청교육대를 박 전 대장이 다시 거론한 것은,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아직도 제5공화국 군사 독재 시절에 머무르고 있음을 스스로 자백한 것이다.

삼청교육대는 1980년 8월부터 사회악일소 특별조치 및 계엄 포고령 제19호 삼청 5호 계획에 따라 시행된 군대식 기관으로, 사회악 일소와 질서 유지라는 명목을 달았지만, 실상은 반대파 정치인과 시민 사회를 탄압하기 위한 목적으로 운용됐다.

당시 이곳에 징집되는 대상은 현행범 및 재범 우려자, 불건전 생활 영위자, 깡패 및 조직폭력배, 도둑 및 강도. 반(反)정부 및 무정부주의자 또는 불온선동자, 전두환 비방자 또는 허위사실 유포자, 5.18 유언비어 유포자 등이 대상이었지만 실상은 마구잡이로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아무나 징집됐다.

지역별로 할당된 인원수를 맞추라는 군사 정권의 지시에 의해 담당 공무원들은 전두환 신군부에 비판적인 언론인, 노동운동가, 종교인, 대학생, 무고한 일반 시민 등 이유를 불문하고 마구잡이로 징집했으며 심지어는 미성년자나 젊은여성, 가정주부, 심지어는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들도 특별한 이유 없이 삼청교육대에 징집됐다.

전두환 정권이 물러난 뒤 삼청교육대의 실태조사를 한 결과 징집된 전체인원의 1/3이 설립목적과는 맞지 않는 무고한 일반인으로 드러나 삼청교육대는 사회적인 지탄을 피할 수 없었다.

당시 징집된 사람들은 삼청교육대 내에서 유격 훈련, 목봉체조를 비롯해 유리가 깔린 바닥을 포복하거나 구르는 등의 가혹한 행위를 당했고, 이를 거부하면 무자비한 폭력과 가혹행위 등이 벌어졌다.

이 때문에 교육대에 끌려온 사람들은 죽거나 다치는등의 고초를 겪었고 생존자들은 아직도 그 후유증을 달고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호소하며 살아가고 있다.

삼청교육대의 치가 떨리는 악명은 아직도 자자해서 SBS 드라마 <모래시계>, <자이언트> MBC <제5 공화국>과 같은 1980년대를 다룬 드라마에서 주인공의 고난을 강조하는 장치로, 그 당시의 엄혹했던 사회상을 비추는 소재로 사용됐을 정도다.

박찬주 전 육군대장 <사진=연합뉴스>
▲ 박찬주 전 육군대장 <사진=연합뉴스>

황교안 대표, 박찬주 영입 이전에 정치의 본령부터 스스로 생각해야

박 전 대장은 기자회견 당시 정치에 나서는 이유에 대해 “현역 장교들이 ‘우리나라 군대가 민병대 수준으로 전락했다’고 하소연한다”며 “현역들이 목소리를 낼 수 없으니 내게 역할을 해달라는 요청이 왔다. 그들의 목소리를 외면할 수 없어 정치 일선에 나서기로 했다. 다른 기관은 몰라도 군대 만큼은 제자리에서 제 몫을 수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현재 문재인 정부는 안보를 희생해 평화를 구걸한다. 용납될 수 없는 행위”라며 문재인 정부의 국방 안보 정책을 비판했다.

하지만 아이러니는 이렇게 군 문제를 두고 볼 수 없다는 박 전 대장이, 황 대표를 필두로 대다수의 의원들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군 면제를 받거나 이런 저런 이유로 군 복무 경험이 없는 자유한국당에 입당하는 것이 가당키나 한 것이냐는 세간의 비판이 제기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연스레 아직도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이 제5공화국, 전두환 군사정권 시절에 머무르고 있는 박 전 대장이, 과연 한국당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과연 무엇을 바라고 정치에 입문하려는 것인가? 라는 의문이 자연스럽게 생길 수밖에 없다.

무릇 정치는 대중과 함께 호흡해야 한다. 민심을 받들고 민심의 요구에 따라 법안을 발의하고 정책을 펴나가야 한다. 그 부분에 있어 국민들과의 공감 능력은 정치인에게 가장 필요한 요소이자 덕목 중 하나다.

하지만 대중과의 호흡은 커녕 아직도 시대착오적인 생각과 발언을 일삼고 있는 박 전 대장이 대중의 비판을 무릅쓰고 만약 총선에 나선다고 하더라도, 민심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지는 매우 불확실하다.

그리고 삼청교육대를 아름다운 추억 정도로 회상하고 있는 박 전 대장을 삼고초려 끝에 영입했다는 한국당의 황 대표는 정치라는 본령에 대해 어떤 철학을 가졌는지 스스로 되물어 봐야 한다.

이미 시대는 민주화를 넘어 인공지능기술이 펼쳐지고, 수소전기차가 도로를 다니는 21세기를 달리고 있다. 과연 박 전 대장이 이 시기에 맞는 인물인지 한국당은 스스로 재고해 봐야 할 것이다.

 

권규홍 정치부기자
▲ 권규홍 정치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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