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기온이 떨어지고 있다. 무성하던 가로수 잎들이 떨어져 벌거숭이 나목으로 변해가고 있는 걸 보니 벌써 한겨울이 성큼 다가오는 느낌이다. 기온이 떨어지고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건강관리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할 사람들이 있다. 바로 고혈압 진단을 받은 환자들이다. 인체는 떨어진 기온에 대응해 체온을 보존하기 위한 수단으로 혈관을 수축시킨다. 혈관 수축은 갑작스런 혈압 상승을 가져오므로 고혈압을 가진 사람은 겨울에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건강한 사람조차 갑자기 낮은 기온에 노출되면 혈압 수치가 200㎜Hg 이상 급증할 수 있고 더욱이 고혈압을 가진 경우라면 더 폭증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고혈압환자가 추위에 노출되면 뇌출혈이나 뇌경색 같은 뇌졸중 발생 위험이 훨씬 높아진다. 특히 노인성 고혈압을 가진 경우라면 예상치 못한 불상사가 생길 가능성이 더 크다.

나이가 들면 신체의 모든 기능이 저하된다. 혈관도 그런 퇴행의 원리를 벗어날 수 없어서 혈관의 노화로 인하여 혈관 벽이 두껍고 딱딱하게 변한다. 탄력이 떨어진 혈관은 조금만 수축해도 혈관 내 통로가 쉽게 좁아져 혈압이 수직 상승하듯 올라간다. 노인은 건강한 젊은이보다 혈관 민감도가 2~3배 높아 조금만 추워져도 혈관이 더 수축하기 때문이다. 추운 날씨에 뇌졸중 발생이 젊은 층보다 훨씬 높아지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한다. 

노인 고혈압환자에게는 추운 날씨의 새벽이 마의 시간대다. 매일 아침이나 저녁에 혈압약을 복용하는 사람에게 새벽은 약 효과가 가장 떨어지는 때이기도 하므로 이 시간대는 혈압 조절에 무방비 상태가 된다고 봐야 한다. 나이 들수록 초저녁에 잠자리에 들고 아침잠이 없어지다 보니 일찍 일어나서 하루를 빨리 시작하게 된다. 하지만 혈압 높은 고령자에게 겨울철의 새벽 운동이나 다른 활동은 자제해야 한다. 하루 중 가장 기온이 낮은 새벽에 일어나자마자 하는 운동은 몸의 시스템이 한꺼번에 흔들려 혈압이 거침없이 마구 올라간다. 만조 때 바닷물 수위가 높아지면 둑이 터지는 것처럼 혈압이 최고조로 높아 뇌졸중이 올 가능성이 높아진다.

고혈압은 기본적으로 운동이 반드시 필요하다. 혈압 높은 사람에게 새벽 운동이 독약이나 마찬가지인 것처럼 타이밍을 잘못 맞추면 득보다는 독이 되므로 방식과 시기를 제대로 알고 해야 한다. 혈관 수축의 최대점이 되는 새벽보다 혈관이 느슨해지는 낮 또는 저녁 운동이 고혈압에 좋은 운동이 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순간적인 힘이 필요한 운동, 즉 헬스 단거리달리기 등 큰 힘이 요구되는 무산소 운동은 고혈압에 맞지 않으며 대신 걷기 요가 단전호흡 등 유산소 운동이 좋다. 운동은 한 번에 많이 하기보다 일주일에 5회, 한 번에 30분 이상씩 하는 게 효과적이다. 특히 하체 운동을 하는 게 좋다. 우리 몸 근육의 70%가 하체에 있기 때문이다.

또한, 혈압을 낮추는 방법으로 야외 활동을 할 때는 모자를 써서 머리를 따뜻하게 해야 한다. 머리는 몸에서 열이 가장 잘 빠져나가는 부위다. 모자에 목도리까지 착용하면 체온을 2도 이상 올려 혈압 상승 위험이 크게 줄어든다. 면 소재의 내복을 입는 것도 좋다. 옷을 따뜻하게 입으면 간혹 더워서 땀이 날 수 있는데, 이때 면으로 된 내복이 땀을 효과적으로 흡수한다. 땀이 그대로 증발하면 체온을 낮춰 혈압이 올라간다.

나이 들수록 몸은 식어간다. 청년기가 펄펄 끓는 물이었다면 노인은 점점 식어 미지근한 물과 같아서 추위를 많이 탄다. 젊어서는 얇은 옷을 입고 멋을 내어도 추위를 견딜 수 있다. 미지근한 물처럼 기능이 떨어진 고령에는 도통 추위를 이겨내기 힘들어 열탕을 자주 찾는다. 하지만 뜨거운 물로 목욕을 해 체온이 높아진 상태에서 갑자기 욕실 밖으로 나와 차가운 공기에 노출되면 혈압이 급격히 높아진다. 그렇기에 노인성 고혈압 환자는 40도 이상의 물로 목욕을 하지 않는 게 좋다. 40도 이상의 물로 목욕을 하더라도 마칠 때 미지근한 물로 체온을 조금 내린 뒤 밖으로 나오는 게 안전하다. 이처럼 평소 고혈압 심장질환 등 심혈관계 질환을 가진 사람은 누구보다 추운 겨울철 건강관리에 신경 써야 뇌졸중 같은 무서운 상황을 예방할 수 있다

글: 서초구 양재동 햇살고운한의원 문상돈 대표원장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