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 '이즈백' 빈병 처리 '합의'
업계 간 경쟁으로 제2 이형병 갈등 가능성
빈병 규격 법제화해 환경보호 취지 살릴 근본책 필요

이른바 '이형병' 처리 갈등이 한창이던 지난 9월 롯데주류 강릉공장의 야적장에 경쟁사인 진로하이트 '이즈백' 소주의 빈병이 산더미처럼 쌓인 채 방치돼 있는 모습. <폴리뉴스 사진>
▲ 이른바 '이형병' 처리 갈등이 한창이던 지난 9월 롯데주류 강릉공장의 야적장에 경쟁사인 진로하이트 '이즈백' 소주의 빈병이 산더미처럼 쌓인 채 방치돼 있는 모습. <폴리뉴스 사진>

 

[폴리뉴스 유재우 기자] 소주 ‘이즈백’의 빈병 처리를 위한 회사 간 교환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던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가 최근 일단 합의했다. 그러나 이는 근본책 해결책이 아닌 미봉책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정부가 명확한 법률적 근거를 마련함으로써 빈병 공동사용 업무의 효율성을 높여 환경 보호에 더 힘써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가 '이형병'(異形甁) 문제를 일단락 지었다. '모양이 다른 병'이라는 의미의 이형병은 정부의 빈용기 보증금 제도에 따라 소주 생산회사들이 생산하고 있는 표준화된 규격의 빈병과 달리 이즈백처럼 차이가 나는 경우를 말한다. 기존 메이저 소주회사들의 제품은 같은 규격으로 인해 상대회사의 라벨만 제거하고 세척해 재사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하이트진로가 이형병을 사용함으로써 이를 회수한 롯데주류는 이를 재사용하지 못한 채 야적장에 쌓아둠으로써 갈등의 원인이 돼 왔다.    

결국 정부의 중재로 지난 12일 롯데주류가 ‘진로이즈백’ 이형병을 절차를 거쳐 하이트진로에 넘겨주기로 했다.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는 교환 비용 등을 결정하고 이를 양사에 제안했다. 이로써 롯데주류가 갖고 있던 420만여 개의 ‘진로이즈백’병은 개당 10.5원의 비용을 받고 하이트진로로 반환된다. 바로 전날인 11일까지도 깨진 병 처리 방식의 의견차 때문에 합의를 못했던 상황에서 해결책이 마련됐다. 

한편 유통센터는 다음달, 이형병을 회수하고 재사용 개체를 선별해서 재생산하는 데까지 발생하는 문제점 및 추가 발생 비용 등을 조사, 분석해 교환 비용과 방식을 제시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한다. 결과를 바탕으로 파손된 병 등에 대해서도 추가 정산에 포함할 계획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러한 일회적 조정과 연구 용역 발주를 통한 개별적인 대응은 앞으로 또 다른 이형병 갈등을 야기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기업체마다 마케팅 전략에 따라 또 다른 이형병을 개발할 수밖에 없어 이러한 대응은 그저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지난 21일 김미화 자원순환사회연대이사장은 “이번 양사의 문제는 이미 교환하기로 이행합의서까지 작성한 상태지만, 이제부터라도 소주와 맥주는 업체 간엔 대량 거래가 주가 되는 만큼 규격화된 공병을 사용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덧붙여 “여타 주종들도 별도로 병 규격을 규정하는 것은 물론 이종의 병이 혼입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병이 섞이는 것을 미연에 방지해야 병 파손 문제가 발생해도 교환 합의 과정이 수월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업계에서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차별화된 디자인을 통한 상황 타개가 요구되는 것이 현재 주류 업계의 분위기인 탓이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정해진 교환 비용을 떠안는 것 자체에도 탐탁지 않은 반응이다. 합의 당시 롯데주류 측은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교환 비용이라는 명목으로 비용을 처리해야 하나”라고 말했다. 이후 현재 롯데주류는 해당 조치 준수를 강행한 만큼 이 문제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한편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실제 ‘진로이즈백’의 주류 시장 점유율은 1~2% 선이다. 이형병이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볼 수 있다. 이형병을 사용하는 지방 업체들은 정부가 제재를 할 경우 타격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공병처리를 둘러싼 업계 갈등을 환경문제라는 사회적 비용의 차원에서 접근할 것을 조언하고 있다. 환경부가 기업의 자율성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반드시 규제 마련을 통해 문제를 방지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빈병 규격에 대한 규제 마련이 근본적 해결책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앞서 김미화 자연순환사회연대이사장은 지난 7월 “60% 가량의 시장 점유율을 가진 하이트진로가 초록색이 아닌 병을 사용하면 나머지 40%를 점유한 업체들은 재사용을 위한 공병 회수 체계를 다시 구축해야 하고 소주병도 재생산해야 해 물류비 등 생산비용이 상승할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형병을 쓰는 것이 오히려 시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 이사장은 이어 “진로 소주를 잘 마시지 않는 지방에 가면 회수가 돼 봐야 얼마나 되겠나”라고 반문했다.

이형병 문제를 기업의 경영 논리로만 접근하는 것은 결국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의견인 만큼 궁극적인경영의 효율성과 환경 보호를 위해 주류 빈병의 규격화를 위한 규제 마련이 필요하다는 여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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