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동기 대비 수입액 최대 99% 감소
과거사 청산 문제가 불매 운동 시작의 단초, 쉽게 끝나지 않을 듯

일본산 제품 불매 운동 이후 수입액이 급감하고 있는 일본 맥주 <사진=연합뉴스>
▲ 일본산 제품 불매 운동 이후 수입액이 급감하고 있는 일본 맥주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유재우 기자] 일본 맥주가 국내에서 두 달 동안 거의 팔리지 않고 있다.

지난 7월 일본이 국내에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 수출을 금지한 것을 계기로 시작된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의 결과, 일본 맥주가 작년 동기와 비교해 최근 두 달 동안 거의 팔리지 않고 있다. 작년 이 시기와 비교하면 수입 규모에서 중량은 99.6%, 금액은 99.5% 줄었다. 불매 운동 직후인 지난 8월 수입액이 97% 감소한 사실을 감안하면 일본 맥주 불매 운동이 지속되는 것은 물론 더욱 확산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수입액 99% 폭락한 규모를 액수로 산정하면 5천200만 원선이다. 이는 불매 운동이 시작된 이후인 지난 9월과 비교하면 그나마 증가한 규모이다. 저 당시 일본산 맥주가 중량으로는 4천202㎏, 액수로는 약 700만 원어치가 수입됐다. 그러나 불매 운동 시작 이후 작년 동기 대비로 비교하면 100% 가까이 감소해 수입의 절대량이 줄었다.

일본 맥주 및 청주 수입액 감소폭 <사진=연합뉴스>
▲ 일본 맥주 및 청주 수입액 감소폭 <사진=연합뉴스>

국민들의 대대적인 불매 운동 시작 직전에는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맥주 10종 중 3종이 일본 맥주(아사히, 삿포로, 기린)였다. 그러나 불매 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최근 지난 9월까지 아사히는 3위에서 36위, 삿포로는 10위에서 56위, 기린은 9위에서 53위로 떨어져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불매운동의 충격을 받기 전까지 일본 맥주가 국내 시장에서 선전했던 주요인 중 하나는 각 편의점에서 시행한 수입맥주 4개에 1만원 할인이었다. 실제로 지난 2015년까지 8.5%던 수입 맥주의 국내시장 점유율이 지난해 20.2%까지 올랐다. 그런데 불매운동 후 이것이 양날의 검이 되어 돌아왔다. 각 편의점이 일본 맥주에 대한 여론이 점차 나빠진 것을 의식해 할인 품목에서 제외하면서 매출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한편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 문제에 대해 “수입맥주와 같은 음료시장은 소비자 취향이 빠르게 달라지고 대체재가 풍부해서 한 번 1위 자리를 내주면 다시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쉽지 않다”며 “일본 불매운동을 계기로 일본산 맥주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다시 1위 자리를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일본 맥주를 취급하던 국내 업체들에도 불똥이 튀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우리 회사는 일본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고 단순히 수입 유통을 담당하고 있을 뿐인데 불매 운동 대상으로 몰려 상황이 안 좋게 됐다. 매우 난감한 입장”이라며 하소연했다.

지금의 불매 운동 시작의 단초는 과거사 청산 문제 갈등에 근간이 있다. 지난 2003년 신일철주금(구 신일본제철) 강제 징용 피해당사자인 여운택, 신천수 씨 등은 일본 오사카에서 제기한 강제 징용 손해배상소송에서 패소한 후 2005년 국내 법원에 재소송했다. 그리고 지난해 10월 대법원이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지금은 지소미아(GSOMIA)협정 유지 여부 문제까지 겹쳐 일본은 좀처럼 타협적으로 나오지 않고 있다. 단순 시장 경쟁이 아니라 과거사 청산 문제가 걸려 있는 만큼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은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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