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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규열 경제국장 칼럼]이스라엘, 실패 용인‘다브카’문화, 재창업 육성정책이 스타트업 원동력

5조에 팔린 ‘배달의 민족’...스타트업 M&A 활성화 계기

국내1위 음식배달 서비스 앱‘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 형제들이 40억달러(약 4조7000억 원)에 독일회사에 매각된다. 국내 스타트업 사상 최고 액수의 인수·합병(M&A)이다. 우아한 형제들은 지난 2010년 김봉진 대표가 창업한 벤처기업이다. 이번에 인수한 독일기업 딜리버리히어는 40개국에 진출한 세계1위 배달서비스 회사로 이번 M&A로 국내 음식배달 서비스 시장을 장악하게 됐다.

이번 M&A가 긍정적인 것은 벤처기업이 시장에서 투자자금을 회수할 루트가 생겼다는 점이다. M&A는 벤처기업이 투자자금을 회수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선진국에서 활성화 되어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1%정도로 아직 미미한 실정이라고 한다. 스타트업이 활성화되지 못하는 이유 중의 하나다. 선진국들은 어떤가?

특히 우리나라처럼 천연자원이 나지 않아 사람이 전부인 나라, 세계 스타트업 메카로 성장한 이스라엘의 성공사례는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이스라엘은 아랍국가지만 석유 한 방울 나지 않아 천연자원이라고는 사람이 전부인 나라다. 네 차례 중동전쟁을 겪었지만 여전히 주변 국가들과 적대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서쪽으로 지중해와 맞닿은, 인구는 우리나라 6분의1 수준인 860만, 총면적은 경상도 크기보다 작은 나라. 노벨상 12명, 나스닥 상장기업 94개(2017년 2월 기준)로 세계 세 번째, 인구 1400명당 스타트업 1개꼴, 글로벌 R&D센터 350개, 1인당 벤처창업 세계 1위다. 종교 성지에서 창업 성지로 떠오른 이스라엘이 좁은 내수시장과 척박한 천연자원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스타트업 메카로 도약할 수 있었을까?

1993년 세계 각국으로 흩어졌다 국가 재건을 위해 다시 모인 이스라엘 사람들은 당시 경기침체를 타계할 새로운 동력으로 스타트업에 주목했다. 정부는 과학자들과 기업가, 기술자들을 모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스타트업 지원을 시작했다. 먼저 이스라엘 정부는 텔라비브에 중동최대 벤처단지인‘실리콘 와디’를 만들었다. 정보통신기술, 반도체, 생명과학 등 첨단분야 벤처기업 4000여 곳, 200개 이상의 엑셀러레이터와 인큐베이트, 벤처투자자, 다국적 기업의 R&D센터도 이 지역으로 모았다.

이어 첨단 기술 산업 육성과 외국인 투자자 유치를 위해 1000만 달러 규모의 민관합작‘요즈마펀드’를 만들었다. 이스라엘 창업생태계의 본격적 태동이 시작된 것이다. 이 펀드는 이스라엘 정부와 민간이 4:6 비율로 투자한 벤처캐피털이다. 정부가 창업기업에 자금을 대면 민간도 투자할 수 있도록 만든 이스라엘의 모태펀드로 설립 당시 1억 달러였으나 지난 2013년에는 40억 달러 규모로 성장했다.

이스라엘 스타트업의 특징은 정부의 역할도 크지만 철저하게 민간중심이라는 점이 다. 이스라엘 정부 28개 중에서 13개 부에 수석과학관실(OCS)를 두고 각 부처마다 대학들과 해당업무와 관련된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수석과학관실은 트누파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창업 전 필요한 자금의 85%를 지원해 주고 나머지 15%는 창업초기 각종지원을 담당하는 인큐베이트가 맡는 구조다. 특이한 점은 실패해도 갚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실패를 용인하고 존중하는 '다브카(Davca)' 문화도 이스라엘 창업 선진국의 기반이 됐다. 다브카는 히브리어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는 의미로 실패해도 괜찮으니 한계를 극복하고 성공하라는 뜻이다. 청년들은 도전하고, 책임은 사회가 진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에서는 창업을 개인의 영리 추구보다는 공공 발전의 성격이 강해 결코 남의 실패를 비난하거나 책임을 묻지 않는다. 실패와 시행착오를 해도 관계가 없다고 한다. 이스라엘 정부는 실패한 창업자에게 첫 창업 때보다 더 많은 인큐베이팅 프로그램과 자금을 지원한다. 한 번 실패했기 때문에, 오히려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이 같은 지원 덕분에 이스라엘에서는 매년 1000개의 스타트업이 등장한다. 물론 이중 2%만 성공한다. 이스라엘 정부와 요즈마펀드 등은 실패한 98%의 창업자 지원을 위한 재원을 따로 관리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실패 이전보다 20%이상 많은 추가 지원을 제공한다. 젊은 창업자라면 도전해볼 법한 환경과 제도를 갖춘 것이다.

이스라엘 스타트업의 또 다른 성공비결은‘연쇄 창업’이다. 여러 번 재 창업을 통해 사업 노하우를 쌓은 창업자들이 많아지면서 엑시트(투자금 회수) 규모도 커졌고, 생태계도 성숙해졌다. 스타트업 수를 늘리기 보다 기존 스타트업 규모를 키우는‘스케일 업’정책을 쓰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처럼 한번 창업하면 끝장을 보는 정주영식‘창업가 정신’이 아니라 하나를 빨리 키워서 적당한 가격에 팔고 그걸 기반으로 또 다른 사업에 도전하는 방식이다. 주로 첫 번째 사업에서 경험을 쌓고 두 번째, 세 번째 사업에 올인하는 형태다. 이스라엘은 액시트 기간도 짧다. 창업부터 엑시트까지 걸리는 평균 기간은 약 4년 반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보통 10년이 걸린다. 빠른 엑시트는 결국 활발한 재 창업으로 이어져 엔젤투자, 벤처캐피털 등 이스라엘의 투자 생태계를 성장할 수 있게 만들었다. 투자 생태계가 발전하려면 엑시트 사례가 많아져야 하는 것이다. 이스라엘의 2016년 액시트 건은 104건이었다.

글로벌 기업의 R&D 센터 유치도 이스라엘이 스타트업의 메카로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인텔, 애플, 페이스북 같은 대기업 지사나 R&D 센터 등이 약 350개가 들어와 고용뿐 아니라 스타트업과의 협업 효과도 컸다. 글로벌 기업 R&D 센터 유치로 벤치마킹은 물론 이를 활용한 기술 혁신으로 해외 투자자의 마음도 사로잡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이스라엘은 해외 투자자가 전체 벤처투자의 약 87%로 비중이 높다.

사실 이스라엘의 창업 생태계나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이 우리나라보다 혁신적이라기보다 스타트업을 바라보는 시각과 실패를 대하는 생각이 다른 것이다. 스타트업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것은 실패를 용인하고 재 창업을 육성하는 이스라엘의‘다브카’문화가 아닐까

 

 

 

전규열 기자

경제 · 산업부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한국은행과 금융권은 물론 주요그룹사의 생생한 기사를 심층 보도해 드리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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