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대출·청약·공급 등 모든 분야에 규제 일변도 ‘12‧16 대책’
전문가 “자금출처 소명...시장경제 반(反)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은성수 금융위원장, 홍남기 경제부총리, 김현미 국토부 장관, 김현준 국세청장. <사진=노제욱 기자>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은성수 금융위원장, 홍남기 경제부총리, 김현미 국토부 장관, 김현준 국세청장. <사진=노제욱 기자>

[폴리뉴스 노제욱 기자] 문재인 정부가 ‘초고강도’ 부동산 대책을 깜짝 발표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브리핑을 진행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은성수 금융위원장, 김현준 국세청장도 함께 참석했다.

최근 분양가 상한제와 종합부동산세 과세에도 불구하고 서울 아파트값이 24주 연속 상승하고, 일부 지역에서 풍선효과가 나타나는 등 부작용이 확산되자 결국 강도 높은 추가 대책을 급하게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세금·대출·청약·공급 등 사실상 부동산과 관련된 모든 분야를 망라하는 대책을 내놨다.

먼저 대출 부분에서는 2주택자나 고가주택 매수자의 전세자금대출을 회수하고, 주택임대업 외 법인 사업자에 대해 투기과열지구까지 대출을 금지하기로 했다.

그리고 갭투자와 다주택자 등 부동산 투자 관련 규제를 위해 9억 원 초과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강화하고, 15억 원 이상 초고가주택의 주택담보대출을 아예 금지한다.

세금 관련해서는 종부세 세율을 일반 0.1%p~0.3%p, 3주택 이상 및 조정대상지역 2주택 0.2%p~0.8%p 인상한다.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 보유자의 세 부담 상한도 현재 200%에서 300%로 확대하기로 했다.

종부세 세율 인상안. <자료=국토부 제공>
▲ 종부세 세율 인상안. <자료=국토부 제공>

또한 1주택자의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를 거주 기간에 따라 차등 적용하기로 했다. 이는 실거주가 아닐 경우 세 부담을 높게 해 투자를 막기 위한 방침이다. 1~2년 미만 주택 보유자의 양도세율도 높였다.

1주택자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 차등 적용안. <자료=국토부 제공>
▲ 1주택자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 차등 적용안. <자료=국토부 제공>

오는 2021년부터는 조정대상지역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시 주택 수에 분양권을 포함시킨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토부는 2020년 공시부터는 고가주택을 중심으로 공시가격의 현실화율을 지금보다 크게 높인다는 계획이다. 9~15억 원 사이는 시세의 70%, 15∼30억 원은 75%, 30억 원 이상은 80% 수준까지 높일 방침이다. 따라서 고가주택 보유자나 2주택 이상 다주택자는 보유세 부담이 상당히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처럼 종부세를 높이는 대신 조정지역 내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를 10년 이상 장기 보유자에 한해 내년 6월 말까지 유예하기로 했다.

사실상 “내년 6월 전에는 집을 팔라”는 시그널을 준 것이다. 이는 최근 ‘매물 잠김’ 현상을 고려해 마련한 대책으로 보인다.

청약에서는 재당첨 금지 기간을 최장 10년까지 늘리는 방안이 포함됐다.

현재 분양가 상한제 적용 주택이나 조정대상지역, 투기과열지구 등지에서 당첨된 경우 지역과 주택 평형에 따라 1~5년간 재당첨이 제한된다.

앞으로 국토부는 분양가 상한제 대상 주택과 투기과열지구에서 공급된 주택에 당첨 시 10년간, 조정대상지역에서 당첨 시 7년간 재당첨이 불가능하도록 개선할 예정이다.

최근 서울 및 수도권 일부 단지에서 청약 경쟁률이 수백 대 1이 넘는 ‘청약 광풍’ 현상이 발생하면서 이를 의식한 조치로 풀이된다.

또한 공급 질서를 교란하거나 불법 전매가 적발된 이에 대해선 주택 유형에 관계없이 10년간 청약을 금지한다.

과천 등 지역에서 청약 1순위 자격을 얻기 위한 전세 수요가 몰린다는 지적이 제기됨에 따라 거주요건을 기존 1년에서 2년 이상으로 올리는 방안도 추진된다.

이미 과천시는 이를 문제 삼아 과천 지식정보화타운의 청약 1순위 자격을 강화해줄 것을 경기도에 요청한 바 있다.

공급과 관련해서는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을 대폭 확대했다. 이번에 추가 지정된 지역은 서울 13개 구 전역과 강서·노원·동대문·성북·은평 등 5개 구의 37개 동, 경기 과천·광명·하남의 13개 동 등이다.

지난달 6일 발표 이후 한 달 만에 2차 지정을 한 것으로, 1차 지정 이후 제외된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이 상승하는 ‘풍선효과’가 발생하자 이 같은 조치를 단행한 것으로 풀이된다.

‘공급 감소 우려’를 의식한 듯 서울시 정비사업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재건축 사업 추진을 지원하고, 가로주택정비사업은 분양가 상한제 적용에서 제외하는 등 공급 확대 방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시장 질서를 위해 현재 이뤄지고 있는 부동산 조사와 관련, 추후 더 강도 높게 시행하겠다고 전했다.

자금조달계획서 등을 활용해 고가주택의 자금출처를 국세청이 전수 분석하고 탈세 혐의자는 예외 없이 세무조사를 받게 된다.

다주택자에 대한 조세부담 회피를 위해 설립한 부동산업 법인의 탈루 혐의에 대해 국세청이 ‘정밀 검증’에 나설 계획이다.

실제로 지난해 9‧13대책 이후 조세부담 회피 등을 위한 부동산업 법인 설립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추후 국토부·감정원에 실거래 관련 상설조사팀을 신설하고, 국토부 조사팀에 부동산 조사 전담 특사경 인력을 증원 배치해 불법행위 단속할 예정이다.

상설조사팀은 부동산 분야 전담 조사 기구로서 불법 전매, 청약통장 거래, 무자격·무등록 중개 등 불법행위를 수사하고 사법적 조치, 실거래 직권 조사, 관계기관(지자체 등) 수사 공조 등을 실시하게 된다.

정비사업에 대한 합동점검도 상시화해 수주경쟁과열에 따른 분양가 보장, 임대주택 매각 등 위법·시장 교란 행위에 대해 엄중 조치할 방침이다.

그리고 현재 자금조달계획서 제출대상이 투기과열지구 내 3억 원 이상 주택 취득 시로 제한돼 있는 것을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내 3억 원 이상 주택 및 비규제지역 내 6억 원 이상 주택 취득 시로 확대한다.

투기과열지구 9억 원 초과 주택 실거래 신고 시에는 자금조달계획서와 함께 신고와 관련된 객관적인 증빙자료를 제출해야 하는 안도 포함됐다.

이날 발표된 12‧16 대책에 대해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2021년부터 서울 입주량이 다소 감소할 전망인데다, 분양시장엔 사실상 무주택자만 참여할 수 있는 상황에서 분양가 상한제를 통해 전매규제까지 최대 10년으로 확대되면 서울 지역 새 아파트에 대한 희소성이 심리적으로 더 부각되지 않을지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전했다.

이어 “반면 한시적으로 양도세 중과를 배제하고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적용하는 것은 유통 매물 개선에 다소 도움이 될 전망”이라며, “고가주택의 보유 부담이 점차 커지고 있어, 일부는 매각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분간 분양시장에 대한 청약 열기는 지속될 전망”이라며, “서울 대부분 지역을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으로 선정해 비규제지역 풍선효과를 줄일 수 있겠으나 경기권으로 부작용이 나타날 우려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또한 “자금출처 소명을 통한 주택거래 자금의 투명성이 확보되거나 증여 탈세 및 탈루, 업·다운계약서 작성 등 다양한 불법거래가 감소할 전망이지만 과도한 거래 시장 단속의 장기화가 거래량을 축소시키고 거래 시장을 교란하는 부작용은 없을지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규제 강도가 너무 높은 대책이 나와서 주택 가격이 상승하는 현재 상황을 일단 진정시키는 단기적 효과는 있겠지만 중장기적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출 규제는 장기적으로 끌고 가면 안 되고 시장이 안정되면 규제를 완화해줄 필요가 있으며, 종부세나 재산세 인상은 단기적 인상보다는 중장기적 인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금조달계획서의 경우는 시장을 통제하겠다는 것으로 시장경제에 반(反)하는 정책”이라며, “이러한 정책도 시장이 안정되면 시행을 중지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또한 “분양가 상한제 확대 적용에 관해서는 내년 4월까지 유예하는 안을 시행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 당장 시장에 주는 영향은 거의 없고 내년 5월이 지나봐야 효과를 알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분명히 주택 공급 자체는 줄어들 것이고, 상한제를 통해 분양 가격을 낮게 책정해도 기존 시장의 높아진 가격을 끌어내리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이러한 ‘초고강도’ 대책에도 불구하고 효과가 없을 경우 내년 상반기에 2차 종합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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