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경쟁 업체와 향후 시장 상황 고려한 인수
독과점 기업이 유발하는 문제점은 관리돼야

배달 어플 '배달의민족', '요기요' 상표 이미지 <사진=연합뉴스>
▲ 배달 어플 '배달의민족', '요기요' 상표 이미지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유재우 기자] 배달앱 ‘요기요’ 운영사인 ‘딜리버리히어로(DH)’가 배달앱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을 인수했다. 

이번에 DH가 인수한 규모는 우아한형제들의 국내외 투자자 지분 87%이다. DH는 우아한형제들의 인수가를 4조 7500여억 원으로 평가했다. 나머지 경영진이 보유한 지분 13%는 향후 DH의 지분으로 전환된다. 이는 DH 본사 경영진 지분 중 최대 규모이다.

우아한형제들의 상당 지분이 DH에 인수되지만 이것이 배달앱 ‘배달의민족’의 소멸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대표는 양사가 싱가포르에 각각 절반씩 지분을 투자해 세운 ‘우아DH아시아’ 합작회사의 회장으로 부임한다. 그는 우리나라와 배달의민족이 진출한 베트남을 포함해 홍콩, 말레이시아, 파키스탄, 태국, 라오스, 필리핀, 싱가포르, 대만, 방글라데시 등 아시아 11개국 사업을 경영한다. 

그리고 이 국가에서 배달앱 서비스를 시작할 때 배달의민족 상호를 계속 사용할 수 있다. 우아한형제들의 신임 CEO(Chief Executive Officer)로는 김범준 CTO(Chief Technology Officer)가 부임한다. 또 국내 시장에서도 지금과 마찬가지로 배달의민족과 요기요가 각자 운영된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배달앱 이용 점유율은 배달의민족이 55.7%, 요기요가 33.5%를 기록했다. 작년까지 두 업체가 90% 가까운 점유율을 기록했다. 최근까지 배달의민족의 성적은 매우 준수했다. 그러나 우아한형제들의 관계자는 지분 매각의 이유로 점차 치열해지는 국내 배달앱 시장 환경을 들었다. 지난 5월 출범한 쿠팡의 ‘쿠팡이츠’는 서비스 시작부터 배달비 무료, 주문금액 0원, 첫 주문 시 최대 5000원 할인 등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펼친 바 있다. 배달 업계에서는 후발주자인 쿠팡이 시작부터 자본력을 앞세워 강한 도전을 했던 셈이다. 

또 지난 6일 발표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2019 식품 소비 행태 조사’에 따르면 올해 배달서비스를 이용했다고 응답한 가구 비중이 지난해 74.8%에서 올해 73.5%로 소폭 하락했다. 점차 강해지는 경쟁 업체들의 도전과 시장 성장의 정체가 우아한형제들이 DH에 지분을 매각하고 아시아 시장으로의 진출을 결심하게 된 주요인으로 분석된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국내외 거대 자본의 도전이 계속될 경우 자금이 넉넉지 않은 국산 앱은 금세 도태되는 것이 업계의 현실”이라며 “배달의민족은 국내 1위의 토종 배달앱이나 최근 국내외 거대 IT 업체들이 이 분야에 진출했다. 이에 위기의식을 느꼈고 이번 인수를 통해 아시아 시장 진출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다만 기존에도 업계를 양분했던 거대 업체 두 곳이 합쳐지는 만큼 시장 독과점의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그동안 두 업체는 업주 유치를 위한 수수료 인하 경쟁을 펼쳐왔다. 양사는 합병 후에도 독자 경영을 유지한다는 입장이지만, 경쟁 구도는 이전에 비해 느슨해질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수수료 인하나 점주 대상 프로모션 등 입점 관련 혜택이 축소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오히려 DH 독점구조로 시장이 재편된 만큼 수수료 인상에 대한 우려가 크다. 업계 관계자는 “한 업체가 내리면 뒤쫓아 오는 방식으로 조정했던 앱 수수료 인하 경쟁도 없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앱 이용자들에 대한 서비스도 예전 같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양사는 고객 유치를 위해 ‘반값 데이’, ‘0원 쿠폰’ 등 다양한 할인 행사를 진행한 바 있다. 업계에서 독보적인 거대 업체가 된 만큼 고객 유치를 위한 절실한 판촉 행사는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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