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윤진 기자] 13년 전 개봉 영화, 최동훈 감독의 <타짜>

25년 전 공개 음악, 가수 머라이어 캐리의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

32년 전 출간 도서, 소설가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

위의 세 문화콘텐츠에는 공통점이 있다. 출시된 지 수십 년이 지났지만, 대중들 사이에서 잊히지 않고 꾸준히 소비된다는 것이다. 최근 <타짜>의 역주행을 지켜보니, 또 다른 문화콘텐츠인 ‘게임’을 취재하는 기자로서 문득 떠오른 게 있다.

“그때 그 온라인게임, 다시 즐길 수는 없을까”

넥슨 바람의나라 구버전. <사진출처=네이버 카페 바람의나라 게임風>
▲ 넥슨 바람의나라 구버전. <사진출처=네이버 카페 바람의나라 게임風>

 

1996년 출시된 넥슨의 <바람의나라>나 1998년 출시된 엔씨소프트의 <리니지>는 세계적으로도 전례가 드문 장수 온라인게임이다. 하지만 두 게임의 서비스 초기와 현재의 모습은 확연히 다르다. <바람의나라>는 2003년, <리니지>는 2019년 일신한 그래픽으로 탈바꿈했다.

리뉴얼에 대한 반응은 각양각색이었다. 당시 <바람의나라>에서는 새버전에 적응하지 못하고 떠난 사람도 있었지만, 잘 적응하고 즐긴 사람도 많았다. <리니지> 유저들은 대체로 바뀐 모습에 만족했다.

이렇게 과거의 모습을 지운 게임이 있는가 하면, 아예 자취를 감춰버린 게임도 있다. <카르마온라인>, <스톤에이지>, <그랜드체이스>, <요구르팅>, <서바이벌프로젝트> 등은 시대를 풍미했지만, 지금은 스크린샷이나 동영상만 남았다.

이처럼 온라인게임은 인기가 줄면 서비스 종료 절차를 밟는다. 올해 넥슨은 게임 7종의 서비스 종료 계획을 알렸고, 엔씨소프트는 지난 8월 모바일게임 <리니지 레드나이츠>의 문을 닫았다. 넷마블은 오는 20일 모바일게임 <백발백중>의 운영을 종료한다.

그렇다면 훗날 게이머들은 ‘그때 그 온라인게임’을 다시 즐길 수 없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할까?

온라인게임 유저들은 적게는 몇천 원부터 많게는 수억 원까지 소비한다. 하지만 그간의 과금액은 서비스 종료일부터는 ‘매몰비용’으로 전락한다. 일찍이 정을 뗀 게이머가 아니라면, 서비스 종료가 달가울 리 없다.

‘오프라인 PC게임’의 경우에는 어떨까. ‘스팀’, ‘에픽게임즈 스토어’ 등의 서버에 보관된 게임은 해당 플랫폼이 망하지 않는 한, 한 번 구매해두면 언제든 다시 즐길 수 있다.

대물림까진 어렵지만, ‘콘솔게임’ 역시 본인이 죽기 전까지는 플레이할 수 있다. 국내 게임전문지 ‘게임어바웃’이 지난 2017년 12월 8일 네이버 포스트에 게재한 칼럼 [나의 소중한 게임, 몇 년이나 살아남을 수 있을까?]에 따르면, 게임이 담긴 카트리지는 길면 70년 이상 사용할 수 있고, CD는 일관된 수명이 존재하지 않지만 20년 이상 보존된 기록이 있다.

실제로 기자가 소장 중인 15년 된 휴대용 게임기 GBA와 카트리지는 아직도 정상 작동한다. 그런데 함께 소장 중인 14년 전 막을 내린 온라인게임 <택티컬 커맨더스> 설치 CD는 멀쩡한 외관과 달리 실행되지 않는다. 추억의 온라인게임을 다시 즐기고 싶다는 바람은 정말 욕심인 걸까.

다행히도 최근에는 일부 게임사들이 ‘온라인게임 사후지원’에 나서기 시작했다. 바로 넥슨과 스마일게이트다. 넥슨은 지난 8월 온라인게임 <어센던트 원>의 서비스를 종료하기 직전 ‘오프라인 모드’를 지원하는 패치를 실시했고, 오는 18일 서비스 종료할 예정인 모바일게임 <듀랑고>에서도 오프라인 모드를 제공할 예정이다. 스마일게이트는 지난해 문을 닫은 모바일게임 <큐라레: 마법도서관>의 공식 커뮤니티를 지금도 운영하고 있다. 오프라인 모드를 지원한 건 아니지만, 나름의 방식으로 명맥을 남긴 것이다.

서비스 종료 뒤에도 게임을 유지하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다만 책임감과 팬서비스 정신을 갖고 수익창출이 불가능한 게임에 비용을 지출하는 회사만 없을 뿐이다.

기자는 올여름, 서비스가 곧 종료될 것 같은 온라인게임들을 찾아 나선 적이 있다. 그 게임은 누군가에게 ‘인생작’일 수 있는 만큼, 독자들이 궁금해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당시 취재 중에 모 게임사의 관계자는 기자에게 “서비스 종료 여부가 왜 그렇게 궁금하세요? 게임이 없어지길 바라시나 봐요?”라고 화내며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대부분의 게임사는 소리소문없이 서비스를 종료하고 싶어 하므로 이해는 갔다. 해당 게임은 취재 세 달 뒤 내려갔다.

게임은 음악과 영화에 이어 최근 출판까지 누르고 세계 최대의 문화콘텐츠 시장으로 자리매김했다. 직원 수 대비 영업이익은 어느 산업도 견주기 힘들 정도로 효율적이다. 더불어 국내 게임사들은 개발자들의 ‘인건비’를 문화산업 진흥을 위한 ‘경상연구개발비’라는 명목으로 대체해 세액 공제 혜택까지 받는다. 게임사들은 받은 혜택만큼 게이머들에게 돌려주고 있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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