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이지혜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하원을 통과하면서 내년 11월 치뤄질 미국 대선에 미치는 영향이 주목된다. 재선을 노리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빠르게 ‘탄핵 이슈’를 털어버리고 변수를 최소화하려는 전략을 취하고 있으나, 민주당은 탄핵안을 쥐고 공화당을 압박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탄핵의 이유는 지난 7월 25일 불거진 ‘우크라이나 의혹’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4억 달러에 달하는 군사원조를 거론하며 민주당의 유력한 대선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그의 아들 헌터에 대한 수사에 착수하라고 압박한 의혹을 받는다.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9월 24일 “하원이 공식적인 탄핵 조사를 추진한다는 것을 발표한다”고 밝혔고, 신속히 탄핵 절차를 진행했다. 2주간의 탄핵조사 공개청문회는 지난 11월 21일 일단락 됐으며, 청문회에서는 트럼프 측에 불리한 증언이 쏟아졌다. 

민주당은 결국 12월 11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권력남용과 의회방해 혐의를 적용한 두 개의 탄핵소추안을 작성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한 조사를 압박하는 등 자신의 권한을 남용했으며, 의회의 소환과 증거 제출 요청 등을 거부하며 탄핵 조사를 방해했다고 지적했다. 

하원의 탄핵소추안 표결 절차는 18일 진행됐다. 두 안건 모두 찬성이 과반을 차지하며 가결됐다. 권력 남용 안건은 찬성 230표, 반대 197표였으며, 의회 방해 안건은 찬성 229표, 반대 198표였다. 하원의 현 재적 의석수는 공석 4석을 제외한 431석(민주 233석, 공화 197석)이다. 공화당은 전원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분석됐다.

펠로시 의장은 가결을 선포하며 “오늘은 헌법을 위해서는 좋은날이지만, 미국에게는 슬픈 날”이라고 밝혔다. 그는 “나는 하원 민주당 의원들의 도덕적 용기에 이보다 더 자랑스러울 수 없다”며 “우리는 그 어떤 의원에게도 어떻게 투표할 것인지 물어보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이러한 탄핵조사 절차를 ‘마녀사냥’이라며 맹비난하던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미시간주에서 선거유세를 하다 가결 소식을 듣고 격분했으며, “불법적이고 당파적인 탄핵은 민주당의 정치적 자살 행진”이라고 비난했다. 또한 펠로시 의장과 민주당을 겨냥해 “제정신이 아니”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18일(현지시간) 미국 하원에서 가결됐다. <사진=낸시 펠로시 미 하원 의장 트위터>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18일(현지시간) 미국 하원에서 가결됐다. <사진=낸시 펠로시 미 하원 의장 트위터>


공화당-민주당, 상원 탄핵절차 놓고 기싸움...둘로 갈린 미국

미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하원에서 가결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1868년에는 앤드루 존슨, 1998년에는 빌 클린턴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가결됐다. 다만 상원 의석은 공화당 53석, 민주당 45석, 무소속 2석으로 탄핵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 

때문에 공화당은 상원에서 탄핵안을 무력화시켜 내년 대선에서 탄핵 변수를 최소화하려는 전략을 갖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가결된 탄핵소추안을 곧바로 상원으로 넘기라고 촉구하고 있다. 그는 20일 자신의 트위터에 “펠로시는 자신의 허위 탄핵 사기극에 너무 무기력한 나머지 상원으로 그것을 보내기 두려운 것”이라고 비꼬았다. 

반면 펠로시 의장은 “공장한 절차가 필요하다”며 공화당이 상원에서의 탄핵 심판 절차 윤곽을 제대로 보일 때까지 소추위원을 지명하지 않겠다고 버티는 중이다. 탄핵 정국을 끌고 가면서 공화당을 압박하겠다는 계산이다. 또한 ‘결정적 증거’를 가지고 있을 수도 있는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을 증인으로 불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공화당과 민주당이 완전히 등을 돌린 만큼, 여론도 반으로 갈렸다. 로이터 등 미 언론은 이번 탄핵안 가결에 “나라가 양극화 됐다(Polarized Country)”고 표현하기도 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여론조사기관 모닝컨설턴트가 하원 탄핵 가결 이후 19~20일 138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미국인 52%가 탄핵안 가결에 찬성했으며 43%는 반대했다.

반면 20일 미국 CNN에 따르면, 갤럽 여론조사 결과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45%로 지난 10월 조사(39%) 때보다 6%p 나 상승했다. 또한 같은 기간 탄핵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52%에서 46%로 6%p 하락하기도 했다. 탄핵소추안이 통과되면서 오히려 지지층이 결집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TV토론회서 발언하는 피트 부티지지 시장(왼쪽)과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사진=연합뉴스>
▲ TV토론회서 발언하는 피트 부티지지 시장(왼쪽)과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사진=연합뉴스>


대선주자 난립하는 민주당...모두 트럼프에게 질 수도 

미국 민주당에서는 대선주자들이 난립하며 혼란에 빠졌다. 누가 나와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질 수 있다는 충격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0~14일 USA투데이가 서퍽대학과 공동으로 전국 유권자 1000여명을 여론조사를 벌인 결과 일대일 가상대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 경선후보들의 가상대결에서 모두 승리했다. 

현재 강세를 보이고 있는 민주당 후보는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피트 부티지지 인디애나 주 사우스벤드 시장,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 등 5명이다. 

지난 5일 로이터통신이 여론조사기관 입소스(Ipsos)와 공동으로 4~5일 전국의 민주당원·독립유권자 71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4% 포인트) 결과,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19%로 선두에 섰다. 샌더스 의원이 14%, 워런 의원이 9%, 부티지지 시장이 6%, 블룸버그 전 시장이 4%로 뒤를 이었다. 

선두주자인 바이든 전 부통령은 핵심 경합지역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초박빙 양상을 보이고 있다. 중도성향을 표방한 바이든 전 부통령은 오바마 정부에서 부통령을 지내면서 높은 인지도를 형성하고 있고, 풍부한 정치적 경험도 장점으로 꼽힌다. 다만 고령인 점과 최근 우크라이나 의혹에 함께 연루되어 있는 점 등이 약점이다.

반면 급진적 진보정책을 내세우는 샌더스 의원은 2016년 민주당 경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상대로 돌풍을 일으킨 바 있다. 그의 열성 지지층과 자금력은 굉장한 장점이지만 지나치게 급진적인 성향과 78세의 고령이 발목을 잡고 있다. 샌더스 의원은 10월경에도 가슴통증을 이유로 선거활동을 잠시 중단하기도 했다. 

하버드대 교수 출신인 워런 의원은 지난 10월 민주당 대선후보 전국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을 앞지르고 첫 선두를 차지하는 등 돌풍을 일으켰다. 그는 월가 개혁, 부유층 증세 및 대학 학자금 대출 삭감 등 진보 정책을 내세우며 인기를 끌었지만, 최근 정부가 전 국민에게 건강보험을 제공하자는 ‘메디케어 포 올’ 등 급진적 공약이 비판 받으면서 지지율이 떨어지는 추세다. 

37세로 민주당 대선주자 중 가장 젊은 부티지지 시장은 아이오와주 등 초기 경선 지역에서 내리 1위에 오르며 돌풍을 일으켰다. 그는 하버드대·옥스퍼드를 졸업했으며, 아프가니스탄 참전 용사이고 커밍아웃한 동성애자이기도 하다. 부티지지는 ‘제 2의 버락 오바마’ 전략을 내세우며 급진 진보에 반감을 가지는 중도층을 흡수했다. 다만 반대파로부터 ‘경력 부족’에 대한 지적이나 자산가에 호의적이라는 견제를 집중적으로 받고 있다.  

세계에서 손꼽히는 ‘억만장자’인 블룸버그 전 시장은 지난 11월 25일 대선 도전 선언을 했다. 그 역시 민주당의 급진진보 정책에 반감을 가지는 지지자들의 응원을 받고 있지만, 각종 사업·이해 관계, 여성 비하발언, 공화당과 민주당을 오간 불분명한 정치색 등이 약점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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