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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선 칼럼] 태극기 부대와 손잡은 황교안 대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지난 11월 청와대에서 단식을 선언한 뒤 곧바로 찾아간 사람은 근처에서 집회 중이던 한국기독교총연합 전광훈 목사였다. 전 목사는 평소 문재인 대통령에게 극한적인 발언을 계속해왔던 인물로, 이날도 “다른 나라 같으면 누가 저런 대통령을 살려 두겠어요?”라는 막말을 서슴지 않았다. 연단 위에 나란히 서서 듣던 황 대표는 전 목사의 손을 잡고 함께 만세 삼창을 외쳤다.

지난 16일에는 ‘태극기 부대’가 폭력을 행사하며 국회의사당 입구를 점령한 사건이 있었다. 자유한국당이 주최한 '선거법·공수처법' 규탄대회에 참석했던 자유한국당·우리공화당 지지자들과 보수단체 회원들은 국회 본청 진입을 시도하며 마구 폭력을 행사하여 물의를 빚었다. 이때 등장한 황 대표는 이들을 향해 “들어오신 거 이미 승리한 겁니다. 이긴 겁니다. 자유가 이깁니다”라며 고무하고 격려했다. “지금 딱딱 호흡이 잘 맞죠? 우리 하나 됐습니다!”라며 태극기 부대와 일체가 되었다는 말까지 서슴지 않았다. 황 대표는 이들의 폭력적 행동을 “국민의 힘”이라고 치켜세웠는가 하면, 보수 성향 유튜버들에게 입법조사원 자격을 부여하자는 황당한 제안도 내놓았다.

황 대표의 이런 행보는 마치 국회를 포기하고 장외 강경투쟁으로 끝장을 보려고 작심이라도 한 듯이 보인다. 원내 108석의 제1야당을 이끄는 당 대표의 행보라고는 이해가 되지 않는 모습이다. 더구나 21대 총선이 다가오고 있다. 여든 야든 자기 강경 지지층의 표만으로는 승리를 거둘 수 없는 것이 선거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확장성을 키우는 것이 절실한 마당이지만, 황 대표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동안 정치를 해왔던 당내 정치인들의 입장에서도 수긍이 되지 않는 초강경 노선이다. 아무리 문재인 정부에 대한 불만이 늘어났어도 자유한국당이 이렇게 가면 최소한 수도권에서는 대패할 수밖에 없다는 위기의식을 당내 의원들도 갖고 있다. 하지만 그런 얘기가 나오면 황 대표는 “국민들이 볼 때 우리가 치열하게 싸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의원들을 질타한다.

자유한국당의 누구도 그런 황 대표의 독주를 막지 못하는 모습이다. 자칫 밉보이면 공천 물갈이의 대상이 될까 두려워 누구도 입을 열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자유한국당은 사는 길이 따로 있음을 뻔히 알면서도 죽는 길로 함께 질주하는 집단적인 정치적 자살행위를 하고 있는 셈이다. 아무리 문재인 정부에 대한 여론의 비판과 불만이 늘어났어도, 지금 같은 자유한국당에게는 도저히 표를 줄 수가 없다는 사람들이 많다. 정권의 합리적 대안세력이 되어야 할 제1야당이 극우와 과거를 상징하는 낡은 유물이 된 것은 우리 정치의 불행이다. 나쁜 야당은 자신들 뿐 아니라 여당까지도 나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보수주의의 부활을 가져온 것으로 평가받는 러셀 커크는 1953년 발간된 《보수의 정신(The Conservative Mind)》에서 개인이 독단적 이념에 빠질 위험을 경고한다. 그러면서 “보수주의자들은 광신적 이념의 독단이 아니라 정치의 일반적 규칙을 신뢰한다”고 강조한다. 1800년대 존 스튜어트 밀은 “대부분의 어리석은 사람들은 보수주의자라는 것이 사실”이라고 했지만, 커크에게 보수주의는 명예로울 뿐 아니라 지성적으로도 존경받을 미국 전통의 핵심이었다. 그러나 지금 황 대표가 보여주고 있는 보수의 민낯은 명예도 지성도 사라진 독단적 이념 그 자체이다.

황 대표는 박근혜 정부 때 통합진보당 해산을 주도했던 인물이다. 2013년 법무부 장관으로서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 해산 심판 청구를 하면서 그는 “통합진보당의 목적과 활동이 우리 헌법의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된다”고 말했다. 그랬던 그가 공공연하게 정권전복 투쟁을 주창하고 있는 극우 태극기 부대와 손 잡고 있다. 이들 세력이야말로 국민의 선출로 들어선 정부를 부정하고 ‘헌법의 민주적 기본질서’를 파괴하고 있다. 그들과 하나가 되었다는 황 대표와 자유한국당 자신에게는 어떤 책임이 따른다고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 이명박도 박근혜도 차마 가지 않은 극우의 길을 황교안이 가고 있다.

※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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