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 심은데 콩 난다'는 말은 진리다. 지금 한국 정치는 '콩 심은데 포도 난다'고 우긴다"
"위기의 본질을 외면하면 위기 진단은 물론이고, 내일의 비전도 바로 세울 수 없다"

노정현 민중당 부산광역시당 위원장
▲ 노정현 민중당 부산광역시당 위원장


2019년의 끝자락, 천신만고 끝에 공수처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30일 현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의 국회 통과와 관련해 현행 검찰의 기소독점주의를 견제할 수 있는 실질적 '제도적 장치'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그 상징성과 의의가 큰 것으로 평가하고 '국민의 열망이던 검찰개혁, 이제 시작'이라며 환영하는 반면, 자유한국당은 공수처를 '친문 보위부'로 규정하고 법안 강행 처리에 항의해 의원직 총사퇴를 결의했다.

노정현 민중당 부산시당 위원장은 "현재 검찰개혁은 80%가 구조적인 문제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제국주의의 식민통치가 이식시킨 '법 시스템'과 미군정, 군사독재시절부터 지금까지 한번도 변한 적이 없다. 한국 자동차는 고속도록 위에서 지금 200km로 달리고 있는데, 그 엔진이 1956년에 제작된 고물로 확인된 상황"이라는 비유를 들었다. "법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정치 또한 지금의 시대 상황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선행돼야 한다"며 "직접정치, 직접민주주의가 답이다"고 강조했다. 경제문제 또한 "급속한 인구 감소와 과학기술과, 특히 IT의 발전으로 공급 과잉이 발생하면서 글로벌 경제가 동반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단순한 변화 국면이 아니라 근본적인 변화, 역사적 전환기에 놓였다"는 것이 그의 시각이다.


검찰개혁이 진행중이다. 검찰개혁의 동력과 방향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다.

고위공직자의 부정부패 수사를 전담하게 될 공수처는 지난 1996년 참여연대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를 포함한 부패방지법안을 입법 청원한 지 23년 만에,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2년 대선공약으로 내건 지 17년 만에 입법화가 이뤄진 것이다.

법이 권력의 '흉기'가 아니라 온전히 '국민의 무기'가 될 수 있으려면 수구권력은 분산되어야 하고 국민주권은 집중되어야 한다. 언제나 그렇듯이 국민은 반드시 이긴다. 왜냐하면 대한민국 주권이 국민에게 있기 때문이다. 검찰개혁의 동력은 '촛불혁명'의 연장선 위에 있다. 공수처 설치법안이 통과되는 그 순간까지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우리사회 기득권이 보여준 모습은 지난 수 십년간 보아왔던 그 형태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앞으로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직접정치'가 중요하다.


추미애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이어졌다. 청문보고서 채택에는 끝내 실패했다. 또한 추미애 후보자의 '스카프'가 화제가 됐다.

의자에 앉아서 자신의 두 다리를 스카프로 동여맨 것이 사진에 찍혀 화제가 된 걸로 안다. 그렇게 다리를 묶으면 자세가 발라지고 허리를 꼿꼿이 세울 수 있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사태 당시, 추미애 후보자가 삼보일배를 하면서 후유증을 얻었단다. 누구라도 삼보일배를 3일 정도 하면 다리의 힘이 풀리고 척추와 허리에 무리가 간다. 다리를 묶어야 제대로 앉아있을 수 있을 정도라면 신체에 상당한 후유증이 있는 거다.
 
깊이 따져보면 정치인의 생명줄이란 '국민의 열망'이 쥐고 있는 셈이다. 결국에는 어떤 정치적 표현이란 대중의 간절함이다. 법무부 장관이 새로 임명되면 강력하게 검찰개혁을 추진해달라는 요청같은 것.사실 그동안은 법무부 특히 검찰과 관련된 인사는 검찰총장이 실질적 힘이었고, 법무부 장관은 들러리처럼 그냥 거쳐가는 단계처럼 인식됐었다. 이번 기회에 법무부도 제자리를 찾아야 한다. 결국 추미애 장관에게 굉장히 강력하게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임명된 후에 검찰 인사폭풍이 거셀 것 같다.


선거제도 국회를 통과했다. 다당제다. 민중당은 '직접정치'를 내세우는데.

한국사회 내 연동형비례제의 도입은 독일모델을 수용한 것이다. 정작 정당명부식 비례민주제 모범국가로 알려진 독일에서는 오히려 대의적 정당정치에 대해서는 집권여당인 기민기사연합당, 160년 역사를 지닌 사민당조차 시민들의 혐오와 냉대 속에 지지율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한마디로 독일의 정당중심 정치에 대한 반응은 '그들만의 리그'라는 이유 때문이다.

세계시민은 지금 시민발안제를 포함한 '직접민주제도'를 채택, 거대한 변화 중에 있다. 주요 남유럽국가들과 오스트리아와 독일의 대부분 주정부, 미국의 선진적 주정부(캘리포니아, 매사추세츠, 오리건 등)에서 시민발안제도가 채택되고 시행중이고,  남미 우루과이는 농민출신 대통령 호세 무히카의 이야기로 유명하지 않은가. 건강문제로 사직하고 다시 농민으로 돌아간, 그래서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으로 알려진 호세가 직접민주제도의 전형이다. 뿐만 아니라 그리스를 시작으로 스페인 포데모스운동, 이탈리아 오성운동, 우루과이, 대만 등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 즉 시민들이 정치에 직접 참여하는 거대한 흐름을 어찌 해석해야 할까.

민중당은 유럽의 21세기형 시민혁명이라고 평가받는 오성운동의 출신, 37세의 젊은 나이에 로마시장에 당선된 Ms. Verginia Raggi라는 이름을 주목하고 있다.

또 스페인을 지켜보고 있다. 포데모스 운동이 격하게 진행되기 전인 2011 선거과정에서 시민들은 특별한 이슈에 얽매이지 않고 진정한 민주주의(real democracy)를 외치면서 기존의 정치제도를 다시 생각하고(rethinking), 다시 정의하고(redefine) 다시 설계(redesign)할 것을 대대적인 가두시위를 통해서 요구했다. 물론 기존의 정당과 정치인들은 이들의 요구에 등을 돌렸다. 포데모스 정당운동이 내건 '우리 시민들이 직접 책임지고 결정한다( we, people, are to make decision in responsibility’)라는 슬로건을 우리 민중당은 기억한다.

 

미국의 방위비분담금, 일본과의 지소미아 등 외교문제에 있어 민중당의 목소리는?

"…한국은 완전히 일본의 것이다. 분명 한국이 독립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은 조약으로 장엄하게 서약했다. 그러나 한국은 그 자체 조약을 실시하기에는 무력하며... 조약은 한국이 스스로 잘 통치할 수 있다는 잘못된 가정에 입각한 것이었다. 한국이 어떤 의미에서든 스스로 통치한다는 게 전혀 불가능했다는 것은 이미 드러나 있었다……일본은 한국이 다른 대국의 손에 넘어가는 것을 보고 있을 수 없었다. 그 때문에 좋은 때가 왔다고 생각했을 때 일본은 조용히 조약을 파기하고 러시아와의 관계에서 이미 보여주었고, 나중에 독일과의 관계에서도 보여주게 되는 실무적이고 세련된 효율성으로 한국을 취했던 것이다..."

이것은 미국 제26대 대통령 시어도어 루스벨트가 1차 세계대전 직후 독일이 중립국 벨기에를 침범한 것을 비난하면서 우드로 윌슨 대통령에게 적절한 대응조치를 취하라고 촉구한 1914년 9월의 '아웃 룩' 기고문에서 한국에 관해 얘기한 부분이다. 일본의 조선침략과 식민지배를 적극 지지했을 뿐만 아니라 을사늑약과 러일전쟁 등을 저지른 일제의 만행을 두둔하고 재정적, 외교적으로 지원했던 루스벨트는 자신이 깊이 관여했던 일본의 조선침략과 병탄을 정당화하는, 전형적인 제국주의자들의 언설을 장황하게 늘어놓고 있다.

'가쓰라-태프트 밀약'의 주역이기도 한 시어도어 루스벨트는 미국을 영국 다음의 패권국으로 올려 놓는데 혁혁한 공헌을 한, 미국인들에게는 위대한 통치자일 수 있겠지만, 그는 조선을 나락으로 밀어넣은 전형적인 제국주의자요 지독한 인종주의자였으며, 서구 백인의 우월성, 서양 문명 대 비서양 야만이라는, 허버트 스펜서류의 약육강식 승자독식 '속류 다위니즘'의 철저한 신봉자였다. 그가 일본의 조선지배를 적극 지지하고 찬양한 것은, 러시아의 중국 등 동아시아 지배를 막아야 한다는 신념 때문이었다.

미군의 방위비분담금이나 일본과의 지소미아를 따지기 전에, 이전의 제국주의자들의 신념체계로부터 지금의 한반도가 자유로워졌는가를 되묻고 싶다.

 

이때 쯤이면 '심판론'이 고개를 드는데, 일각에서는 현 정부의 정책 실패 때문이라고 지적하는데… 노동자층은 진보정당의 전통적 지지기반이다. 민중당의 전략이 있다면.

한국은 지난 70년간 전 세계에서도 유례없는 성장을 거듭했다. 그러나 압축성장도 그 동력이 다했지 싶다. 세계경제가 동반 하락하고 있고 이에 따른 후유증이 클 수밖에 없다. 더 위험한 것은 위기에 대한 대응책아 다 다르다는 것. 이는 상황에 대한 정확한 인식, 또는 합의가 선행돼야 해법도 논의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일부에서는 본질을 외면한 채 각론만으로 책임추궁만 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이나 소득주도성장이 대표적인 예다. 아마존은 최근 최저임금을 7.5달러에서 15달러로 1년 만에 두 배나 올렸다. 단기적으로 진통이 있을 수 있지만 한국이 선진국형 산업으로 가기 위해서는 최저임금을 올리는 게 당연하다.

소득주도성장도 마찬가지다. 해외 주요국들도 현재 소득주도성장을 주요 정책으로 채택하고 있다. 큰 방향은 틀리지 않았다. 다만 한국의 경우 경제보다 복지와 분배에 정책이 치우쳐 있을 뿐이다. 효과를 체감하는 데 시간이 걸릴 뿐이다.


노동자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얘긴가.

그렇다. 성장을 기본으로 설계된 세계경제는 이제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과학기술 발전으로 인한 공급 과잉과 인구 감소에 따른 수요 축소로 인해 전 세계 경제성장률이 동반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한 변화의 시기가 아니라 역사적 전환기에 세계경제가 직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은 제조업 기반의 수출산업이 주력이다. 소재(철강·화학·정유)와 산업재(기계·조선·건설·운송), 자동차, IT 등이 전체 매출이나 수출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교역량이 줄면서 수출이나 수입이 줄어드는 게 당연하다. 한국이 강점을 가지고 있는 산업의 성장률이 떨어지다 보니 위기로 비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본질은 전 세계 경제의 동반 하락으로 인한 구조적인 문제로 봐야 한다. 그래서 진보정당의 '지지기반'으로서의 노동자를 보던 시각도 바뀌어야 한다. 주인주체로서의 노동자로 우리의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


그렇다면 진보정당과 민중당은 어떤 차이가 있는가?

간단히 말해 '직접민주주의'다. 지난 10월16일 서울 노원구에 있었던 '주민대회' 또는 '총회'를 그 모범으로 내세울 수 있다. 현상적으로는 '경비노동자의 처우개선'을 위함으로 비치겠지만, 지역의 작은 문제를 놓고 그 지역사회에서 1만명 넘게 모였다. 그 총회 과정에서 우리는 '직접정치'라는 것을 목격했다. '촛불혁명'을 통해 대한민국이 어떤 힘으로 변화할 수 있는가를 봤듯이.

 

새해는 어떻게 전망하나.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을 놓고 봐도 그렇다. 미국과 중국의 다툼은 무역이 아니라 패권전쟁이다. 트럼프가 재선된다는 가정하에 중국에 대한 미국의 공격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국, 일본 등으로 분쟁이 확대될 수도 있다. 우리 기업들 역시 새해 경기보다는 이런 이데올로기 흐름을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글로컬이라고 하지 않나. 글로벌과 로컬... 그러니까 부산 남구 선거지역구에는 '제8부두'가 있다. 미군이 상주하고, 여기에 세균실험실이 존재하고, 지금 한반도 전역에 원인 모를 '돼지병'이 발생하고 있다.
우리는 '메르스사태' 경험을 통해 '사회적 불안'이 실물경제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마찬가지로 내년 총선에서도 지역의 로컬한 이슈가 정확하기만 하면 글로벌한 화제로 발전하게 될 것이다. 이슈는 그렇게 정해지고 선거활동도 그렇게 진행될 것같다. 

 

 2020 총선도 다가오는데.

지난 9월28일 전당대회가 있었다. 전국 당원 6만인데 5천명이 모였다. 부산 당원은 3천4백명이 넘는다. 이 자리에서 합의된 것들이 있다. 당원들 간, 당내 결속이 필요하다. 물론 당 외 연대도 필요하다. 이는 사회이슈로 모여야 한다. 타당과의 변별력이 있어야 한다. 당의 존재이유와 정체성, 강령들이 많이 알려져야 한다.

최근 프랑스가 자국에 진출한 글로벌 IT기업을 대상으로 연매출의 3%를 과세할 디지털세 법안을 마련했다. 이에 미국은 자국 기업에 대한 차별이라고 맞서며 프랑스산 치즈, 와인, 럭셔리 상품 등 63개 품목에 100%까지 관세 부과 계획을 밝혔다. 신자유주의 흐름이 끝났다는 신호다. 국수주의로 회귀한 추세라고 읽는다.

물론 기업을 말했지만, 기업은 곧 노동자다. 즉 기업에 대한 노동자들의 직접참여, 이것이 민중당의 화두다. 그렇다면 국내 기업과 노동자들 역시 이 흐름에 맞춰 전략을 재정비해야 한다. 정당활동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기업이 상품의 생산성을 높이고 비용을 줄여야 하는 것처럼 민중당도 우선 '정치세력의 태도문제'부터 바꿔야 한다. 기존의 정당들과의 변별력을 위해서라도 '특권을 내려놓는 정치'를 지향한다. 통치와 지배의 의식을 버려야 한다. 민중은 섬기고 봉사하고 주인이고 주체이다. 다음은 대항세력, 대안세력이 되어야 한다. 지배세력, 수구세력에 대항하려면 강력한 정치조직이 있어야 하고, 대안세력이 되려면 지역에서 풀뿌리처럼 뿌리를 내려 공동체활동과 주민총회 등이 활발히 일어나야 한다. 내년 총선에서도 이런 방향에서 민중당의 존재를 널리 알리고 당원들이 민중의 삶을 사는 것이다. 직접민주주의적 삶을 살아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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