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한국 정부, 낙관론에 따라 움직이는 것...한미 워킹그룹 협의 통해 진행되어야”
“이산가족 상봉에도 ‘한·미간 긴밀한 협의’ 중요”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 <사진=연합뉴스>
▲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권규홍 기자]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가 우리 정부가 독자적으로 구상하고 있는 남북협력 추진구상을 두고 “제재를 촉발할수 있는 오해를 피하려면 한미 워킹그룹을 통하라”며 사실상 미국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뉘앙스의 발언을 했다. 이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유감을 나타내며 “내정간섭 같은 발언은 도움이 안된다”고 비판했다.

로이터 통신은 16일 해리스 대사가 외신 간담회에서 한국정부의 독자적인 남북협력 추진구상을 두고 “제재를 촉발할 수 있는 오해를 피하려면 한미 워킹그룹을 통해서 다루는 것이 낫다”는 발언을 했다고 전했다.

이날 해리스 대사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속적인 낙관론은 고무적이며 그의 낙관주의는 희망을 만들어내고 이는 긍정적인 일이다”며 “하지만 그 낙관론에 따라 움직이는 것에 있어서는 미국과 협의를 통해 진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개별 관광등에 대한 구상에도 “미 정부의 공식입장을 말할 입장은 아니지만 한미간 긴밀한 협의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다만 해리스 대사는 “한국은 주권국가이며 국익을 위해 최선으로 생각하는 것을 할 것이다”며 “미국이 한국의 결정을 승인할 위치에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지난 14일(미 현지시각)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한-미외교장관 회담을 가졌고 여기서 강 장관은 “특정 시점에 따라서 북미가 먼저 나갈 수도 있고 또 남북이 먼저 나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날 폼페이오 장관과 ‘예외인정 사업’을 논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해리스 대사의 이 같은 발언은 한미 외교장관간의 논의와는 상충되는 발언이라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해리스 대사의 발언에 대해 “원론적인 이야기다”라면서 별다른 의미를 두지 않았고, 정부 당국자 역시 “미국과 필요한 사전 조율을 거쳐서 불필요한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자는 워킹그룹의 취지를 이야기한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설훈 “해리스 대사 발언 유감...내정간섭 발언은 한미동맹에도 도움 안돼”

송영길 "해리스 대사, 무슨 조선 총독인가...대사 걸맞지 않는 과한 발언"

하지만 이 같은 발언이 전해지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해리스 대사를 비판하고 나섰다.

17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확대간부회의에서 설훈 최고위원은 해리스 대사의 발언을 문제삼았다.

설 최고위원은 “해리스 대사가 우리 정부의 남북관계 진전 구상에 대해 제재 잣대를 들이댄 것에 엄중한 유감의 뜻을 표명한다”며 “해리스 대사의 내정간섭 같은 발언은 한미 동맹 관계에도 도움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현재 북미협상이 교착 상태고 남북관계가 단절돼 있다”며 “우리 정부가 이제 한반도 평화의 중재자가 아닌 당사자로 적극 나서야 한다. 대북제재 대상이 아닌 개별관광에서부터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며 남북관계의 활로를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남북관계의 개선을 강조한 문 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 이후 정부는 개별관광 추진 등 남북관계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우리정부는 북미협상 촉진자 대화의 모멘텀 유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과감한 드라이브를 건다면 한반도 프로세스도 재가동 할수 있을 것이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남북 합의정신 복원을 위해 이산가족 상설면회도 추진해야 한다. 판문점 선언의 합의 노력을 위해 남북이 공동으로 노력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며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재가동을 위해 북한은 미사일 실험과 군사훈련을 중단하고 한·미도 엽합훈련을 중단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북한도 금강산 관광의 재개에 문을 열고 나와 주길 바란다. 당정청이 그 뒷받침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같은당의 송영길 의원 역시 해리스 대사 비판에 가세했다. 송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해리스 대사의 개인적 의견으로 판단해야 할 문제다"며 "의견 표명은 좋지만, 우리가 대사가 한 말대로 따라 한다면 대사가 무슨 조선 총독인가"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사로서의 위치에 걸맞지 않은 좀 과한 발언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개인의 의견인지, 본부의 훈령을 받아서 하는 국무부 공식 의견인지 구분이 잘 안 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아무래도 그분이 군인으로 태평양 함대 사령관을 했으니까. 외교에는 좀 익숙하지 않은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도 말했다. 

이날 송 의원은 정부가 추진하는 '북한 개별관광 추진구상'에 관해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시도할것으로 생각되며, 개별관광은 유엔 제재 대상이 아니다. 대한민국 외교가 미국이 그어놓은 한계선 안에서 노는 외교가 돼선 안 된다"라며 "남북관계와 한미관계는 상호충돌될 때도 있지만 동시병행으로 추진되는 게 맞다"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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