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회장의 고객 마음에 다가서자는 제안에 계열사들 동참
로봇과 AI로 고객 가치 증대, 사업에 집중하는 과감성 보여

구광모 LG회장이 디지털로 신년사를 전달하고 있다. <사진=LG 제공>
▲ 구광모 LG회장이 디지털로 신년사를 전달하고 있다. <사진=LG 제공>

[폴리뉴스 안희민·이은주 기자]구광모 LG회장이 취임한지 3년이 지났다. 1978년생으로 젊은 지주사 총수의 등장과 LG의 각 계열사의 대응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사다. 현재 LG가 어떤 항로로 항해하고 있는지 살펴봤다.

“고객의 아픈 점(pain point)에서 시작하자”

구광모 LG회장은 2020년 새해 벽두부터 ‘고객의 마음’을 강조했다. 고객의 아픈 점은 고객의 마음을 알기 위한 지표이다. 구 회장의 언급은 경영학의 고객관계관리(CRM) 이론에 바탕을 뒀지만 막강한 ‘제조의 LG’를 등에 업고 큰 파급효과를 낳았다. LG는 핵심 역량을 동원하여 구 회장이 언급한 고객 가치 실현에 나섰다.

고급 기술 삽입하고 고객 위한 조직 개편하고…

LG전자가 16일 출시한 2020년 LG 휘센 씽큐 에어컨엔 ‘필터 클린봇’이 설치돼 있다. 필터 클린봇은 에어컨 필터를 자동으로 청소해 냉방 성능을 유지하는 장치다. 이로써 고객은 별도의 필터를 청소하는 번거로움 없이 6개월에 한번 먼지통을 비워주면 된다. LG전자가 편리한 필터 클린봇의 기능으로 사용자의 편리성을 배려한 셈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본래 필터 클린봇은 작년 LG전자 프리미엄 가전제품인 시그니쳐 에어컨에 적용된 고급 기기다. 이번에 일반 사양의 휘센 씽크 라인업에 적용해 수혜 받는 고객의 폭을 넓혔다.

초기 단계이긴 하지만 인공지능(AI)기술도 제품에 적용돼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딥 러닝을 수행하는 AI를 에어컨에 장착했다고 자랑했다. 이 AI는 사람의 움직임을 센서로 감지해 에어컨 작동을 조절한다. 가령 사람이 없으면 에어컨 작동 온도를 28도로 설정해 전력 소비를 줄이고 놀이나 청소로 사람이 부산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보이면 송풍을 통해 고객이 시원함을 느끼도록 배려한다.

로봇과 AI가 구 회장의 관심사라는 일설이 있는데 여하튼 LG전자는 이를 통해 구 회장이 강조한 ‘고객의 마음’에 한발자국 다가서고 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2020 CES에서도 고객에 다가서려는 LG전자의 노력이 담겨 있다. LG전자의 주제어는 ‘Anywhere is Home’이었다. 가전, 로봇, 커넥티드카까지 폭 넓은 제품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LG전자는 이들을 모바일폰 인터페이스를 활용해 제어함으로써 고객에게 편리함을 제공했다. LG전자가 내건 모토에서 가정(Home)은 사용자가 느끼는 안락함을 상징한다.

김준환 한화증권 애널리스트는 “기기간의 연결성을 통한 가전의 개인화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며 “2020 CES에서 LG전자 가전 사업부의 건재함을 느낀 부분은 긍정적이다”라고 언급하며 투자의견을 제시했다.

LG CNS는 아예 조직구조를 ‘고객 중심’으로 바꿨다. 올해 들어 산업 중심에서 기술서비스 중심 조직 구조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이를 위해 CAO(Chief Accout Officer)와 디지털 전환 최적화(DTO, Digital Transformation Optimization) 사업부를 신설했다. 이 가운데 CAO는 전략 고객 집중 케어와 신규 고객 확보에 주력한다. DTO 사업부와 기존의 클라우드 사업부와 데이터&어낼리틱스 사업부가 각각 시스템-소프트웨어, 빅데이터 서비스를 수행하는 사업 부문이라면 CAO는 사용자(고객)를 배려한 조직임을 알 수 있다.

DB금융투자에 따르면 LG CNS의 외부고객 비중은 44%로 대형 IT 서비스 업체 가운데 가장 빨리 고객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는 기업이 LG CNS다.

권성률 DB금융투자 증권 애널리스트는 “기존의 전통적인 IT서비스에 더불어 IT 신기술을 더한 신규 사업을 추가하며 회사가 진화하고 있다”며 “인력 중심에서 서비스 중심으로 조직을 개편하고 계열사 비중을 줄이며 매출의 질을 높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LG화학은 배터리와 정보전자소재를 제조하는 전통적인 B2B 기업이지만 역시 ‘고객 지향’을 강조하고 있다.

외부인사 출신 부회장으로 주목받은 신학철 부회장은 시장과 고객 중심의 포트폴리오 강화를 신년사의 첫 번째 항목으로 꼽았다. 신 부회장은 “과거의 성장 방식과 경쟁 전략에서 과감히 벗어나, 철저하게 시장과 고객이 중심이 되어 우리의 사업방식을 혁신하고 커머셜 엑설런스(Commercial Excellence)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LG 로고 <사진=LG제공>
▲ LG 로고 <사진=LG제공>

고객 강조하며 과감한 결단 병행

구광모 LG회장과 계열사들이 ‘고객 마음’을 강조하지만 나른한 기업 분위기를 연상하면 오산이다. 오히려 LG는 사업부문에서 과감함을 보인다는 후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LG퓨얼셀시스템즈의 ‘폐쇄“다. LG는 고체산화물연료전지(SOFC) 사업을 진행하고자 롤스로이스퓨얼셀시스템즈를 인수해 사명을 LG퓨얼셀시스템즈로 바꿨다. SOFC 방식의 연료전지는 값싸고 상대적으로 저온에서 발전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발전소를 만들만큼 스택을 대형화하는 것이 어려웠다. 이런 난관에 봉착한 LG는 사업을 접었는데 이때 선택한 방법이 ’사업장 폐쇄‘다.

사업장 폐쇄는 기업이 취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청산방식이다. ‘매각’ 방식은 고용 승계 여부를 논할 수 있는 여지라도 있지만 ‘폐쇄’는 문자 그래도 공중에 흩어버리는 것이다. LG퓨얼셀시스템즈 소재지가 미국에 있기 때문에 사업장 폐쇄가 별 논란없이 마무리될 수 있었다. 성과를 내지 못하는 사업부문을 정리하는 일은 ‘인화’를 강조하는 LG에서 일상화됐다. 작년 LG CNS와 LG디스플레이도 사업부 감축과 구조 및 인원조정을 수행한 일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LG전자도 본부장 체제를 강화하며 스텝(staff)에 해당하는 조직을 일선으로 재편하고 본부장 산하엔 사업 부문을 집중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인 사례가 안전환경담당조직이다. 과거엔 경영지원부문에 속해 일원화됐지만 올해 LG전자가 올해 본부장 체제로 전환되며 창원 조직은 HNA 소속으로 바뀌었고, 구미 조직은 H조직, 본사 조직은 생산기술원 산하로 재편됐다.

과거엔 경영지원부문에 사업부문과 안전환경담당조직이 함께 있었지만 올해 LG전자가 조직을 본부장 체제로 전환하며 사업에 집중하는 모습은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안전환경담당조직의 수장이 상무급에서 전무급으로 격상해 생기원으로의 이전이 푸대접이라고 볼수는 없지만 LG전자가 어디에 방점을 두는지 알 수 있다.

구광모 LG회장은 향후 경기성장이 L자를 그리며 저성장 상태를 유지하고 출산율마져 줄어드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만큼 각 계열사들이 사업 부문을 강화하는 것은 자연스럽게 보인다. 이렇게 구 회장과 LG 계열사들이 일사분란하게 디스플레이션이라는 큰 파고를 넘고 있다.

LG 트윈타워의 야경. <사진=위키디피아 제공>
▲ LG 트윈타워의 야경. <사진=위키디피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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