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檢 인사 이후 신임 간부-기존 수사팀 내부 갈등 폭발
양석조 선임연구관, 직속상관 심재철 부장에 “당신이 검사냐” 반말 항의
추미애·與 “상갓집 추태, 장삼이사도 안할 부적절한 언행”-“정치 의도 있는 항명” 비난
김용남 “얻어맞지 않은 게 다행” - 진중권 “공수처 1호는 심재철” 檢 옹호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연합뉴스>
▲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이지혜 기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수사 실무를 지휘한 검찰 간부가 공개장소에서 신임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에게 “당신이 검사냐”, “조국 변호인이냐”며 고성으로 반발한 사실이 알려졌다. 1.8 검찰 고위급 인사 이후 새로 임용된 간부들과 기존 정권 비위 수사팀 간의 갈등이 폭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직제 개편안, 후속 중간간부급 인사 등을 앞두고 ‘윤석열 사단’으로 대표되는 기존 수사팀과 추미애 법무부의 갈등은 계속될 전망이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석열 검찰총장을 비롯한 대검 간부들은 지난 18일 서울 강남구 서울삼성병원에 마련된 대검 과장의 장인상 빈소에 모였다. 

윤 총장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양석조(47·사법연수원 29기) 반부패·강력부 선임연구관은 직속 상관인 심재철(51·27기) 신임 반부패·강력부장에게 “조국이 왜 무혐의냐, 왜 무죄인지 설명을 해봐라”, “당신이 검사냐” 등 반말이 섞인 말로 격한 항의를 했다. 

심 부장은 지난주 검찰총장 주재 회의에서 “조 전 장관 혐의를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히고,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무마 의혹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분이 내려져야 한다는 의중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윤 총장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심 부장은 양 선임연구관의 항의에 불편한 기색을 보였으나 특별한 대응 없이 빈소를 떠났고, 윤 총장 역시 사건 당시 잠시 자리를 비운 상태라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 16일 조 전 장관 수사를 이끌어왔던 송경호 3차장검사 등은 이성윤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의 면전에서 윤 총장의 취임사를 그대로 읽으며 법무부 직제개편안에 반대하기도 했다. 이 지검장은 취임사에서 ‘절제된 검찰권’을 강조해 현재 진행 중인 정권 비위 관련 수사가 위축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또한 대검은 최근 법무부에 “과장급 중간 간부들을 인사 대상에 포함하지 말아달라”는 의견을 냈다. 법무부는 20일 오후 검찰 인사위원회를 열어 중간간부 인사를 논의한다. 이 과정에서 대검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다면 다시 한 번 거센 갈등이 일어날 전망이다.

20일 오전 법무부 청사로 출근하는 추미애 장관 <사진=연합뉴스>
▲ 20일 오전 법무부 청사로 출근하는 추미애 장관 <사진=연합뉴스>

추미애 “상갓집 추태 개탄스럽다...잘못된 조직문화 바꿀 것”
민주당 “도넘은 공직기강 해이, ‘윤석열 사단’ 오만 취해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이번 사태와 관련, “상갓집 추태”라며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추 장관은 20일 오전 법무부 대변인실을 통해 “심야에 예의를 지켜야 할 엄숙한 장례식장에서, 일반인들이 보고 있는 가운데 술을 마시고 고성을 지르는 등 장삼이사도 하지 않는 부적절한 언행을 하여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리게 되어 법무검찰의 최고 감독자인 법무부장관으로서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동안 여러 차례 검사들이 장례식장에서 보여왔던 각종 불미스러운 일들이 아직도 개선되지 않고, 더구나 여러 명의 검찰 간부들이 심야에 이런 일을 야기한 사실이 개탄스럽다”고 질타했다.

또한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검찰의 잘못된 조직문화를 바꾸고 공직기강이 바로 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역시 “상관의 면전에서 주사에 가까운 추태로 모욕하는 행패”라고 날선 비난을 쏟아내는 동시에 윤석열 검찰총장도 겨냥했다.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특권과 기득권에서 벗어나지 못한 일부 고위 검사들의 공직기강해이가 도를 넘고 있다”며 “이와 같은 부적절한 공직기강 문란행위는 마치 할 말은 하는 기개있는 검사로 보이고자하는 이면에 검찰개혁과 대통령의 인사권에 정면 도전하고자하는 정치적 의도가 분명하게 드러나는 사실상의 항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 수석대변인은 또한 “상가에는 윤 총장도 함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며 “윤 총장이 자신의 사적관계보다 검찰총장으로서의 직무에 충실했다면 부적절하고 추태에 가까운 항명을 제지하고 경고했어야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사건은 1986년 발생한 ‘국방위 회식사건’과 매우 닮은꼴”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국방위 회식사건’은 박희도 당시 육참총장 등 고위 장성들이 서울의 한 요정에서 국회 국방위 소속 의원들을 폭행했던 사건이다.

홍 수석대변인은 “윤석열 사단의 불만 표출이 윤 총장의 지시 혹은 방조아래 이루어진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며 “윤 총장과 그의 측근세력들은 자신들의 권력으로 검찰과 세상을 쥐락펴락할 수 있다는 오만함에 취해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거듭 비판했다.

김용남 “맞을 짓 했다...심재철, 누가 뭐래도 이 정권 사람”
진중권 “추미애, 방부제 놔야할 자리에 곰팡이 앉혀”

검사 출신이자 심재철 부장과 서울대 법대 동기인 김용남 자유한국당 의원은 “(심 부장이) 사실은 거기서 얻어맞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라며 비판했다.

김 의원은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정상적인 검사를 포함해서 양식 있는 법조인이라면 심재철 부장이 조국, 유재수 범죄 은폐 사건과 관련해서 무혐의 취지로 보고서를 만들라고 지시한 것 자체부터 (문제인 것)”이라며 “그게 어떻게 무혐의가 가능하냐”고 반문했다.

또한 김 의원은 “(심 부장은) 누가 뭐래도 이 정권의 사람”이라며 “기본적인 의식 구조부터 정상적인 검사들하고는 마찰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역시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공수처 1호 사건은 심재철 부장검사로 해야 한다”며 “추미애 장관이 장관이 방부제를 놔야 할 자리에 곰팡이를 앉혀놨다”고 거세게 비판했다. 

진 전 교수는 “피의자를 기소하여 처벌해야 할 검찰에서 외려 피의자의 변호인이 되어 변론을 펴준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반부패부장이라는 분이 그 자리에 앉아서 한다는 일이 유재수의 부패를 덮어준 조국의 부패를 다시 덮어주는 부패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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