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윤청신 기자]

전 남편과 의붓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고유정(37)이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제주지법 형사2부(정봉기 부장판사)는 20일 오후 201호 법정에서 살인과 사체손괴, 사체은닉 혐의로 구속기소 된 고유정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계획적인 살인이 아니라는 고유정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의붓아들 살해 혐의는 무죄로 봤다.

재판부는 "전남편인 피해자를 면접교섭권을 빌미로 유인, 졸피뎀을 먹여 살해하고 시신을 손괴·은닉하는 등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며 "피고인은 피해자에 대한 어떤 인간적인 연민이나 죄책감도 찾아볼 수 없어 중형이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은 피해자가 자신을 성폭행하려다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질렀다는 변명으로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며 범행의 잔혹성, 사회에 미치는 파장, 유족의 슬픔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고씨의 전남편 살해 혐의에 대해서는 검찰이 제출한 대부분의 증거를 모두 인정했지만, 의붓아들 살해 혐의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우선 "간접증거만으로 유죄를 입증할 수 있다하더라도 간접 사실 사이에 모순이 없어야 하고 과학법칙에 부합돼야 한다. 다만 의심사실이 병존할 경우 무죄추정의 원칙을 고수해야 한다"며 대법원 판례를 제시했다.

이어 "피해자의 사망 원인이 비구폐쇄성 질식사로 추정됐으나, 피해자가 같은 또래의 아이들에 비해 왜소하고 통상적 치료 범위 내에 처방받은 감기약의 부작용이 수면 유도 효과임을 고려해 봤을 때 아버지의 다리에 눌려 사망했을 가능성 등을 배제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현남편의 모발에서 수면제 성분이 검출됐으나 고유정이 차에 희석해 먹였다고 확증할 수 없다" 의붓아들 사건과 관련한 검찰의 증거 대부분을 인정하지 않았다.

고유정은 지난해 5월 25일 오후 8시 10분부터 9시 50분 사이 제주시 조천읍의 한 펜션에서 전남편 강모(37)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하고 버린 혐의(살인·사체손괴·은닉)로 재판에 넘겨졌다.

고유정은 같은 해 3월 1일 충북 청주시 자택에서 의붓아들(당시 5세)을 살해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고씨가 지난해 3월 2일 오전 4∼6시께 충북 자택에서 잠을 자던 의붓아들(5)의 등 뒤로 올라타 손으로 피해자의 얼굴이 침대 정면에 파묻히게 머리 방향을 돌리고 뒤통수 부위를 10분가량 강하게 눌러 살해했다고 결론 내렸다.

고씨는 지난해 5월 25일 사이 제주도의 한 펜션에서 전 남편인 강모(36) 씨에 '아들을 보여준다'며 유인해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해 바다 등 곳곳에 유기하고 도주한 혐의로 6월 1일 충북 청주시 자택에서 경찰에 긴급체포돼 조사를 받아왔다.

그는 범행 후 이틀 후인 5월 27일 펜션을 빠져나와 이튿날 완도행 배편을 이용해 제주를 빠져나갔다. 조사 결과 고씨는 배 위에서 시신이 담긴 것으로 추정되는 봉투를 해상에 버리는 장면이 선박 폐쇄회로(CC)TV에 포착됐다.

경찰은 실종신고 직후 사건 현장을 찾았지만 모형 CCTV만 확인했을 뿐 고씨의 수상한 모습이 찍힌 인근 단독주택의 CCTV를 확인하지 못했다.

피해자 남동생은 경찰의 초동수사에 문제 의식을 가졌고, 직접 인근을 뒤진 끝에 인근 단독주택의 CCTV 영상을 확인하고 경찰에 넘겼다.

경찰이 신고 초반 제대로 수사에 나섰다면 피의자가 제주를 벗어나 시신을 유기하기 전에 체포할 수도 있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게다가 경찰은 범행 장소로 이용된 펜션 주인이 강하게 반발한다는 이유로 현장검증 추진은 커녕 범죄현장을 보존하지 않아 펜션 내 혈흔 등 증거물을 제대로 수집하지 못했다.

그사이 펜션 주인은 표백제로 닦아내며 범행 흔적을 대부분 지워버렸다.

이후 6월 5일 신상공개 심의위원회의 신상공개 결정이 내려진 뒤 이틀만인 7일 오후 4시쯤 제주동부경찰서 유치장에서 진술녹화실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얼굴이 노출됐다.

고유정은 또 현 남편과 의붓아들 사망사건과 관련 진실공방전을 벌여왔다.

고유정의 의붓아들 의문사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지난해 7월 24일 고씨의 현재 남편 A씨를 소환 조사했다.

이날 경찰에 출석한 현 남편 A씨는 "고유정이 내 아들을 죽였다고 의심하는 것이 아니라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고유정이 우리 아기를 살해했다는 정황이 많음에도 경찰은 모든 것을 부정하고 고유정을 돕는 조력자라 생각한다"고 경찰 수사를 비판했다.

그러면서 "경찰은 오늘 브리핑에서 많은 것을 말하지 않았다"며 "마치 제가 경찰과 진실공방을 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 싫다"고 말했다.

고유정이 아이를 살해한 게 확실한데도 경찰이 이를 무시한 채 무리한 수사를 하고 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고유정의 의붓아들 B군(2014년생)은 지난해 3월2일 오전 10시10분쯤 충북 청주의 한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B군이 사망할 당시 집에는 고씨 부부뿐이었고 당시 B군은 친부인 A씨와 한 방에서 잠을 잤고, 고유정은 다른 방에서 잔 것으로 조사됐다.

소방당국이 출동했을 때 B군은 의식과 호흡, 맥박이 모두 없는 상태였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B군이 질식사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부검 소견을 내놨다. 정확한 사인은 특정되지 않았으며 외상이나 약·독물도 검출되지 않았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20일 결심공판에서 "피고인 고유정은 아들 앞에서 아빠(전 남편)를, 아빠(현 남편)앞에서 아들을 참살하는 반인륜적 범행을 저질렀다. 두 사건 모두 극단적 인명경시태도에서 기인한 살인으로 전혀 반성의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며 고씨에 대한 사형을 구형했다.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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