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대구에서 의료봉사 중 방호복을 벗은 뒤 땀으로 흠뻑 젖은 의료복을 입고 걸어가는 한 장의 사진이 눈길을 끌었다. 요즘 코로나 사태로 사회에 패닉 현상마저 감도는 국면에서 위의 사진은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감동시켰다.
필자는 이 사진을 본 순간 2001년 9월 11일 오전, 쌍둥이 빌딩 테러가 일어났을 때 당시 뉴욕 시장이었던 루돌프 줄리아니가 공포에 휩싸인 뉴욕 시민들 사이에서 시꺼먼 먼지를 뒤집어쓰고 카메라 앞에서 시민에게 당부했던 생방송 모습이 오버랩되었다. 줄리아니 시장의 ‘행동하는 리더십’은 대부분의 리더들이 위기가 발생했을 때 대변인을 내세우거나, 사건 상황이 정리되기 전까지는 사고 현장이나 언론 앞에 거의 나타나지 않는 것과는 사뭇 달랐다.
안철수 대표는 최근 해외에서 오랜 정치 공백기를 끝내고 국내로 들어와 국민의당을 다시 꾸렸다. 하지만 그는 이미 달라진 정치 판세로 1인 당대표라는 굴욕적인 낙인이 붙여질 뻔한 시점에서 단숨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불식시켰다. 코로나19로 혼란에 빠진 대구에서 혼신을 다해 보여준 의료봉사 활동으로 인해 그의 정치 입문 이후 최상의 호감 이미지를 발산하고 있다.
일부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들은 안 대표의 의료봉사 활동이 가식적인 이미지 연출이니 정치적으로 계산된 전략 행위니 평가하면서 그의 선의를 폄하하기도 한다. 하지만 안대표의 안타까워하는 표정과 땀에 젖은 의료복, 의사로서 풍기는 몸짓에서 치열한 의료봉사 활동 현장의 모습을 생생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지난 인터뷰 기사에 의하면 안철수 대표와 부인 김미경 교수 부부의 첫 만남은 서울 의대 본과 3학년 때 진료봉사서클에서였다고 한다. 따라서 안철수 대표의 의료봉사활동 자체를 두고 정치인의 쇼로 폄하하거나 진정성 운운하는 것은 생뚱맞은 억지가 아닐까.
의사 정치인 안철수 대표는 코로나19 발생 초반부터 정부를 향해 “의사협회에 전권 위임해야 하며 전문가들에게 조언을 들을 것과 중국인의 입국제한이 절실하다”고 요구해왔다. 하지만 그런 안 대표는 코로나 확진자가 갑자기 늘어나 심각한 상황이 되자 정부를 비난하는 말보다는 행동을 취함으로써 자신의 순수한 의지를 실천했다.
행운의 기회 또한 한꺼번에 찾아오는 것일까. 대구에서 의료봉사중인 안철수 대표는 또 한 장의 사진으로 국민에게 신선함을 안겨주었다. 지난 4일 오전, 당대표로서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기로 했던 최고위원회의 일정에 의료봉사로 참석할 수 없게 되자 대구 계명대 병원에서 화상회의로 자신의 임무를 수행했다. 이 화상회의 사진은 안철수 대표가 정치인이 되기 전에 IT 사업가였다는 사실을 새롭게 부각시키면서 미래의 AI산업을 이끌 정치인으로서 적격자라는 메시지도 전달되었을 것 같다.
행동의 힘은 강하다. 사람들은 말로서 위로하는 리더보다 솔선수범하여 표현하는 리더에게서 진정한 리더십을 발견할 수 있다. 이전 안철수 대표에게 붙여졌던 ‘소신이 부족하다’는 식의 부정적 이미지는 이번 의료봉사를 통해 단숨에 ‘행동하는 정치인’의 이미지로 불식시켰다. 난세에 영웅난다고. 안철수 대표는 정치인으로 입문한 후 4.15총선을 앞두고 최고의 위기를 맞았지만 코로나19 정국에서 그에게 내재된 재능을 한껏 발휘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을 얻은 셈이다.
안철수 대표의 봉사활동은 코로나가 진정될 때까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한다. 안 대표는 보수도 진보도 아닌 중도의 아이콘임에도 이번 의료봉사 활동으로 국민의당 지지율을 끌어올렸고, 보수층으로 결집된 대구 시민과도 깊은 유대감을 형성할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결국 대구의 한 병원에서 시작된 ‘의사 안철수’의 의료봉사가 한반도를 뒤덮는 ‘나비 효과’를 얻어 앞으로 펼쳐질 대선 판세까지 흔들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정연아 이미지테크연구소 대표, (사)이미지컨설턴트협회 회장
정연아는 국내 최초의 이미지컨설턴트로서 대통령 후보를 비롯한 정치인의 퍼스널 브랜딩, 최고경영자(CEO) 등의 이미지컨설팅을 담당해왔다. 대기업, 지방자치단체, 대학교 등에서 이미지메이킹을 주제로 1만회 이상 강연한 인기 명강사이다. 2018년에는 ‘기자가 선정한 최우수명강사대상(한국을 빛낸 자랑스런 한국인)’을 받았으며, 여러 방송에 출연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한국 최초 우주인 선발대회와 미스코리아 등 미인대회에서 심사위원을 맡기도 했다. 저서로는 1997년 베스트셀러 ‘성공하는 사람에겐 표정이 있다’ ‘매력은 설득이다’ 등 총 7권이 있으며, 칼럼니스트로서 여러 매체에 퍼스널 브랜딩과 관련한 글을 기고하고 있다.
※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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