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훈 민중당 국회의원이 지난 5일 민노총 공공연대 소속 지게차 노조원들과 국회 기자회견을 열고 원청사인 롯데칠성에 고용 승계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국회 정론관 제공>
▲ 김종훈 민중당 국회의원이 지난 5일 민노총 공공연대 소속 지게차 노조원들과 국회 기자회견을 열고 원청사인 롯데칠성에 고용 승계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국회 정론관 제공>

[편집자 주] 원청과 하청업체의 하도급 구조 아래서 양측 근로자의 임금 등 근로조건의 격차개선은 노사의 오랜 과제가 돼 왔다.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파견근로자의 고용안정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으나 도급계약 간의 고용 승계, 임금 격차 등에 관한 세밀한 사항은 명시된 바가 없어 노사 갈등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이는 원청과 하청업체에게도 심각한 경영 손실을 초래하고 있다. 폴리뉴스는 최근 롯데칠성의 사례를 중심으로 노동정책 관련 사각지대를 점검해본다.

 <글 싣는 순서>

① 원청‧하청 끝없는 갈등...'고용 승계' 가능한가?
② '노조 횡포 피해' vs '노무관리 부실' 책임 공방
③ 고용 승계 실효적 대책 손 놓은 정부와 정치권

[폴리뉴스 송서영 기자]비정규직과 파견직, 도급직 등 다양한 고용 형태가 일반화되면서  ‘고용 승계’ 문제가 끊임없이 불거지고 있다. 롯데칠성은 최근 지게차 부문 하청업체 신영LS와의 계약을 종료하고 새 도급사와 계약을 했다. 하지만 민주노총 공공연대노동조합(이하 노조) 소속의 조합원 50여명이 원청인 롯데칠성 공장에서 점거와 집회를 이어가며 고용 승계를 요구하고 있다.

당초 지난달 24일 신영LS 노조는 성과급 인상 및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롯데 대전공장에서 파업을 벌였다. 앞서 신영LS와 노조는 몇 차례 교섭을 하고도 타협을 이뤄내지 못한 상태였다. 다음날 신영LS는 노사 갈등 등 내부 분란으로 지난해 말부터 미뤄왔던 계약 해지 의사를 자진해서 롯데칠성에 전달했다. 그러자 노조는 고용 승계를 요구하고 나섰다.

노조는 “용역 계약해지를 업체(신영LS) 스스로 택했다지만 원청이 열악한 근로조건 개선을 책임지지 않는 상황에서 불가피한 결정이었다”며 “롯데칠성은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해고된 노동자들의 고용 승계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롯데칠성은 “지난해 말부터 신영LS가 노사 갈등을 겪고 있는 상황임에도 계약을 연장하면서까지 신영LS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입장이다.

결국 노사 갈등의 쟁점은 고용 승계로 모아졌다. 현행 법 상, 고용승계에 관한 별도의 약정이 없는 한 고용승계의 의무는 원청인 롯데칠성도, 새로운 도급업체에게도, 신영LS에게도 없다.

심지어 롯데칠성이 고용 승계에 개입할 경우 하도급사의 채용‧해고 등 결정권을 침해하게 돼 불법 위장 도급에 해당된다. 위장 도급이란 계약 명의상으로는 도급 계약이지만 도급 업체가 실질적인 채용‧해고 등의 결정권이 없어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위반하는 경우이다. 

김형빈 법무법인 인화 변호사는 10일 “정상적인 도급 계약이라면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해 고용 승계 의무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원청과 하청사, 노조원들의 딱한 사정을 해결할 뚜렷한 법적 근거가 없는 상황이지만 일부 정치권은 기업들을 압박하고 나섰다. 김종훈 민중당 국회의원은 지난 5일 오후 노조와 함께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롯데칠성에 ‘고용승계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을 주문했다.

롯데칠성은 고용 승계의 근거가 없는 상태에서 타 기업에 권한을 행사하기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롯데칠성 관계자는 10일 “(롯데가)고용 승계를 원한다 해도 하도급사에 이를 강요할 수 없다. 위장 도급 혐의를 받을 수밖에 없다”고 항변했다.

롯데칠성이 정치권 등 외부 압박에 등 떠밀려 고용 승계를 하더라도 국내 타 노사의 고용 승계 갈등에 자칫 선례가 될 수 있다는 부담도 크다.

신영LS도 경영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선택할 대안이 딱히 없다는 입장이다. 롯데칠성과 새로 계약을 맺은 타 회사에 개입해 고용 연장을 요청할 수도, 롯데칠성과의 재계약도 불투명하다. 그 사이 롯데칠성과 새로 계약을 맺은 하청업체는 이미 공개 채용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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